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담배가 좋았던 이유

by 답설재 2012. 8. 28.

 

‘이쁜이’의 『인생의 중반에서』에서 이 음악을 찾아가는 길 http://blog.daum.net/62pho/20798

 

 

 

 

 

 

'이쁜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의 블로그에서 저 사진을 보게 되자, 담배에 대한 그리움이 일었습니다. 일전에 외손자 녀석의 흡연에 관한 인터뷰에 답해준 것도 생각났습니다.

 

내가 담배를 피울 때 가장 싫어하고 잔소리를 많이 한 사람은 당연히 아내였습니다. 뭐 거짓말 하지 않고 40년간, 1년 365일, 하루에 한 번 이상 잔소리를 들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내가 담배를 피워서 무한 피해를 끼쳐 지금까지도 가슴이 쓰리게 하는 사람도 아내입니다. 1970년대에는 그가 앉아 있는 방안에서 담배를 피워댔고, 심지어 아이를 가졌을 때도 그 짓을 했으니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럼에도 그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한 보루씩 외상 담배를 가져다 주었고, 봉급날 그 담배값을 갚아주었습니다.

무려 47년을 피워 댔고, 그를 만난 이후에도 40년 가까이 피웠으니까 그도 담배를 몇십 년 피운 꼴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담배를 피우는데 대해 역성을 들어주는 것도 딱 한 사람, 아내뿐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흡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발표를 보고, "이참에 끊어버릴까?" 하면, 그는 대뜸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뭔 남자가…… 끊긴 왜 끊어요. 작작 피우지나 말고 하루에 몇 개비만 피우면 될 걸……"

 

그는 금연지역에서 흡연을 하면 뭘 어떻게 하겠다거나 어느 회사에서 흡연하는 직원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는 뉴스를 보면 이런 논평을 했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 중심의 시책만으로 세상이 굴러갈 수는 없지. 한 가지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행정을 맡아서 횡포를 저지르는 짓이지."

 

그러니까 내가 담배를 끊지도 줄이지도 않고 살아온 것은 그의 너그러움에 힘입은 바가 없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그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뭔가 하면, 내가 세상의 거친 비바람에 곧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버텨온 것은 그의 그런 마음 덕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2010년 1월 어느 날, 나는 병원에 실려가서 가슴 속에 철사로 된 망(網)을 넣어 핏줄을 뚫게 되었고, 그러면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서도 흡연을 한들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우선 아내 보기에 도저히 그럴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때 나는 병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만약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되면…… 그땐 며칠이 될지 모르지만…… 담배를 좀 피우다가 갈게, 응?"

그러자 아내가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요."

 

정말이지, 마지막에 이르러 나의 이 방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는 그런 날들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그 장면이 그리워집니다.

그러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에 이르면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숨만 쉬며 누워 있게 될 텐데, 담배는 무슨…… 책은 무슨……

 

 

 

 

 

 

 

 

 

예전에 교육부 근무할 때, 금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던 당시 원자력병원 원장과 마주앉아서 무슨 의논을 할 때였지요. 그분이 나의 흡연에 대해 한두 가지 질문을 했는데, 나는 그때 그게 아주 고까웠습니다. '제가 뭔데 나에게……'

 

그런데 '이것 참!' 외손자 녀석이 인터뷰라며 아홉 가지로 꼬치꼬치 묻는 질문에는 순순히, 하나도 귀찮지 않고 대답해 주게 되었으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 더구나 아무리 객관적 입장에서의 답변이라 해도 그렇지,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담배의 좋은 점은 겨우 한두 가지만 말하고, 그 해악 중심으로 고분고분 답변하고 있는 자신이 무슨 홍보대사나 되는 양 한 꼴이라니……

 

 

 

 

1. 담배를 언제부터 피게 되셨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피우게 되셨나요?

⇒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같이 피워보자고 꾀어서.

 

2. 담배를 피우셨을 때 그 충동감은 어떠셨나요?

⇒ 특별히 맛이 좋다기보다 아직 철이 없었던 때여서 마치 내가 어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

 

3. 담배를 피울 때 좋은 점, 나쁜 점은 각각 무엇인가요?

⇒ 그게 좋은 점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 때, 담배를 한 대 피우면 생각이 날 때가 있고,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마음을 갈아 앉혀 주기도 하고, 외로움이나 괴로움을 달래주기도 하는 것 같았지.

나쁜 점은 수도 없는 것 같구나. 나는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지. 다른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도 그렇고, 금연구역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게 하니까 그 규칙을 어기는 범죄자가 될 수도 있지 않겠니?  또 돈도 들어가고, 주머니가 항상 더럽혀지고, 담배와 성냥 혹은 라이터를 가지고 다녀야 하고,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키기도 어렵고, 어쨌든 나쁜 점은 수도 없이 많지.

 

4. 담배를 끊고 싶으셨던 때가 있으셨나요?

⇒ 있었지. 특히 건강 때문에. 겨울만 되면 감기에 걸리고 늘 기침을 하고, 특히 남들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기침을 해야 하니 '이거 안 되겠구나.' 싶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

 

5. 담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있으면 어떻게 불이익을 당하셨나요?

⇒ 나의 경우에는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았단다.

 

6. 담배의 맛은 어떻기에 많은 사람들이 중독되는 것일까요?

⇒ 담배의 맛 때문에 중독이 된다기보다는 그 성분 때문에 중독이 되는 것 같더구나.

 

7. 결국 완전히 담배를 끊게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너도 알겠지만 할아버지는 협심증이란 고약한 심장병으로 병원에 실려가서 수술을 받았지. 그러니까 그 이후로는 어쩔 수 없이 금연을 하게 된 거지.

 

8. 요즘도 담배를 피우고 싶으실 때가 있으신가요?

⇒ 그럼, 피우고 싶기야 하지. 그렇지만 참아야 하지 않겠니? 만약 어느 과학자가 담배를 피워도 건강에 전혀 지장이 없게 하는 약품을 개발해 낸다면 다시 피우고 싶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겠지?

 

9. 마지막으로 저에게 담배가 무엇인지, 얼마나 혹은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한 말씀 해 주세요.

⇒ 담배는 중독성과 습관성이 있는 고약한 기호품이야. 그러니까 담배 피우는 사람 옆에도 가지 않는 게 좋아. 담배를 피우는 순간, 자신의 소중한 몸을 그 해악의 구렁텅이로 던져주는 거나 마찬가지 일이 일어나게 되는 거지.

할아버지는 우리 선중이에게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할아버지는 그걸 굳게 믿고 있겠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난 아주 행복해.”  (0) 2012.09.06
외면  (0) 2012.08.31
초등학생 김선중의 근황  (0) 2012.08.28
저 생명력!  (0) 2012.08.21
외롭고 무서우면  (0) 2012.08.19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