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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060

창밖의 풍경 Ⅱ 지난 4월 16일에 쓴 「창밖의 풍경」이란 글의 뒷부분입니다. 지금은 이 풍경을 내다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학교에 있을 때보다는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가끔 저 창가에 비둘기가 날아오기도 합니다. 창가가 넓어서 비둘기가 머물다 가기에는 좋은 곳입니다. 비둘기가 환경을 어지럽힌다고 해도 나는 끝까지 비둘기네 편입니다. 아니, 전에는 굳이 비둘기편도 아니고 인간들의 편도 아니었으나 최근에 비둘기편이 되었습니다. 이유? 언제는 평화의 상징이니 뭐니 해대다가 하루아침에 해로운 새라고 윽박지른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게 뭐가 있습니까! 그러는 인간들은 뭐가 그리 깨끗하답니까! 인간의 마음이 그렇게 간사하고 그렇게 잘 변하는 걸 저 비둘기가 얼마.. 2010. 7. 26.
'아름다움'에 대한 오거의 주장 "'아름답다'고 하려면 상하(上下)·내외(內外)·대소(大小)·원근(遠近) 등의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초나라 영왕(靈王)이 장화대(章華臺)를 완성하고 그 웅장한 아름다움에 도취하자 오거(伍擧)가 그렇게 주장했다고 합니다(리빙하이(李炳海) 『동아시아 미학』 136). 독재(獨裁)는 박물관 유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지만, 오히려 지금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글을 읽을 때입니다. 오거가 저 말을 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영왕은 오거의 말을 경청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독재는 대통령·수상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誤算)'일 것입니다. '정치(政治)'는 우리 생활 전체.. 2010. 7. 22.
이 얼굴 Ⅷ (행복한 순간의 배우 윤여정) 배우 윤여정이 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은 소감이 인상 깊었습니다. 능청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렇디고 내숭스럽다고 해도 그렇고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고급스럽고 참했습니다. "늙는다는 건 굉장히 불쾌한 일이에요. '아름답게 늙는다'는 건 개수작이라고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하고 똑같아. 안 되는 일이거든요." "배우가 마흔, 쉰 넘어갈 때 제일 힘들어요. 주연에서 조연으로 내려가니까 비참하고 힘들어요. 그걸 잘 견뎌내면 철학자가 되고 '난 주인공이야' 하고 버티면 딴따라가 되는 거예요. 인생도 페이드 아웃(fade out) 하잖아요. 이 나이에 '(전)도연이보다 잘할 수 있는데' 하면 흉하잖아. 노욕(老慾)이잖아." "85년에 (미국에서) 돌아와 보니 제가 떠날 때 노바디(nobody)였던 후.. 2010. 7. 19.
이 얼굴 Ⅶ (김정우) 이 얼굴 Ⅶ (김정우) 개그에서 나온 말인가요? 그 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 이 사회 흐름에서 파생되는 어쩔 수 없는 부조리 같은 것, 부작용, 폐단, 어두운 면, 그런 것을 요약하여 지적하는 말 중의 한 가지가 아닌가 싶은 그 말. 이 얼굴을 보면 그것도 아니지 않은.. 2010. 7. 9.
가치경영 Ⅰ 가치경영 Ⅰ 1990년대의 어느 날, 경상남도교육연구원이었을 것입니다. 원장이 출장을 내려간 교육부 편수국 연구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로 열심히 일했고, 한시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세월이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한 것인지……” “….. 2010. 7. 7.
맞담배 유감(遺憾)·유감(有感) 맞담배 유감(遺憾)·유감(有感) 만 47년을 피워댄 담배 이야기입니다. 교육부에 있었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모두들 사무실에서 뻑뻑 피워댔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서너 살이나 위인 선배들이 보는 데서 어떻게 담배를 꼬나물었겠습니까? 요즘은 어떻습니까? 이제 담배쯤은 완.. 2010. 7. 5.
다시 공부한다면 점심때는 자주 이곳 교보문고에 다녀옵니다. 지금까지는 주민번호를 입력해주면 적립해주던 마일리지를 7월부터는 북클럽카드가 없으면 해주지 않겠다고 해서, 오늘은 그 카드를 새로 발급받으러 갔었습니다. 저는 다시 공부한다면 어떤 공부를 할까,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더러 합니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까지는 "그거야, 교육학이지요!" 그런 대답을 했지만, 사실은 '아,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이렇게 많은데, 그 중에서 또 한 가지라니……' 하고 오래 망설여야 할 것입니다. ‘미학(美學)’도 그 중 한 가지입니다. 오늘은 그곳에 간 길에 F 26-1에서 미학에 관한 책 구경을 했습니다. 『동아시아 미학』은 600페이지나 되는 책이어서 눈에 띄었습니다. 저자 리빙하이(李炳海)는 저처럼 1946년에 태어났답.. 2010. 7. 1.
