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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204

아름다운 시인들 아름다운 시인들 Ⅰ 해마다 열리는 전시회입니다. 무슨 문학 동호회가 있는 것 같고, 역장님이 우두머리인 듯합니다. 구석진 자리에 그 역장님의 작품도 한 편 걸린 걸 봤습니다. 전에는 이런 걸 보면 '쓸데없는 짓거리는 집어치워야 한다!'고 업신여겼습니다. '옛날식 연애편지 같은, 허.. 2013. 9. 2.
2013 가을엽서 2013 가을엽서 저 하늘 좀 보십시오, 내 참……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실없는 사람처럼 저러면 되겠습니까? 아무리……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아니 며칠 전이라고 할 것도 없지요, 저 땀내 나는 옷 좀 보십시오. 그래 놓고는 시치미떼듯…… 나 참…… 어제저녁에는 '.. 2013. 9. 1.
다행! 내 이명(耳鳴) 이명(耳鳴)이란 귀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아주 쉬운 낱말이지만 경험이 없을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뭐 그런 게 있나?' 할 것입니다. '보통사람들'에게는――그렇다고 내가 뭐 '특별한 사람'이란 뜻은 아니지만―― 그 이명이 예를 들어 귀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라든가, 병이 나서 몸이 허약해졌을 때라든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특별한 때'에는 혹 들릴 가능성이 있지만, 나와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특별한 때'에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사시사철, 언제나, 늘, 그러니까 평생 그 소리가 들리고, '보통사람들'과 정반대로 '아주 특별할 때' 그러니까 너무나 즐거울 때라든가, 왁자지껄 정신없이 떠들며 노는 짧은 한순간에는 혹 그 소리를 느끼지 못하고 지냅니다. 그렇다고 그 소리가 멈추는 것은 아니고 느끼지 못.. 2013. 8. 26.
절전은 그만하고 에어컨 켜라 Ⅰ 지난해 여름에는 강남대로의 어떤 가게들 앞을 지나가면 한여름인데도 서늘했습니다. 온 세상을 서늘하게 하겠다는 듯 문을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습니다. '블랙아웃'이 되면 큰일이라는, 예비전력이 아슬아슬한 수준이라는 뉴스가 연일 눈에 띄는 나날이었습니다. “절전은 그만하고 에어컨을 켜라.”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여름철마다 대대적인 절전 운동을 벌여 온 일본에서는, 우리와 정반대로 이와 같은 ‘희한한 조언’이 나오고 있답니다. 더위에 고통 받는 것은 싫지만, 그래도 그렇게 절전을 하는 그 일본이 부러웠습니다. 그 기사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1일 ‘열사병 예방… 과도한 절전 말고 냉방 활용을’ 제하의 사설에서 “절전을 하겠다고 에어컨 .. 2013. 8. 20.
그렇게 더워요? 남양주시청에서 발간하는 『쾌한도시』 8월호 표지 뒷면입니다. 전철을 타고 오며 펼쳤습니다. 철썩 철썩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빠, 엄마와 함께 쌓던 모래성, 혹시라도 파도에 쓸려 내려갈까 조심조심 토닥이며 한 단, 한 단 모래를 쌓으면 아슬아슬한 나만의 성이 맞이해 준다. 이 글과 그림을 보며 아무것도 없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나의 여름방학들을 생각했습니다. '모래성'은 무슨…… '아빠, 엄마'는 무슨…… 나는 방학만 되면, 방학숙제를 했다 하면, 커다란 수박과 넓고푸른 바다를 그렸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저 위의 저런 그림과 글들이 주는 막연한 '기대'를 생각하고 그리워했습니다. 내게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일어나겠지 이번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일어나겠지 그렇게 여섯 번의 여름방학과 여.. 2013. 8. 14.
캐나다는 말이야… "캐나다는 말이야…" ♬ 샤워장에서 아버지와 초등학교 2학년?, 아니면 3학년일 것 같은 아들 간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유치원생일 것 같은 둘째아들도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은 으레 얼마쯤 부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었는데……' 그때도 그렇게 .. 2013. 8. 11.
