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세상1204 ‘鐵(철)의 여인’ 떠나다 ‘鐵(철)의 여인’ 떠나다 조선일보, 2013.4.9, A1. 그는 작은 정부와 민영화, 규제 완화, 시장 개방 등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혹은 '지중해 시대를 다시 열기 위한' 노력을 다한 나머지 '鐵의 여인'! 존경 어린 칭찬이기도 하고 한없는 원망이기도 한 또 하나의 이름을.. 2013. 4. 11. 어느 대학생의 인터뷰 어느 대학생의 인터뷰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뭘 외쳐 봐도 쳐다봐주는 이 없는, '그래, 또 벌면 되지' '다시 하면 되지'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살면 되지' 할 수도 없는, 마음도 몸도 시들어버린 이 블로그의 주인에 비해 이 봄에 새로 대학생이 된 이들은 "싱그럽다"는 단어 하나만으.. 2013. 4. 4. 「The End of the World」이 그리움... '강변'은 저 남녘의 화가입니다. 그는 사시사철 아름다운 사진을 보여줍니다. 나는 날마다 그 '강변'에 가고 있습니다. 그가 덧붙이는 음악이나 詩보다는 사진들이 아름답지만 때로는 그 사진에 어우러진 그 음악, 시가 사무쳐서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오기도 합니다. 저 사진에 붙여진 「The End of the World」는 꼭 46년 만에 듣는 노래입니다. 그간 더러 들었겠지만 '그 옛날 그는 그때 내게 왜 이 노래를 들려 주었을까?' 새삼스럽다는 뜻입니다. 나는 그때 대학 입시에 실패해서 한 해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학비가 별로 들지 않고 딱 2년만 공부하면 취직할 수 있다는 친구의 종용으로 그 대학 생활을 인내하고 있었습니다. 그 2년의 시간에 이루어질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는데 2년만 흘러간 .. 2013. 3. 31. 가장 아름다운 조각상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모레 일요일(3월 31일)까지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들"을 주제로 바티칸 박물관전이 열리고 있다. 종교화(宗敎畵)가 대부분이고, 교과서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이렇게 기획된 전시회가 아니면 국내에서는 아예 볼 생각을 할 수가 없는 작품이 많이 보였다. 이 전시회에 꼭 가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두 분의 교황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세족(洗足)의 목요일' 미사에서 "서구사회가 신앙에 지쳤다"고 하여 신앙에 무지한 사람까지 놀라게 하더니 기력이 쇠잔했다며 물러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훌륭하고, 이번에 새로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저런 분도 있구나' '저분 때문에라도 신이 있어야겠구나' 싶은 감동을 주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프랑스 생 드니 수도원의 수도원장 장 드 빌레.. 2013. 3. 29. 잘 웃지 않는 이유 길에서 주운 행운을 의심하듯 올봄의 화창한 날씨를 불안해하던 이곳 사람들은 최근 며칠간 계속되는 흐린 날씨 아래서 오히려 안심한 표정이다. 한시적인 행복이 곧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보다는 계속되는 불행을 감수하는 편을 선택하는 인간의 심리가 아니고 무엇일까. ── 이화열 에세이, 「엘리스를 위하여」 (『현대문학』 2012년 7월호, 251쪽) 중에서. ♬ 나는 그 어떤 일에서든, 그것도 '여유'라고 할 수 있다면, 여유를 두는 편입니다. '이 약속이 깨질 수도 있다.' '답장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서로 멀어질 수도 있다.' '이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즐겁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곧 우울해질 수 있다.' '돈이 없어서 난처해질 수도 있다.' '저 사람이 화를 낼 수.. 2013. 3. 28. 나는 어디에 있나? 이 그림은 신논현역에 있습니다. 한가로울 때는 그곳 서점에 갔다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지하로 내려가 이 그림을 바라봅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나도 같지 않아서 참으로 다양하구나 싶습니다. 이런 생각도 합니다. '저 중에 나는 어디에 있나?' 아직까지도 정리되지 못한 생활을 하면서, 청문회장에 나가서 "이건 저렇고, 저건 이렇다"고 밝힐 만한 능력이나 재산, 힘 같은 것을 지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엇으로든 누굴 좀 도와줄 만한 너그러움을 지닌 것도 아니고, 단 한 권 책을 제대로 읽은 것도 아니고, 어디 교외에 그럴 듯한 토지나 집을 마련해 둔 것도 아니고…… 저 그림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면서 '나란 인간은 도대체 무얼 해서 완성되어야 하나……' 암담하다는 생각으로 돌아옵니다. 제일 쉬운 일 .. 2013. 3. 26. 지옥은 없다! # 1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67·여)씨는 지난 4월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목사로부터 솔깃한 투자 제의를 받았다. “온라인 1인 기업을 차려놓고 사이트에 접속해 틈틈이 클릭만 하면 보름 뒤부터 매일 3000원씩 수당이 들어온다”는 내용이었다. 