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외면

by 답설재 2012. 8. 31.

 

 

 

 

 

외면(外面)

 

 

 

 

 

 

전철 안에서 만난 강아지

 

 

 

 

  어제 녹번동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보았습니다. 감아 놓은 태엽이 풀리면서 저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몇 발자욱 걸어와 짖어대고, 또 걸어오다가 짖어댔습니다.

 

  행상(行商)은 "밥도 안 줘도 되고, 잠도 안 자고, 집을 잘 지킨다!"고 떠들며 다른 강아지를 가지고 저쪽으로 가고,

  이 강아지는 이쪽으로, 앞으로, 앙증맞게, 당차게 다가오며 '주인 말이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앙! 앙!" 짖어댑니다. 나 좀 사가지고 가라고 짖어댑니다.

 

 

  아, 옛날에, 저런 것도 좀 사주면서 살 걸 그랬다 싶어서, 아주 잠깐, 몇십 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 마리 사 보내면서 "네 아이에게 보여주라"고 할까 하다가, "저 시끄러운 걸 뭐 하려고 사보냈을까……" 원망이나 듣지 싶어서 그 강아지의 외침을 못 들은 척하고 말았습니다.

 

  '외면'이라면 난처한 점이 있긴 하지만, 하여간 다른쪽을 쳐다보고 말았습니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원이  (0) 2012.09.13
“지금 난 아주 행복해.”  (0) 2012.09.06
담배가 좋았던 이유  (0) 2012.08.28
초등학생 김선중의 근황  (0) 2012.08.28
저 생명력!  (0) 201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