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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205

외면 외면(外面) 전철 안에서 만난 강아지 어제 녹번동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보았습니다. 감아 놓은 태엽이 풀리면서 저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몇 발자욱 걸어와 짖어대고, 또 걸어오다가 짖어댔습니다. 행상(行商)은 "밥도 안 줘도 되고, 잠도 안 자고, 집을 잘 지킨다!".. 2012. 8. 31.
담배가 좋았던 이유 ♣ '이쁜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의 블로그에서 저 사진을 보게 되자, 담배에 대한 그리움이 일었습니다. 일전에 외손자 녀석의 흡연에 관한 인터뷰에 답해준 것도 생각났습니다. 내가 담배를 피울 때 가장 싫어하고 잔소리를 많이 한 사람은 당연히 아내였습니다. 뭐 거짓말 하지 않고 40년간, 1년 365일, 하루에 한 번 이상 잔소리를 들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내가 담배를 피워서 무한 피해를 끼쳐 지금까지도 가슴이 쓰리게 하는 사람도 아내입니다. 1970년대에는 그가 앉아 있는 방안에서 담배를 피워댔고, 심지어 아이를 가졌을 때도 그 짓을 했으니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럼에도 그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한 보루씩 외상 담배를 가져다 주었고, 봉급날 그 담배값을 갚아주었습니다. 무려 47년을 피워 댔.. 2012. 8. 28.
초등학생 김선중의 근황 초등학생 김선중의 근황 2012. 8. 28.
저 생명력! 저 생명력! ♣ 지난해 어느 날, 블로그 친구 블랙커피님께서 수세미 씨앗 열 개를 보내주셨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면, 전통시장에서 길이 1미터가 넘는 수세미를 사다가 효소를 만들었는데 그게 썩어버려서 애석해 했더니 한번 직접 가꾸어 보라며 보내준 씨앗입니다. 그래, 그걸 고.. 2012. 8. 21.
외롭고 무서우면 그게 나에게 희망 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교회나 절에 가보면 좋지 않겠느냐고 권유하는 사람이 주변에 아직은 남아 있습니다. 지금 데려가도 헌금을 모으는 등의 일에 약간의 쓸모가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겠지요. 다만 제대로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측은하다', '그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왜 이렇게 있느냐?' 그런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목사가 설교를 해주고 신자들끼리 돈독하게 지낼 수 있는 교회에 나가면 덜 외로울 것입니다. 땡땡이중이 있는 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요일에 그런 곳 주변을 지나가 보면 다 알 수 있습니다. 가물가물하게 이어진 주차 행렬도 볼 수 있고,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외롭기는커녕 더없이 다정한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주며 살.. 2012. 8. 19.
우리는 왜 아플까? 두 가지 경우 사람이 늙어서 자연사(自然死)하지 못하고 병들어 죽게 되면, 분명히 다음 두 가지 경우 중 한 가지에 해당할 것입니다. 즉, 한 마리 파리가 그의 몸 속에 침입했거나 어떤 사건이 벌레가 되어 그의 마음을 침식해버리는 경우입니다. 아! 꼭 죽어버리는 경우만이 아니고, 아직 멀쩡해도 괜찮을 나이에 병이 들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런, 남을 병들게 하는, 남을 병들어 죽게 하는, 한 마리 벌레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을 병들게 하거나 죽음으로 몰아넣는 파리나 벌레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1. 한 마리 파리 때문에 죽어간 톰슨가젤의 경우 톰슨가젤 한 마리가 이상하다. 자유롭게 풀을 뜯는 다른 동료와 달리 놈의 몸이 자꾸 왼쪽으로 기.. 2012. 8. 12.
사랑하는 선중에게 녀석에게 메일을 보내놓고 '내가 괜한 짓을 했나?' 싶었습니다. 아직 철이 없어 그런 걸 가지고 내가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나 싶었던 것입니다. 대부분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그렇게 외치는 세상에서………… 식당이라면 그 통로를 운동장인줄 알고 뛰어다녀도, 음.. 2012. 7. 26.