교장선생님, 지금 뭐 합니까? 노래방에 가본지 오래입니다. 요즘도 그렇습니까? “한 곡조 뽑으시라!”고 그렇게 권유해놓고는 정작 벼르고 별러서 그 '한 곡조'를 뽑으면 “한 곡조 뽑으시라”고 사정을 하던 그는 옆 사람과 고래고래 떠들어대고 다른 이들은 각자 다시 한 곡조 뽑을 준비로 곡목집을 뒤적거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마이크를 쥔 사람은 모니터를 쳐다보며 혼자서 가수 흉내를 내고…… 내가 받은 메일입니다. 나는 퇴직한 후에도 블로그 운영한답시고 이렇게 살고 저분은 저분 나름대로 무슨 카페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나는 가물가물하지만 그는 나를 제법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퇴직한 것도 알고 내 건강도 염려하면서 컴맹인 나를 구원하고 싶어하고 컴을 못하면 장관, 군수를 지냈어도 다 소용없다면서 손자 친구 아들 며느리라.. 2010. 7. 1.
명사(名士)의 베스트셀러 참 부끄러운 글이지만, 지난 5월 21일에 소개한 졸고(拙稿) 「가끔 절에 가서」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 …(전략)… 나는 어느 절에 가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느니 어떠니 하는 소리도 들었는데, 문득 부처님을 찾아가 절하는 사람이 나처럼 이렇게 시주는 조금만 하면서 여러 가지를 골고루 빌면 그 소원을 어떻게 다 들어주겠나 싶어서 그렇게 비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이렇게 빌었다. “부처님, 구체적으로 빌지 않겠습니다. 다만 부디 제가 좀 착한 놈이 되도록 해주십시오(‘내가 착한 놈이 되면 당연히 내 가족도 저절로 득을 보겠지.’).” 그.. 2010. 6. 24.
6·25 전쟁인가 한국전쟁인가? 아침에 우체국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어느 식당을 마련하여 6·25 참전용사를 모시겠다는 내용을 나타낸 현수막이 걸린 걸 봤습니다. 올해는 6·25 전쟁이 일어난지 6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런지 이런 행사가 부쩍 많은 것 같습니다. 어제 신문에서는 6·25 전쟁 사진전을 하고 다니는 분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어느 젊은이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아저씨, 왜 그러고 다녀요?" 하더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렇습니다. 그러므로 이 전쟁의 이름을 뭐라고 하느냐는 문제도 그리 간단하지가 않고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신문에는 다음과 같이 그 전쟁을 가리키는 용어가 「6·25 전쟁」과 「한국 전쟁」으로 혼용되고 있다는 기사도 실렸습니다.1 나는 한때 교육부에서 편수관으로 근무하며 '이런.. 2010. 6. 23.
이 얼굴 Ⅵ (그 밤들의 붉은악마) '붉은악마'는 2002 한·일 월드컵 때도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 참 아니꼬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교수나 학자 등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마치 자신이 그 '붉은악마군단'을 창설한 것처럼, 혹은 자신은 그런 문화가 창조될 것을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회의장 분위기를 주름잡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나도 이번에 '붉은악마'들을 잘 봤지만 정말로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오죽 좋겠습니까. 그걸 그렇게 하지 않고 무슨 문화니 뭐니 하면서 그걸 현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자신이 '도사'기 때문에 벌써부터 이런 걸 다 알고 있었다는 둥 어떻게 했다는 둥 온갖 폼을 다 재니 그 꼴이 얼마나 아니꼬왔겠습니까. 두고 보십시오. 그들은 이번에도 또 그렇게 할 준비를 하.. 2010. 6. 20.
외손자 선중이 Ⅳ-고생이 극심할 담임선생님- 외손자 선중이 Ⅳ - 고생이 극심할 담임선생님 - 지난 화요일은 제 외손자 선중이가 그애 친구에게서 이천원 짜리 치킨을 얻어먹은 날입니다. 그 친구가 다른 공부는 잘 해도 한자를 잘 못하기 때문에 제 외손자가 가르쳐주기로 하고 80점 이상을 받으면 치킨을 사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한.. 2010.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