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세상1164 동행同行 여행을 떠나는 부부였을까요? 내내 저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편지를 쓰게 된다면 행복한 편지이기를 바랐습니다.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거나 너무 멀어서 배달이 불가능한 편지를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꼭 보내야 할 편지라면 아주 늦게, 정말 아주 늦게 도착하면 좋을 것입니다. 행복한 편지라면 편지가 가고 오는 내내, 언제까지라도 행복하고, 그 편지가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행복하지 않게 되는 일은 저들에게는 불가능하기를 바랍니다. 동행은 흔한 것처럼 보여도 어렵고, 또 얼마나 다행한 것인지, 잘 알고, 그렇게 이루어가기를 기원합니다. 저 아름다운 부부에게 무엇을 좀 주고 싶었는데, 줄 것이 없어서, 마음속으로 그 부탁만 했습니다. 2014. 11. 16. 지난 일요일의 축제 지난 일요일의 축제 일요일 아침, 아내가 좀 먼 곳에서 공연이 있다며 한복이랑 좀 실어다 달라고 했습니다. 축제 현장은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아늑한 곳인데 나만 그렇지 않은 곳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늘 그렇다면 아이들에게도 덜 .. 2014. 10. 29. 어느 과학자의 삶 Ⅰ '130억 광년 떨어진 은하계'랍니다.1이론물리학자인 '내 친구' 김 교수에게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김 교수님! 130억 광년이라니? 그게 진짜입니까? 도무지 느낌이 오지 않아서 그럽니다." 질문을 하자면 우선 내용을 좀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속의 abc가 뭘 뜻하는지 그걸 알면 좋겠는데, 사진 아래에 이렇게만 소개되었습니다. 130억 광년 밖 은하계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허블우주망원경이 관측한 거대 은하 집단 아델 2744 이미지를 16일 공개했다. 우리 은하로부터 약 13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델 2744는 허블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은하집단 중 가장 먼 것 중 하나이다. 나사·EPA 연합뉴스 그 신문 인터넷판을 찾아봤더니 "이른바 '중력렌즈' 현상으로 인해 뒤쪽 은하가 앞쪽 은.. 2014. 10. 19. 의사 출근(擬似出勤) 의사 출근(擬似出勤) 아침나절에 흔히 전철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다보는 풍경 Ⅰ 아침마다 집을 나섭니다. 퇴임 후 5년째입니다. 사무실까지 한 시간 반쯤, 남들처럼, 예전처럼, 서둘러 나서고 걷고 합니다. '소풍가듯 하자'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합니다. 누가 기다리는 .. 2014. 10. 16. "아무래도 겨울이 올 것 같습니다." 올해도 겨울은 올 것 같습니다. 어제저녁 전철역을 나오며 아늑하던 그 광장의 분위기에서 돌연 스산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겨울이 이런 식으로 오기 시작하는 걸 한두 해 겪어본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아예 각오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파트 마당에 나갔다가 나뭇잎을 흔들어대는 바람소리까지 들었습니다. 부드럽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물기가 다 소진되고 말아서, 썰렁하고 섭섭한 듯한 소리들이 굴러오고 있었습니다. 원주의 '열무김치'님은 "태기산을 돌아 내려오는데 찬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초겨울 바람 같아서 차창을 모두 꽁꽁 닫고 잔뜩 움츠렸다"고 썼습니다. 2014. 10. 11. 가을이 온 날 사진 제목은 '올가을을 처음 만난 아침'입니다. '노루'님의 블로그《삶의 재미》(2014.9.24)에 실렸습니다. 이런 설명이 붙었습니다. 이른 아침. 집에서 나가면서 만나는 동네 큰길 건너편의 물푸레나무. 저 나무가 단풍 든 걸 처음 보는 게 그 해 가을을 처음 대면하는 걸로, 언제부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작년과 다르게 올해엔, 가을이 벌써 근처에 와 있는 걸 느끼고는 있었다. 어쨌거나, 작년 사진을 보니, 가을을 작년보다 열흘쯤 이르게 보는 거다. ♬ 가을은, 지역별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면서, 그러니까 어느 특정 지역이라면 '일시에' 이 세상에 오는 것인데 그 가을이 오는 걸 "저 나무가 단풍 든 걸 처음 보는 게 그 해 가을을 처음 대면하는 걸로, 언제부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 2014. 