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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060

1970년대의 어느 날 1970년대의 어느 날 ♬ 1970년대 중반이나 후반의 어느 날이었을 것입니다. 옷차림이나 분위기나 다 촌스럽습니다. 저 즈음엔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고, 힘들었고, 암울했으며, 살펴야 할 주변이 넓어서 지금 생각하면 정작 꼭 살폈어.. 2011. 9. 25.
관점 혹은 가치관 며칠 전 이런 댓글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었을 뿐인데, 선생님께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신 교장선생님이신지 알 듯하고 어떤 마음과 몸짓으로 한평생 교단에 서셨는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고 감히 말씀드리면서 선생님 블로그의 팬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들로부터 더러 이런 댓글을 받는 '영광으로'(더 멋진 단어는 없겠지요?) 이 블로그를 들여다보며 지냅니다. '블로그를 들여다보며 지낸다'는 건 지금으로서는 소중한 일입니다. 다른 특별한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 "어떤 가치관을 가지신 교장선생님이신지 알 듯하고~." '가치관(價値觀)'이란 단어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관점(觀點)'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런 '관점'이야 나에게도 몇 가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가.. 2011. 9. 19.
외손자 선중이 Ⅹ- 방과후학교 한자반에서 생긴 일 - 가을 기운이 드리운 초저녁의 아파트 마당에서 녀석에게 전화나 한번 하고 집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을 만큼 유난히, 많이, 울적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어미가 전화를 받아서 아침나절에 얘기한 대로 끝내 방과후학교 한자반에는 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한자반에서 쫓겨났다고 해야 할까, 사실대로 말하면 등록이 거절되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녀석을 좀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일기를 쓰는 중이라던 녀석은, 전화를 받지 않으려는 듯하다가 '이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싶었는지 무슨 큰일이나 당한 것처럼 "으앙─" 울음을 터뜨리며 전화를 받습니다. "괜찮다. 3개월간 쉬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깊이 생각하며 지내라." 위로도 하고 채근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곧 전화를 끊으려는데.. 2011. 9. 8.
외손자 선중이 (Ⅸ) "흥분하고, 오버하고, 난동을 부리고……" 외손자 선중이 Ⅸ Ⅰ "까짓것 잘 하면 뭘 해. 한꺼번에 다 까먹는데……" 외손자의 전화 내용을 자랑했을 때 아내의 대답입니다. '한꺼번에 다 까먹는다'는 건 사실은 나 들어라는 반응입니다. 이럴 땐 나와 외손자가 한편이 되어야 마땅하지만-그렇다고 한 편이 되어 뭘 어떻게 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므로 그러지도 못하니 답답하고 외롭습니다. 녀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화를 해봐야 조근조근하지 않았습니다. 묻는 말에 대답도 겨우 했고, 아내가 나에게 전화를 바꾸거나 내가 아내에게 전화를 바꾸면 차라리 귀찮아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 확 바뀌었고, 학교생활이나 읽고 있는 책이나 친구들, 선생님 이야기 등등 어떤 내용이든 이것저것 구체적으로 들려주게 되었는데, 그 점에 대해서도 아내는.. 2011. 9. 5.
전경린 『강변 이야기』 『現代文學』 2010년 10월호에서 단편 「강변마을」(전경린)을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동화 같은 그 소설은, 당장 제 친구 블로그 『강변 이야기』가 생각나게 했습니다. 요즘은 다른 매체들의 발달로 주춤한 느낌이지만 블로그(blog) 운영으로 생계를 삼아도 되겠다 싶은 블로거(blogger)를 더러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이윤을 추구하는 '브로커(거간, 중개인, 중개상인, 혹은 정말로 더러 사기성이 있는 거간꾼)'도 있고, 이렇게 블로그에 매달려서 먹고 살기는 뭘 먹고 사나 싶은 '순수파' 블로거도 있습니다. 물론 삶의 향기를 전해주는 블로거, 잡기로, 혹은 무슨 캠페인 같은 걸로, 세상의 진기하거나 잡다한 자료를 구해서 보여주는 일로, 소일을 하거나, 낙을 삼거나, 이것 좀 보라고 강요하다시피 .. 2011. 8. 31.
