창(窓)
자주 저 창 앞으로 갑니다.
저것도 숲이라고 한겨울에도 새들이 와서 지저귑니다.
"들립니까?" 하고 묻고 싶습니다.
여름엔 저 길이 보일 듯 말듯 합니다.
저 풍경은 내다볼 때마다 바뀌어 있고 밖에서 보는 모습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모습도 서로 다릅니다.
1980년대에 살던 아파트는 유원지로 들어가는 산기슭에 있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그 산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달랐습니다.
그 아파트를 팔 때 가격 조정이 끝난 다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집에는 거실에 커다란 그림이 한 점 있습니다. 그 그림은 하루도 같은 날이 없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나 저녁에 퇴근해서 바라보면 자칫하면 세상을 잊게 됩니다. 그 그림값을 별도로 받고 싶습니다."
그는 두 말 않고 선선히 그림값 오백만 원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창은 왜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까?
혹 그곳으로 그리움이 새어 들어오게 하고 싶어서 만든 것은 아닙니까?
저기 창 앞에 설 때마다 그리움이 피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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