10. 1. TV는 늘 큰일났다고 떠들어댄다 『현대문학』에서 연재물 「소설, 때때로 맑음」(이재룡)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조르주 페렉은 1989년 발표한 『지극한 평범L'Infra-ordinaire』에서 매일 발간되는 일간지에는 매일 벌어지는 일상적 사건이 결코 실리지 않는다고 했다.1 제17회 연재 「지하철과 시장」에서 이 부분을 읽다가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쩌면 신문과 방송으로 하루하루를 지탱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그것들이 나의 하루의 중요한 부분들을 채워줌으로써 공허하지 않은 양 살아갈 수 있고, 남들처럼 아주 정상적인 삶을 이루어가고 있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싶었던 것입니다. 그 글은 조르주 페렉의 그 작품에서 다음 부분을 인용했습니다.2 신문 1면에 대문짝만 한 글씨로 쓰인 헤드라인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은 항상.. 2014. 9. 23. 여담(餘談) 여담(餘談) ♬ 회의를 마치고 하는 식사에 빠지는 사람은 '꼭' 빠져 집으로 가는데 나는 '꼭' 참석하는 쪽입니다. 회의는 산뜻하게 진행되기가 어려운 것이긴 하지면, 한두 명은 으레 늦게 할 말이 많이 생각나서 열을 올리고, 게다가 어떤 사람은 핵심도 없는 얘기로 중언부언하며 자신의 .. 2014. 9. 19. 인촌상을 받은 고성 농부 안병영 강원도 고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안병영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전 교육부총리)가 제28회 인촌상을 받았습니다. 동아일보 인터넷판(2014.8.26)을 봤습니다. “과분한 상을 받아 대단히 영광입니다. 이런 상을 덥석 받는 것이 염치없을 정도입니다. 교육의 균형을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교육부 장관을 두 차례 지낸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73)는 인촌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장관 시절을 돌아보니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것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장관은 성격이 전혀 다른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모두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입각 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한 번도 뵌 적이 없.. 2014. 9. 12. 린에게 린에게 린. 네 엄마가 며칠간 "아주" 어려워하다가 메시지 보고나서 표정이 밝아지는 걸 봤다. 너희가 들으면 섭섭할지 몰라도, 나에겐 무엇을 어떻게 할 힘도 없긴 하지만, 바라는 게 있다면 그의 마음이 편하면 거의 모든 것이 다 좋다는 것뿐이다. 이 세상에 올 때는 네 할아버지 할머니.. 2014. 9. 6. 쓸쓸한 태극기 2015년 8월 15일, 광복 70주년입니다. 내년입니다. 70년………… 혼자 텔레비전을 보다가 태극기를 달았습니다. 아파트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태극기를 단 집이 단 한 집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내가 공연한 짓을 했나?' '태극기를 게양하는 날도 아닌데 착각했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바람에 날리는 깃발이 보였습니다. 달랑 한 집이지만, 태극기를 게양하는 날이 맞긴 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1115동 804호! 위의 사진에서도 잘 살펴보면 804호에 태극기가 보입니다. 저 집 주인은 교장이었습니다. 광복절날 태극기나 다는 고리타분한 교장 출신………… 하기야 광복절인 줄 알면 그만이지 태극기 하나 단다고 무슨 수가 납니까? 한심한 교장 출신이니까 나들이도 가지 않고 그런 짓이나 하고 들어앉아 있겠.. 2014. 8. 16. 로키 앨버타 산으로부터 스며든 바람 로키 앨버타 산으로부터 스며든 바람 로키 앨버타 산 아래에서 영근 열매로 만든 것입니다. 그 산기슭으로 내려오는 바람이 스며있을 것입니다. 그 바람이 풀려 나오는 모습이 보이지나 않을지 불빛에 비추어 봤습니다. 식빵하고 담을 쌓다시피 지내고 있으므로 누구에게 주는 것이 좋을.. 2014. 7. 6. 이전 1 ··· 66 67 68 69 70 71 72 ··· 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