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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060

이 얼굴 Ⅴ(조수미, 소녀시절의 꿈) 이 얼굴 Ⅴ - 조수미, 소녀시절의 꿈 - 『samsung&u』 2010년 5/6월호 첫머리의 ‘짧은 만남 긴 추억’이라는 이름의 인터뷰(3~11쪽)는, 성악가 조수미가 주인공으로, 제목은 「자신감은 치열한 노력에서 나온다」였습니다. 그 중 한 마디만 인용합니다. 김 : 10대 때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서 오늘.. 2010. 6. 14.
노인취급 Ⅰ 노인취급 Ⅰ 저녁에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데 한 여학생이 불쑥 다가섰습니다. 나중에 28세라고 한 그 학생은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예쁜 사람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앙케트 답 좀 해주실래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가정과 4학년이라고 했습니다. 보안등 아래의 벤치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짐작한대.. 2010. 6. 8.
차이코프스키 '6월(June : Barcarole)' 이런 음악은, 그때 우리가 정말 너무나 분주할 때, 잠시 시간을 낸 어느 산장 같은 그런 곳에서 들었다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잠시라도 그런 시간을 가지면서 살았더라면 내 마음도 이렇게 삭막하지 않고, 지치고 피가 흐르지 않아서 병원에 가는 일도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이미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 음악을 듣는 느낌으로 지냅니다.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생활입니다. 이 건물 1층 커피숍에 도착하면 커피를 주문하고 그걸 받아서 4층 내 방으로 올라옵니다. 그뿐이고 늘 조용합니다. 「6월(June : Barcarole)」처럼……. 녹음이 짙어가는 유월인데도 창 너머 저 거리는 조용합니다. 한 단어로 이야기하라면 차이코프스키의 『사계(四季)』 중 「.. 2010. 6. 7.
고백 고백(告白) 퇴임 교장 서운(瑞雲) 선생이 며칠에 한 번씩 보내주는 메일을 보면, 가령 일본의 희한한 분재, 중국의 기기묘묘한 풍광, 늙은이들이 힘써야 할 섭생 등등 한가한 사람이면 눈요기가 될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 자료들을 보면서, 이런 걸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지, 저작권에 걸리는 건 아닌.. 2010. 6. 2.
외손자 선중이 Ⅲ 월요일 오전에 다시 병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5월 들어서 메스껍고 어지러운 느낌이 들 때가 있더니 그 증상이 차츰 심해지는 것 같아서 예약을 했습니다. 어지럽고 메스꺼운 느낌이 지나가면 몸이 파김치가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입원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약만 조금 바꾸면 된다는 진단이 나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외손자가 저녁에 전화를 하더니 다짜고짜 "몸은 어때요?" 하고 물었습니다. 전화를 끊을 때도 그랬습니다. "건강하셔야 해요?" 언제부턴가 그 아이의 인사는 그렇게 됐습니다. "건강하셔야 해요?" 아니면 "건강하세요." 지난 4월 11일, 제 외삼촌 결혼식날에도 그 애는 저만 따라다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에도 제 몸은 그런 큰일을 치루기에는 벅찼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합니까. 제.. 2010. 5. 30.
가끔 절에 가서 아침에 P 씨에게서 전화가 오더니 다짜고짜 “절에 가지 않습니까?” 하고 난 뒤 본론을 꺼냅니다. 그 전화를 받고 생각난 L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교회에 다니는 그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에 오르지 못하면, 속리산 법주사는 평지에 있잖아요. 대전까지 KTX 타고 오면 거기서 한 시간 만에 법주사에 데려다 줄게요.” 아내에게 사람들이 내게 절 이야기를 꺼내는 게 이상하다고 했더니 석가탄신일이기 때문이지 별 뜻이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절에 가본 지도 오래됐지만,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자』는,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한 제목의 졸저에 실었던 그 원고가 생각났습니다. 가끔 절에 가서 “누구네는 예수를 믿어 살림이 어떻게 되었다네”, “아비에게 어떻게 대하고, 제 할아비 제사도 지내지 않는다네”…… 같은.. 2010. 5. 21.
지난봄, 그 가로수들 지난봄, 그 가로수들 지난봄, 제가 올림픽도로를 지날 때의 그 가로수들입니다. 가로수들이 이처럼 잎도 달지 않고 지내던 때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제 느낌에는 불과 며칠 사이에 그야말로 ‘녹음’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당장 다시 한 해의 가을, 겨울이 오고 있다는 얘기.. 2010. 5. 20.