독도는 다음 중 어느 나라 땅인가? 우습다고 해야 할지 어처구니가 없는 건지,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자기네 땅인지 아닌지 묻는 나라 봤습니까? 일본의 행태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날 사람도 있고 귀찮기도 해서 웬만하면 그만두어야 하는데, 또 도저히 그냥 지나가기가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1일, 이번에는 "독도 문제에 대한 특별 여론조사"라는 걸 실시했답니다. 도대체 국민들에게 "우리 영토가 어디까지인지 물어서 결정하려는 나라", 그게 아니라면, "우리 국민들이 우리 영토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번 테스트해 보겠다는 나라"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어서 "우습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두 가지 아니면, 그럼 다른 어떤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까? 심심해서? 그건 아니죠. "특별.. 2013. 8. 7.
인생은 짧고 커피는... 인생은 짧고 커피는… 심장병에 걸리고 나서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뻔한 걸 가지고, 기회만 있으면 그야말로 '자동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왜 이 병에 걸렸을까?' ♬ 의사나 학자들은 마땅히 의학적·과학적으로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얼마쯤 건성으로 이야기하는 것.. 2013. 8. 4.
아소, 망언의 끝 아소, 망언의 끝 “日도 나치처럼 소리없이 개헌하자” 지난 7월 30일 저녁, 문화일보 1면 톱기사 제목입니다. '이게 정말일까? 아소가 정말로 이렇게 말했을까?' ◈ 7월 29일 산케이(産經)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민간 싱크탱크인 ‘.. 2013. 8. 1.
It's a boy! 영국 왕실의 윌리엄(31) 왕세손의 부인 캐서린(31) 세손빈이 지난 7월 22일, 아들을 낳았다는 기사는, 한껏 입을 벌려 그 사실을 알리는 사진 때문에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태어난 '로열 베이비'는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에 이어 영국 왕위 계승 서열 3위가 된다거나 삼촌인 해리 왕자는 4위로 한 단계 내려갔다거나 '로열 베이비' 탄생으로 영국 왕실은 4대에 걸친 세습 구도를 확립하게 됐다거나…… 그따위 일들이 이 먼 나라에서 살고 있는 제 눈길을 끌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 사진입니다(1. 조선일보, 2013.7.24, A2면 ['It's a boy!'...미래의 王 탄생에 열광하는 영국]) ♬ ‘아따, 그 사람 참……’ 사진을 본 소감이었습니다. 기사를 읽지는 않았습.. 2013. 7. 30.
“넌 이제 할머니하고 집에 있어!” “넌 이제 할머니하고 집에 있어!” 아주머니. 저 그저께 아침에 같은 버스를 탔던 사람입니다. 그때 두 자매를 데리고 제 앞자리에 앉으셨잖아요? 방학을 한 아이들이 따라나섰던 거죠? 어디를 가는지, 버스에 오르자마자, 누나는 침착하게 앉아 있었지만, 남동생은 좋아서 어쩔 줄 몰랐.. 2013. 7. 25.
다시 아베 총리에게 Ⅰ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위안부 기림비 이야기는 들었습니까? 이번에 '대승'을 거둔 참의원 선거 때문에 바빠서 자세히 듣지 못했습니까?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건립되었고, 버겐카운티 법원 앞의 '메모리얼 아일랜드에 홀로코스트, 아르메니아 대학살, 아일랜드 대기근 사망 등 세계 인권 침해 사건 추모비와 함께 세워져 있답니다. 그 기림비에는 이런 글이 새겨졌답니다. 이런 것이 바로 귀국에서 찾고 있는 "우리가 그렇게 한 증거를 대라!"고 할 때의 그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성노예 생활(sexual slavery)을 강요당한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출신의 수십만 여성과 소녀들을 추모하며". Ⅱ 일본군 위안부 피해.. 2013.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