불법으로 투기하다 적발시는! : 걸으며 생각하며(Ⅲ) 우리는 함부로 뭘 어떻게 하지 말라는 표어, 표지판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제도 나는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다가 발각되면 이하의 과태료1를 내게 된다'는 내용의 대형 표지판을 봤습니다. 사전을 보면 과태료(過怠料)란 공법에서, 의무 이행을 태만히 한 사람에게 벌로 물게 하는 돈. 벌금과 달리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법령 위반에 대하여 부과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도 무심합니다. 나도 무심했습니다. 다만 오다가다 쳐다보며 이런 생각은 했습니다. '뭐 하려고 저렇게 큰 간판을 세웠을까, 쓸데없이.' '내용은 준엄한 것이라도 공원이니까 좀 아담하게 아름답게 세우면 좋을텐데……' '그냥 백만원이라고 하면 실감이 덜 하니까 ( ) 안에 1,000,000원이라고 동그라미가 많이 보이는 .. 2011. 8. 29.
「한석봉, 마이스터고에 가다」 「한석봉, 마이스터고에 가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보낸 메일에서 본 만화(『긍정의 e-뉴스레터』(2011.8.26). 요즘 '반값 등록금'이 주요 논의사항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정부나 국회에선 뭘 어떻게 정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민A : "반값 등록금은 무슨…… 개나 소나 대학 다 가면 뭘해! 등록금을 왕.. 2011. 8. 26.
로스팅 전문: 걸으며 생각하며(Ⅱ) 로스팅 전문 - 걸으며 생각하며(Ⅱ) - ◈ 어느 커피숍 창가에 바탕이 커피색인 초대형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얼마나 대형인가 하면, 지난해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 시청 앞 대형 건물 옥탑에 내걸린 그 시장 후보의 대형 현수막만했습니다. 그 현수막 내용이 가관(可觀)입니다. "로스팅 전문"! 그렇.. 2011. 8. 21.
아내와 내가 가야할 길: 걸으며 생각하며(Ⅰ) 아내와 내가 가야할 길 - 걸으며 생각하며 (Ⅰ) - ♬ 이런 상태로라도, 심장이나 어디나 아무래도 말짱하지는 않아서 '헉헉'거리면서라도 오래오래 살아보자고 동네 이곳저곳 '핫둘! 핫둘!' 힘차게 걸어다닌다면 남 보기에 역겨울 것입니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아줌마'도 아닌 주제에…… 그.. 2011. 8. 19.
나를 곤혼스럽게 하는 '글 쓰는 여우'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글 쓰는 여우' 수필 한 편. 『한국수필』 제197회 신인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미소를 지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도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땐가, '수필이란 소리없이 미소지으며 읽을 수 있는 글'이라고 정의한 어느 수필가의 .. 2011. 8. 17.
아포리즘, 까칠한 눈으로 보기 아포리즘(aphorism), 까칠한 눈으로 보기 ◈ 자주 찾아가보는 블로그 『奈良 blue sky』에서 노자의 인간관계론을 정리해놓은 것을 봤습니다. 블로그 주인은 좋은 인간관계를 인생의 윤활유라 전제하고,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노자(老子)는 주나라의 궁중 도서실의 기록계장(도서관리인)이었다가 후.. 2011. 8. 1.
종이책이 사라진다 (Ⅰ) 서점의 땅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은 아름답다. 다른 곳을 보는 척, 책을 찾는 척 그 모습을 훔쳐보다가, 생각만 하며 세월이 흘러 말 한 마디 붙여보지 못한 사이 같은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게 된다. 종이책이 사라지면 그 젊은이는 무엇을 하게 될까? # 미국에서 둘쨰로 큰 서점 체인 보더스(Borders, 399개)가 사라진단다. 매각 협상이 결렬돼 오는 22일 청산 절차에 들어가고 9월에는 그 서점 40년의 역사를 마감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른 회사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이유는, 수위 업체 반스&노블스나 아마존닷컴과 달리 전자책으로 전향한 소비자들의 구미(口味)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표(마이크 에드워즈)가 사원들에게 보냈다는.. 2011.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