가져온 글 '마음 가다듬기 연습' 『아이사랑http://www.talkwithkids.net/』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여성 장학사가 있습니다. 그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어 더러 찾아가봅니다. 오늘 거기에 들어갔다가 다음 글을 가져왔습니다. 여성은, 다릅니다. 마음 가다듬기 연습 따뜻한 커피 마시기 너 참 괜찮은 녀석이야, 칭찬하기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하면 안돼 너무 당황하게 만들어도 좋지않아 그렇게 이야기 하다가 미뤄두었던 책 읽기 혹시 생리적인 현상으로 예민해졌는가 날짜 따져보기 착하고 따뜻한 기사 읽기 친구에게 메일 보내기 잠깐 하소연 하기, 수다 나누기 그리운 사람들 마음껏 그리워 하기 눈물 한 방울, 나오면 흘려보기 2010. 5. 13.
그리운 아이,「생각하는 자작나무」 「생각하는 자작나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아이가 지어준 인디언식 이름 '바다를 비추는 등대'의 시효가 끝났다고 했는데도 저렇게 "바다를 비추는 등대, 김만곤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그 아이의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입니다. "역사는 굉장히 흥미롭고, 역사 속의 어떤 사람이든 저는 그 사람을 나쁘게 보지 않으려 해요. 역사 속의 기록은 언제나, 절대적으로 선이 승리하니까요. 그건 선이 승리한다기 보단, 승리한 것이 선이 되는 거겠죠. 그 사실은 꽤나 슬픈 일인 동시에 꽤나 멋지기도 해요. 어떤 일이 일어났던지 바꿀 수 있는 것이 기록인 거고, 제가 승리하게 된다면 저는 지금을 지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가령 제가 독도문제를 이야.. 2010. 5. 10.
나의 어린이날·어버이날 어버이날 아이들 중 누군가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던 몇 년 전까지의 아침들이 떠오릅니다. 나는 그렇게 가슴을 대어주는 시간이 참 어색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주로 남성 쪽이 어색해하는 건 아닙니까? 여성들은 가령 “무슨 선물을 줄 거냐?”고 대놓고 물어보기까지 하지만, 남성들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카네이션 한 송이만 해도 어색한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어색합니까? ‘내가 저 아이들을 위해 한 일이 뭐냐, 기껏해야…… 그것조차 아내 앞에서는……’ 내심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인 건 아닐까요? 어쨌든 그 ‘떳떳한’ 어머니날을 뭐 하려고 ‘어버이날’로 바꾸어 이렇게 난처하게 하나, 싶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신문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버지 100명 중 6명.. 2010. 5. 9.
영웅 해군 남상사! 「영웅 해군 남상사!」 이 제목이 어떻습니까? "누구 말이야?" 그렇게 묻고 싶습니까? 지난 4월 4일 오후 연합뉴스의 아래 사진을 보십시오. 고(故) 남기훈 상사에게 그런 호칭을 붙여보았습니다. 남기훈 상사에 대한 기사는 그날 신문 1면에도 게재되었지만, 다음과 같은 눈물겨운 기사도 보였습니다. 1 일부만 옮깁니다. …(전략)… 거실벽 한가운데에 연미복과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랑·신부의 모습이 담긴 가로 40cm, 세로 30cm 크기 십자수 작품이 보였다. '결혼 4주년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나의 아내 영신에게'란 글귀가 눈에 띄었다. 남 상사가 6개월 넘게 정성 들여 만든 선물이었다. 자상하고 속 깊은 남편을 잃은 부인의 통곡은 길고도 깊었다. 남 상사는 197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전주의 전라중학교.. 2010. 4. 22.
창밖의 풍경 젊었을 땐 창밖의 풍경도 내다보지 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지낸 그 오랜 세월에는 18층 창 너머로 인왕산의 사계(四季)와 인파, 자동차 물결, 전광판들, 시위대의 모습 같은 것들을 자주 내려다보며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찾아간 곳이 2004년 9월 1일의 용인 수지의 성복초등학교였습니다. 그 학교 1층의 교장실에서는 송화가루가 날아들고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그 앞의 나지막한 동산을 내다보며 시름을 달랬습니다. 아침에 교장실에 들어가면 귀뚜라미가 울기도 했습니다. 그 곳에서는 몇 명의 어머니들이, 아이들이 공부하느라고 여념이 없는 시간에 교장실의 열려진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면서 "오빠! 뭐 해요?" 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까르르 웃으며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까페를 .. 2010.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