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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공이나 뻥뻥 찼으면...

by 답설재 2011. 12. 23.

 

 

외손자가 썼습니다. 저녁을 먹고 앉아 있는데 녀석이 숙제를 했다면서 이걸 보여주었습니다.

 

 

 

안부 인사

 

 

학교에 갈 때는

레고 병정들이

"안녕, 굳모닝!"

 

학교에서 돌아오면

식물들이 반짝이며

"힘든 일 없었니?"

물어본다.

 

학원가방을 들자

벽지속의 거북이가

"발표 잘해!"

격려하고

 

터벅터벅 돌아오자

물고기가 반긴다.

"어서 와!"

 

나는 이제

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나 없어서 심심했니?"

 

 

 

그러지 말고(이런 건 대충대충 하더라도),

그렇다고 3학년 때까지처럼 더러 아이들과 씩씩대며 싸우지는 말고,

그저 공이나 뻥뻥 찼으면 좋겠습니다. 전에는 그런 것 같았는데,

책을 들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신이 없습니다. 이 아이는 크리스찬이니까 크리스마스라고 책 네 권을 선물로 보냈더니 저녁에 전화로 이미 두 권은 다 읽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아이가 이런 글을 쓰는 걸 좀 못마땅해 하는가?' 생각하다가 '나처럼 약골로 살아가지 말고 공이나 뻥뻥 차며 살아가면 더 좋겠다는 거지' 생각했습니다.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