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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65

사랑하는 선중에게 녀석에게 메일을 보내놓고 '내가 괜한 짓을 했나?' 싶었습니다. 아직 철이 없어 그런 걸 가지고 내가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나 싶었던 것입니다. 대부분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그렇게 외치는 세상에서………… 식당이라면 그 통로를 운동장인줄 알고 뛰어다녀도, 음.. 2012. 7. 26.
작가가 된 종란을 위해 월간 『한국수필』 7월호 갈피에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연두색 종이여서 눈에 띄었으므로 편지부터 읽었습니다. 편지조차 공개하면 그는 일단 놀라워할 것 같고, 이렇게 하는 게 맘에 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이것 저것 따질 형편이 아닙니다. 나이대로라면 "아직 새파란 주제에……" 꼴 같지 않다고 여길 사람도 많겠지만, 나로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건 뭐라고 할까, 약속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이 편지를 다 읽었다고 버릴 수 없고, 그렇다고 어디 넣어서 끌어안고 다닐 수도 없고, 잘 보관한다고 해봤자 별 수 없다는 건 얼마든지 있었던 일이고, 여기 실어두면 안전할 뿐만 아니라 무슨 증거 같은 것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 그가 작.. 2012. 7. 19.
이빨 빼기 "치과는 가끔 다니시나요?" "네, 가끔." "자주 가야겠는데요. 아니 자주보다 더 많이, 그리고 오래." 자신의 치아상태에 대해서는 그도 웬만큼 알고 있었다. 저스트 나우! 하고 의사는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발치를 실현해야 할 치아가 몇 개 되네요. 전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상태로 그동안 저작을 해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따름입니다. 미처 저작이 덜 된 음식물이 들어가면 위장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전에 저작은 뇌기능에 먼저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대로 치아를 방치하게 되면 자발적으로 치매를 앞당기는 원인을 제공하는 셈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어떤 의사들은 환자에 대해 근본적으로 냉소적일뿐더러 심지어는 가학적이기까지 하다. 지금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의사가 바로 .. 2012. 7. 17.
소극적으로 살기의 즐거움 전에도 소개한 적 있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버트런트 러셀은 「지겨운 사람들에 관한 연구」라는 글에서 지겨운 사람이 되는 갖가지 방법들과 그것을 피하는 방법들을 정리해 일곱 권으로 된 학술논문을 쓸까 생각 중이라고 너스레를 뜰고 난 다음, 그 일곱 가지 부류의 기본에 속하는 사람으로 ❶ 계속되는 변명으로 지겹게 하는 사람, ❷ 지나친 근심으로 지겹게 하는 사람, ❸ 스포츠 이야기로 지겹게 하는 사람을 들었습니다. 그가 그 다음으로 든 지겨운 사람은, ❹ 현학적인 태도로 지겹게 하는 사람, ❺ ( ), ❻ 허풍, 즉 자화자찬으로 지겹게 하는 사람, 말하자면 ‘속물’, ❼ 지나친 활기로 지겹게 하는 사람, 최악의 부류로 거의 예외 없이 여자들이라고 했습니다(여성들이여! 어쩔 수 없이 인용합니다. 미안합니.. 2012. 7. 10.
글 쓰는 여우 Ⅱ 지난번 글 「거짓말을 자꾸 하면」은 거짓말에 대해 크게 느낀 바가 있어서 쓴 글이었습니다. 거짓말을 밥먹듯하는 사람을 보면 어느새 자신마저 그 거짓말에 물이 흠뻑 들어서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줄도 모르게 된다는 것이며, 드디어 아주 신이 나서 그 거짓말을 점점 더 보기좋게(듣기 좋게) 각색하게 됨으로써 망나니이면서도 착한 사람 행세를 하고, 불효막심한 녀석이면서도 효자노릇은 독판 한 것으로 내세우며 다닌다는 걸 고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 그런데 이것 좀 보십시오! 그 글을 읽은 제자 한 명이 저에게 거짓말 좀 하겠다며 저를 보고 40년 전 그 눈빛과 지금의 눈빛이 너무나 같고 단지 옷차림과 머리색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래, 자신은 얼굴 까만 10살 소녀이고, 저는 ‘20.. 2012. 7. 2.
