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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글 쓰는 여우 Ⅱ

by 답설재 2012. 7. 2.

지난번 글 「거짓말을 자꾸 하면」은 거짓말에 대해 크게 느낀 바가 있어서 쓴 글이었습니다.

 

거짓말을 밥먹듯하는 사람을 보면 어느새 자신마저 그 거짓말에 물이 흠뻑 들어서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줄도 모르게 된다는 것이며, 드디어 아주 신이 나서 그 거짓말을 점점 더 보기좋게(듣기 좋게) 각색하게 됨으로써 망나니이면서도 착한 사람 행세를 하고, 불효막심한 녀석이면서도 효자노릇은 독판 한 것으로 내세우며 다닌다는 걸 고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 좀 보십시오!

그 글을 읽은 제자 한 명이 저에게 거짓말 좀 하겠다며 저를 보고 40년 전 그 눈빛과 지금의 눈빛이 너무나 같고 단지 옷차림과 머리색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래, 자신은 얼굴 까만 10살 소녀이고, 저는 ‘20대의 그 펄펄 날던 선생님’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늘 건강해서 오래 볼 수 있도록 하자, 이 블로그의 파란편지도 오래 오래 읽어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더구나 둘이서 공모(共謀)라도 했다는 듯 곧 저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다른 제자 한 명이 나타나 그 얘기를 거들었습니다.

 

그들의 생각은, 거짓말을 자꾸 해서 참말이 된다면 기꺼이 해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그렇습니까? 저는 이미 마음도 몸도 지쳐 그날들의 그 형형하던 눈빛이 사라져 버렸으니 그걸 어디 가서 되찾아오겠습니까?

병이 났었다는 것은, 이 몸을, 마음과 정신을, 너무 혹사시킨 점이 있다는 뜻일까요?

그렇다면 그걸 알고 좀 느슨하게 지내면 이 세월의 진도를 좀 늦출 수는 있을까요? 그게 사실은 요즘의 제 주제이긴 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저 아름다운 제자가 멋진 글을 쓰는 걸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기는 합니다.

 

 

 

 

지난해 여름에 수필가로 등단한 그의 당선소감을 읽어보면 이대로 사라질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 당선소감이 어떤 글입니까? 문학을 하는 사람이 평생 거의 한 번만 쓰는 글 아닙니까?

 

저는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으로 등단하는 사람들의 당선소감은 꼭 읽어보고 있습니다.

문학가들은 그 글을 얼마나 중요한 글로 여기는지,

그들은 그 글에 얼마나 큰 열정을 쏟는 것인지,

어떤 이는 당선된 시보다 더 시적(詩的)인 글을 쓰고,

어떤 이는 당선된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콩트를 쓰고,

어떤 이는 그 소감으로 모든 빚을 갚겠다는 듯 그동안 신세진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어떤 이는 앞으로 세상을 뒤흔들 글을 쓰겠다는 어마어마한 포부를 밝히고…………

저는 한때 당선소감만 모아 책을 내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저 수필가의 당선소감을 보면 제가 주인공이 되어 있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말하자면 저 수필가의 마음의 '대부' 같은 것이 되어 얼마쯤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선소감이 어떤 글인지 알면서 어떻게 모른 척하겠습니까?

 

 

 

 

 

 

 

 

 

그의 당선작 두 편 중에서 「글 쓰는 여우」는 지난여름에 이미 소개했습니다.

http://blog.daum.net/blueletter01/7637864

다른 한 편은 다음과 같습니다.

 

 

 

 

 

 

P.S.  "거짓말을 자꾸 하면 그 거짓말을 하는 본인조차 자신의 거짓말에 속게 된다"  "이 세상에는 그런 짓을 하는 실제 인물이 있다"  "우리는 그런 녀석들에게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런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데도, 인간성이 저와 판이하게 다른 아름다운 사람들 때문에 이야기의 본질이 뒤집어졌으니까, 언제 기회가 되면 제 의도대로 또 "거짓말을 자꾸 하면" 안된다는 글을 써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들이 또 달려와서 지금처럼 "선생님, 제 거짓말에 한번 속아 보시렵니까?" 그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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