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起)
승(承)
전(轉)
결(結)
'나도 저렇게 해서 오늘 여기에 이르렀다면……' 소용도 없고 무책임한 생각을 하며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일을 저렇게 전개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끌고 왔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약속한 건 단 한 가지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더러 오탁번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핑계를 대고 위안을 삼고자 한 것입니다.
구름을 비껴 날으는 기러기 같은 당신을 밤나무나 느티나무 가지 위에 얼기설기 지어놓은 까마귀 둥지로 손짓해 불렀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어둠의 문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서 우리가 꿈꾸어온 시간은 나뭇가지 끝 겨우살이처럼 덧없는 목숨은 아니었습니다 여름날 장독대 위에 내리는 여우비처럼 울 수만은 없어서 이렇게 높은 하는 쳐다보고 또 쳐다봅니다 (…)*
어쨌든, 이젠 다 틀렸습니다. 벌써 여기까지 왔기 때문입니다. 나의 기승전결은 어슬프고 서글픈 것입니다.
추신 : 저 예쁜 춤에 「기승전결(起承轉結)」이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습니다(2015.8.17.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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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탁번,「참회록」(부분), 『겨울강』, 세계사, 2002, p.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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