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外面)
전철 안에서 만난 강아지
어제 녹번동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보았습니다. 감아 놓은 태엽이 풀리면서 저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몇 발자욱 걸어와 짖어대고, 또 걸어오다가 짖어댔습니다.
행상(行商)은 "밥도 안 줘도 되고, 잠도 안 자고, 집을 잘 지킨다!"고 떠들며 다른 강아지를 가지고 저쪽으로 가고,
이 강아지는 이쪽으로, 앞으로, 앙증맞게, 당차게 다가오며 '주인 말이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앙! 앙!" 짖어댑니다. 나 좀 사가지고 가라고 짖어댑니다.
아, 옛날에, 저런 것도 좀 사주면서 살 걸 그랬다 싶어서, 아주 잠깐, 몇십 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 마리 사 보내면서 "네 아이에게 보여주라"고 할까 하다가, "저 시끄러운 걸 뭐 하려고 사보냈을까……" 원망이나 듣지 싶어서 그 강아지의 외침을 못 들은 척하고 말았습니다.
'외면'이라면 난처한 점이 있긴 하지만, 하여간 다른쪽을 쳐다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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