목사는 또 “투자비 33만원만 내면 기업 창업은 전문가가 도와준다”고 안심시켰다. …(중략)… 이 목사의 경우 매월 6억원을 수당으로 지급받아 외제차를 굴리고 서울 강남에서 월세 380만원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일부 목사는 매달 수천만원씩 수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당은 후순위자의 돈을 받아 선순위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돌려막기’ 방식으로 지급했다.1 # 2 『코란』을 읽다가 마주친 한 구절. "이교도들은 신의 벌을 받고 회한으.. 2013. 3. 1. 토요일 저녁 토요일 저녁 낮에 백화점에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니까, 그 일을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거의 매일 아침 아이들 일기장 검사하던 생각이 납니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 먹고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중략)… 저녁을 먹고 일기를 쓰고 누워잤습니다." 종일 한 .. 2013. 2. 24. 바다 추억 한겨울 아침나절의 해운대는 조용하고, 창 너머로는 따스하고 아늑했습니다. 가울가물하게 내려다보이는 백사장에서 부부인 듯한 두 사람이 사진을 찍으려고 아이를 얼르고 있었습니다. ♬ 독도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그 푸르른 흐름에서는 '힘'을 느꼈습니다. 무슨 낭만적인 것보다는 일본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우리가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그때, 편수관을 지내며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독도 의용수비대' 이야기를 실은 일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고, '저승에 있는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을 만난다 해도 고개를 들고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좀 건방진 생각도 했습니다. 그 독도의 풀 한 포기, 돌 한 조각도 소중하다는 느낌을 가지며 오르내린 것은 좋았지만, 이 나라 사람.. 2013. 2. 19. 멋있게 늙어가는 약 좀 주세요! 상봉역에서 춘천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시각에 급행열차(ITX '청춘')가 통과하게 되면, 일반열차는 그 급행열차가 지나간 후에 출발시각에 맞추어 느릿느릿 들어오게 되고, 그러면 대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1960년대에 시외버스를 탈 때처럼 서둘러 '우루루' 몰려 들어갑니다. 노인들은 대체로 전동차 전후방의 경로석에 탈 준비를 하지만, 그곳이라고 해서 노인들만 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로석 저 쪽은 일반석이니까 자연히 젊은이들도 함께 줄을 설 수밖에 없습니다. ♬ 어느 출입구에서나 줄은 두 줄로 서는 게 원칙인데, 더러 어깃장을 놓는 노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날도 한 노인이 두 줄의 사이에 어중간하게 버티고 서서 주위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버젓한 척 혹은 '나몰라라!' 하고 있.. 2013. 2. 12. 섣달 그믐에 생각하는 나의 계사년 내일, 2월 10일 설날부터 계사년 한 해 동안 태어나는 아이가 뱀띠입니다. 그런데도 2013년 달력을 걸어놓고 지난 1월 1일부터 "계사년" "뱀띠" 어쩌고 한 건 아무래도 잘못일 것입니다. 까짓 거 내가 손해 볼 것 없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이긴 합니다. 뱀장어띠라고 우기거나 악어, 심지어 도롱뇽띠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경찰에 알리거나 병원에 데리고 갈 일도 아니긴 합니다. 이 얘기는 순전히 개인적인 다짐이니까 다른 사람에게는 대충 그런 의미 정도입니다. ♨ 계사년에는 좀 헐렁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치열하게 살았다고 하면 아무래도 주제넘겠지만, 나름대로 팍팍하게 살아왔습니다. 퇴직을 하고도 마음의 흔적을 다 지우지 못해 흡사 언젠가 어디로──말하자면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가던 그곳으로──되돌아갈 .. 2013. 2. 9. '오스트리아' 단상(斷想) 그 식당 콩나물국밥은, 최고입니다. 우선 콩나물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데다가 아삭아삭하게 익은 맛이 일품이고, 짜지도 맵지도 않아서 아주 '안성맞춤'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수란이나 김도 좋고, 밑반찬도 그만하면 보통은 됩니다. 벽에는 세 가지 식품의 원산지를 이렇게 써붙여 놓았고, 그 옆에는 태극기도 걸려 있습니다. 그걸 쳐다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말 오스트리아(AUSTRIA)일까? 혹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호주)가 아닐까? 오스트레일리아인데 오스트리아로 착각한 건 아닐까?' '그렇지만 오스트리아면 어떻고, 오스트레일리아면 어떨까? 더구나 둘 다 괜찮은 나라니까……' '게다가 나는 사시사철 콩나물국밥만 먹고, 삼겹살 두루치기 같은 건 아예 시킬 생각도 하지 않으니 이 집 돼지고기.. 2013. 2. 5. 이전 1 ··· 75 76 77 78 79 80 81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