거짓말을 자꾸 하면 결국은 거짓말을 하는 자신도 정말인 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작은 부분을 그렇게 하다가 그것이 자신의 진실이 되어버리면, 다음에는 그 작은 부분을 포함한 보다 큰 틀의 거짓이 그의 '진실'이 되고, 그렇게 각색되어 나가다가 나중에는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그의 진실'이 되고마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기에 한 형제가 있습니다. 형은 부모와 함께 생활합니다. 그러면 그 부모에게 잘해 주는 일도 있고,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도 있게 됩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형은 주로 자신이 잘못한 일만 떠올리고 그걸 남에게 이야기하며 가슴아파합니다.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불효'가 되어 버립니다. 그 동생도 당연히 가슴이 아프겠지요. 동생은 자신이 .. 2012. 6. 28.
노인·늙은이 "노인" "늙은이" 서울시가 공식 문서나 행사에서 '노인'이란 말을 안 쓰기로 했다고 한다. 한창 의욕을 갖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거나 살아가는 분들을 예전처럼 '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을 상대로 '노인'을 대체할 말을 공모해 우선 '노인복지관' '.. 2012. 6. 21.
아토피 아토피 ♣ 'But now the court has fallen into disrepair, like so much else around here(하지만 여기 다른 곳들도 대개 그렇듯이 이젠 테니스장도 황폐해졌습니다).' 그는 상당히 파손된 빅토리아 양식의 온실과 멋대로 자라난 나무울타리를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몇년 동안 돌보지 않았더니 채마밭은 말.. 2012. 6. 15.
향수(鄕愁)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까지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래도? 이래도 네가 별것 아니라고 여길 테냐?' 그렇게 나를 마음껏 조롱하기라도 할 것처럼. 그 별것 아닌 것 중의 한 가지가 예전에 살던 곳에 대한 기억입니다. 전날 저녁 쎌윈 부인은 우리에게 곁채의 이층에 있는 방을 보여주었다. 가구들은 좀 별스러웠지만, 그것만 빼면 아주 훌륭하고 큰 방이었다. 그 방에서 앞으로 몇달간 지낼 생각을 하니 우리는 금세 기분에 좋아졌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정원과 공원, 하늘 위에 수평으로 길게 펼쳐진 구름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이런 전망은 실내장식을 보상해주고도 남을 만큼 멋졌으니 말이다. 눈길을 그저 창 쪽으로 돌리기만 해도 등뒤의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잊을 수 있었다. 며칠 전에는 W.. 2012. 6. 13.
중들의 사고방식 중들의 사고방식 SBS TV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에서 중들이 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어쩌다가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됐는지 후회스러웠고, 중간에 그만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기가 막혀 하면서 다 보고 말았습니다. ♣ - 왜 호텔 방에서 도박을 했을까요?.. 2012. 6. 1.
다 버리고 절에 들어갈까?-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종교가 있다는 건, 위안이다. '마지막 카드' 같은 희망이다. ‘이제라도 하나님을 찾아갈까?’ ‘다 버리고 절로 들어갈까?’ 정말로 힘들면 그런 생각을 한다. 신부님·수녀님·스님 들은 신비롭다. 그분들의 생활이 신비롭다. 그 신비로움이 그분들을 향한 그리움을 만든다. 그렇지만 그런 신비로운 분들이라 하더라도 현실에 끼어들면 그 동경, 환상, 존경, 신비가 깨져버린다. 우리를 구제해 주기 위한 몸부림이라 하더라도 싫다. 그것이 버러지만도 못한 나를 살려주기 위한 기도라 해도 싫다. 하필이면 나를 아껴 우리 집 문간에 찾아와 "내 말 좀 들어보라!"고 한다 해도 나는 싫다. 무조건 싫다. 내가 죽을 때까지 찾아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발 거기, 그곳에서 영원히 기다려주기만 하면 좋겠다. 내가 영영 찾아가지 않.. 2012. 5. 26.
이 아이, '두려운 사춘기'를 쓴 '두려운 사춘기'를 쓴 그 녀석이 무엇에 관심,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피곤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저 내게 주어진 시간, 주어진 일에서 녀석의 말을 듣는 것으로 만족하면 될 것입니다. 며칠 전에는 전화로 좀 오래 살아야 한다고 다짐 받듯 했습니다. 그냥 "왜?" 하면 어디 아픈가, 피곤한가 물어보기 때문에 "왜애?" 하고 녀석의 분위기에 맞추었습니다. "제가 결혼하는 건 보셔야지요?" (이 녀석 봐. 내가 그럼 곧 죽어나자빠질 줄 아나? 녀석 하고는……) 그러더니 그 다음날인가 또 전화를 해서, 무슨 직업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나서(내가 하는 일들을 서너 가지로 묻더니 이게 인터뷰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헤어져 있어야 하게 된 것처럼 인사를 길게 거창하게 했습니다. .. 2012.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