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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기승전결(起承轉結)

by 답설재 2015. 9. 7.

기(起)

 

승(承)

 

전(轉)

 

결(結)

 

 

'나도 저렇게 해서 오늘 여기에 이르렀다면……' 소용도 없고 무책임한 생각을 하며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일을 저렇게 전개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끌고 왔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약속한 건 단 한 가지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더러 오탁번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핑계를 대고 위안을 삼고자 한 것입니다.

 

구름을 비껴 날으는 기러기 같은 당신을 밤나무나 느티나무 가지 위에 얼기설기 지어놓은 까마귀 둥지로 손짓해 불렀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어둠의 문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서 우리가 꿈꾸어온 시간은 나뭇가지 끝 겨우살이처럼 덧없는 목숨은 아니었습니다 여름날 장독대 위에 내리는 여우비처럼 울 수만은 없어서 이렇게 높은 하는 쳐다보고 또 쳐다봅니다 (…)*

 

어쨌든, 이젠 다 틀렸습니다. 벌써 여기까지 왔기 때문입니다. 나의 기승전결은 어슬프고 서글픈 것입니다.

추신 : 저 예쁜 춤에 「기승전결(起承轉結)」이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습니다(2015.8.17.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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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탁번,「참회록」(부분), 『겨울강』, 세계사, 2002, p.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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