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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독도는 다음 중 어느 나라 땅인가?

by 답설재 2013. 8. 7.

우산봉(안동립의 사진)

 

 

 

우습다고 해야 할지 어처구니가 없는 건지,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자기네 땅인지 아닌지 묻는 나라 봤습니까?

일본의 행태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날 사람도 있고 귀찮기도 해서 웬만하면 그만두어야 하는데, 또 도저히 그냥 지나가기가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1일, 이번에는 "독도 문제에 대한 특별 여론조사"라는 걸 실시했답니다. 도대체 국민들에게 "우리 영토가 어디까지인지 물어서 결정하려는 나라", 그게 아니라면, "우리 국민들이 우리 영토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번 테스트해 보겠다는 나라"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어서 "우습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두 가지 아니면, 그럼 다른 어떤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까? 심심해서?

그건 아니죠. "특별 여론조사" 아닙니까, "특별".1

 

 

 

 

이렇게 물었을까요?

"독도는 다음 중 어느 나라 땅인가?" ( )

① 대한민국, ② 일본(혹은 '우리나라'), ③ 기타 : 그럼, 어느 나라?(   ) ④ 도저히 모르겠다.

 

이렇게 물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 문장의 내용이 옳으면 ○표, 틀리면 ×표를 하시오."

"독도는 본래 대한민국 땅이다." (   )

 

단답형 주관식을 좋아하면 이렇게 물었을 수도 있습니다.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인지 (   ) 안에 써넣으시오." (   )

 

 

나로서는, 일본 국민들이 이 물음에 답해 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를 뭘로 보고…… 우리가 옛날부터 정부 말을 잘 들어주는 민족으로 이름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건 소학교 학생들 시험문제도 아니고, 원……'

이런 생각도 했을 것입니다.

'아, 솔직히 말하면 한국 땅이지. 그렇지만 정부에서 묻는데 그렇게 솔직하게 대답하기가 신경쓰이잖아……'

 

 

 

 

지난 7월 3일 신문기사입니다.2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지난 7월 30일, 최근 동아시아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한국 응원단이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형 플랜카드를 내건 것과 관련, "그 나라의 민도(民度)가 문젝 된다. 만약 일본 국내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다른 응원단이 제지하지 않았겠느냐"며 "솔직히 말해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다. 시모무라 문부상은 그러나 일본 응원단이 일제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꺼내 휘두른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제1차 아베 내각의 관방 부(副) 장관이던 2007년 "위안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있었을 뿐 일본군이 관여한 것은 아니다"는 망언을 한 바 있다.

 

민도(民度)……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입니다. "솔직히 말해 유감"이라니, 솔직히 말해 가관(可觀)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문부과학상인지…… 우리 대한민국 '민도'가 높아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이고, 우리 민도가 일본에 비해 뭐 어떻게 낮다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자기네 민도나 정부 관리로서의 수준은 낮아도 좋다는 논리인지……

 

 

 

 

예의 여론조사, 저들의 표현대로라면 "특별 여론조사"에서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63%였답니다.

그 정도면 많은 겁니까? 63%라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할 만하다는 겁니까?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 정부에서 ――그런 짓을 할 리도 없지만―― 특별 여론조사를 통해, 대마도가 어느 나라 땅인가? 일본이 불법 점유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으면 아마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고, 유구국, 그러니까 오키나와쯤을 묻는다면 63%쯤 나오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아, 내가 좀 실언을 한 것 같습니다. 나는 그런 허황한 것을 묻고 대답하는 비합리적인 나라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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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문기사는 그 의도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독도는 일본땅'......정치권이 이 문제를 강하게 떠들어서 이슈화하는 방법으로 일본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 일종의 '애국 프레임'에 가두는 전략이다. ...(중략)... 직접적인 영유권 주장이 국제사회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이번에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응답률이 63%에 달한다는 국민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교묘하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후략)](문화일보, 2013.8.2. 5면 기사 [日 '애국심 프레임'에 국민 가두기](신보영 기자 boyoung22@).
2. 조선일보, 2013.7.31, A1, ['한국 民度' 들먹거리고 나온 日 각료](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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