작가가 된 종란을 위해 월간 『한국수필』 7월호 갈피에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연두색 종이여서 눈에 띄었으므로 편지부터 읽었습니다. 편지조차 공개하면 그는 일단 놀라워할 것 같고, 이렇게 하는 게 맘에 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이것 저것 따질 형편이 아닙니다. 나이대로라면 "아직 새파란 주제에……" 꼴 같지 않다고 여길 사람도 많겠지만, 나로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건 뭐라고 할까, 약속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이 편지를 다 읽었다고 버릴 수 없고, 그렇다고 어디 넣어서 끌어안고 다닐 수도 없고, 잘 보관한다고 해봤자 별 수 없다는 건 얼마든지 있었던 일이고, 여기 실어두면 안전할 뿐만 아니라 무슨 증거 같은 것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 그가 작.. 2012. 7. 19.
이빨 빼기 "치과는 가끔 다니시나요?" "네, 가끔." "자주 가야겠는데요. 아니 자주보다 더 많이, 그리고 오래." 자신의 치아상태에 대해서는 그도 웬만큼 알고 있었다. 저스트 나우! 하고 의사는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발치를 실현해야 할 치아가 몇 개 되네요. 전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상태로 그동안 저작을 해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따름입니다. 미처 저작이 덜 된 음식물이 들어가면 위장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전에 저작은 뇌기능에 먼저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대로 치아를 방치하게 되면 자발적으로 치매를 앞당기는 원인을 제공하는 셈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어떤 의사들은 환자에 대해 근본적으로 냉소적일뿐더러 심지어는 가학적이기까지 하다. 지금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의사가 바로 .. 2012. 7. 17.
소극적으로 살기의 즐거움 전에도 소개한 적 있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버트런트 러셀은 「지겨운 사람들에 관한 연구」라는 글에서 지겨운 사람이 되는 갖가지 방법들과 그것을 피하는 방법들을 정리해 일곱 권으로 된 학술논문을 쓸까 생각 중이라고 너스레를 뜰고 난 다음, 그 일곱 가지 부류의 기본에 속하는 사람으로 ❶ 계속되는 변명으로 지겹게 하는 사람, ❷ 지나친 근심으로 지겹게 하는 사람, ❸ 스포츠 이야기로 지겹게 하는 사람을 들었습니다. 그가 그 다음으로 든 지겨운 사람은, ❹ 현학적인 태도로 지겹게 하는 사람, ❺ ( ), ❻ 허풍, 즉 자화자찬으로 지겹게 하는 사람, 말하자면 ‘속물’, ❼ 지나친 활기로 지겹게 하는 사람, 최악의 부류로 거의 예외 없이 여자들이라고 했습니다(여성들이여! 어쩔 수 없이 인용합니다. 미안합니.. 2012. 7. 10.
글 쓰는 여우 Ⅱ 지난번 글 「거짓말을 자꾸 하면」은 거짓말에 대해 크게 느낀 바가 있어서 쓴 글이었습니다. 거짓말을 밥먹듯하는 사람을 보면 어느새 자신마저 그 거짓말에 물이 흠뻑 들어서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줄도 모르게 된다는 것이며, 드디어 아주 신이 나서 그 거짓말을 점점 더 보기좋게(듣기 좋게) 각색하게 됨으로써 망나니이면서도 착한 사람 행세를 하고, 불효막심한 녀석이면서도 효자노릇은 독판 한 것으로 내세우며 다닌다는 걸 고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 그런데 이것 좀 보십시오! 그 글을 읽은 제자 한 명이 저에게 거짓말 좀 하겠다며 저를 보고 40년 전 그 눈빛과 지금의 눈빛이 너무나 같고 단지 옷차림과 머리색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래, 자신은 얼굴 까만 10살 소녀이고, 저는 ‘20.. 2012. 7. 2.
거짓말을 자꾸 하면 결국은 거짓말을 하는 자신도 정말인 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작은 부분을 그렇게 하다가 그것이 자신의 진실이 되어버리면, 다음에는 그 작은 부분을 포함한 보다 큰 틀의 거짓이 그의 '진실'이 되고, 그렇게 각색되어 나가다가 나중에는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그의 진실'이 되고마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기에 한 형제가 있습니다. 형은 부모와 함께 생활합니다. 그러면 그 부모에게 잘해 주는 일도 있고,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도 있게 됩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형은 주로 자신이 잘못한 일만 떠올리고 그걸 남에게 이야기하며 가슴아파합니다.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불효'가 되어 버립니다. 그 동생도 당연히 가슴이 아프겠지요. 동생은 자신이 .. 2012.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