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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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장에서 아버지와 초등학교 2학년?, 아니면 3학년일 것 같은 아들 간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유치원생일 것 같은 둘째아들도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은 으레 얼마쯤 부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었는데……' 그때도 그렇게 하는 사람은 그렇게 했습니다.
화제가 "옛날 병사들의 갑옷은 주로 뭘로 만들었는가?"에서 "사자와 물소 간에 싸움이 벌어지면 어느 쪽이 이길까?"로 옮겨 가더니 이번에는 갑자기 "캐나다에서의 사냥"으로 변했습니다.
아마 온 가족이 몇 년 간 캐나다에 가서 살게 된 것 같았습니다.
"캐나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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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리학 공부를 좀 했습니다. 지리학은 오래된 학문이어서 그 분야가 매우 광범하고, 수많은 과목 중에는 '세계지리' '자연지리' '관광지리' 같은 것도 있어서 해외 여행을 전혀 해보지 못한 처지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적절했습니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학문이 거의 없으므로 그 대신 단 한 가지도 제대로 책을 읽은 분야가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캐나다는 말이야……"
그 캐나다는 내 친구 블로거 '헬렌"(HELEN OF TROY)이 살고 있는 나라여서 최근에는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자연환경을 자본으로 생각하는 나라야. 그래서 사냥을 해도 무얼 몇 마리 잡겠다고 신고하고, 쿠폰을 사서 하는 나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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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버지의 '자연환경을 자본으로 생각하는 나라, 캐나다'라는 설명에,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모를 낭패감을 느꼈고, 한없는 비애를 느꼈습니다.
* 캐나다 : 좋은 나라
* 우리나라 : 허접한 나라
* 캐나다 : 그 광활한 땅을 가지고도 자연환경이 자본인 줄 알고 계획적으로 개발·활용하는 나라.
* 우리나라 : 아직 자연환경이 자본인 줄도 모르는, 자연자원의 소중함도 모르는 바보 같은 나라, 한심한 나라.
* 캐나다 : 자연환경이 풍요로운데도 그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하려면 조심해야 하는 나라.
* 우리나라 : 국토는 좁고 자원도 빈약하지만 유념해야 할 만한 주의사항이 없는 나라.
* 캐나다 : 미리 룰을 잘 알아두고 정신차려서 생활해야 하는 나라.
* 우리나라 : 미친 척하고 '아무렇게나' '마구' 뒤집고 파헤쳐도 괜찮은 나라. 몹쓸짓을 하다가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뭐 그따위 법이 있는지 장관에게 항의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나라.
* 캐나다 : …………
* 우리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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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대화를 엿듣기로는 캐나다로 이사를 해야 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그 아이들을 붙잡고 교육을 시킬 수는 없는데도 조바심 같은 걸 느꼈습니다.
'저 아버지를 도대체 누가 가르쳤나?'
'저 아이들에게라도 누가 좀 그렇지 않다는 걸 가르쳐 주어야 할 텐데, 곧 떠나야 하니까 더 배울 만한 시간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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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나서서 "온 가족이 교육 좀 받고 가십시오" 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요?
그냥 보내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다녀오면, 그때는 또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요? 저 가족이 캐나다에서 "대한민국은 정말로 좋은 나라"라는 걸 배워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바깥에 나가봐야 애국심이 생기고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있게 된다면, 꼭 그렇다면 '우루루' 다른 나라로 몰려가서 배워 오는 것이 더 좋다는 얘기가 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저 수많은 교실에서는 지금 도대체 무얼 그리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걸까요? 학생들은 무얼 그리 열심히 읽고 외우고 풀고 하는 걸까요? 다 집어치우고 우선 이것부터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나라도 자연환경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고 자본이라는 것부터, 아니 우리나라는 캐나다처럼 광활한 나라에 비해 그러한 가치관이 더 확고해야 하고, 우리도 대부분 이미 그런 걸 절실히 깨닫고 있다는 것부터,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이 그걸 모르고 멍청한 생각에 사로잡혀 제 자식에게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부터 깨닫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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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海外)'라고는 제주도밖에 다녀온 적이 없을 것 같은, 혹 어느 모임에서 만리장성 구경쯤은 함께 다녀왔을 듯한 택시기사가 걱정을 합니다. 나는 어떻게 그런 택시기사를 흔히 만납니다.
"저 창밖 좀 보세요, 저렇게 파헤쳐서 나중에는 어떻게 하겠어요? 어떤 일이 벌어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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