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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형제(兄弟)란 무엇일까?

by 답설재 2011. 12. 8.

어느 거대 그룹 형제가 완전히 갈라섰다는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 형제, 완전히 갈라섰다」(C일보, 2011.12.1, B5면). 기사에 붙여진 '□□그룹 계열분리 현황'이라는 그림을 보면 형과 동생이 각각 세 개씩의 회사를 거느리게 되니 그만큼씩이라도 거대 그룹이 됩니다. 그러니까 갈라섰거나 어쨌거나 부럽다고 할 사람도 있고, "까짓거 돈만 많으면 뭐 하나!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지." 그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기사는 대부분 그룹이 어떻게 분리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고, 형제가 어떻게 갈등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만 소개하고 있습니다. 남의 집안 사정이니 그럴까요?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 회장과 ○◇◇ 회장이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계열분리로 결론이 나는 것이다.' '이들은 비슷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 회장 부자와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 회장 측이 ○○○ 회장의 측근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소송전 이면에 경영권 갈등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이 마무리되면 형제 간 앙금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이 정도가 행간(行間)에서 그 집안 사정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돈이나 권력과 부모형제는 어떤 관계일까요? 옛날 왕실의 권력 암투에 관한 역사를 읽어보면 부자(父子)나 모자간(母子間)에도 죽이고 죽는 일이 적지 않았고, 형제간의 투쟁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오죽하면 형제 중의 하나가 왕이 되면 나머지는 산으로 보내 승려로 일생을 마치게 했겠습니까.

 

요즘은 어떻습니까? 정치적인 권력이야 선거에 의해 가지게 되는 거니까 좀 다른 문제가 되었고, 형제 중의 누가 큰 권력을 가지면 형제간에 서로 도와가며 나쁜 짓을 하다가 그 권력을 내놓게 되면 두 사람이 모두 감옥에 가기도 하지만, 돈에서 나오는 권력은 아직도 시퍼렇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관계가 좋으면 감히 제 가족을 건드렸다고 쇠몽둥이라도 동원하고 그렇게 해도 법이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참 어이없는 경우도 볼 수 있지만, 그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부모도 없고 부부도 없고 형제도 없는 것이 돈 아닙니까? 그러니까 돈에 눈이 멀면 부모도 죽여 없애는 게 인간이니까 그 눈에 형제가 뭐 중요한 존재가 되겠습니까?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겠지요.

 

 

 

 

그래서였을까요? 형제를 '비견(比肩)'과 '겁재(劫財)'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비견'이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뜻이고 '겁재'는 재물을 겁탈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형제간이 '비견'일 때는 참 좋지만 '겁재'가 되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원수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관계라는 게 묘해서 동생이 형을 무조건 존중하고 따르면 참 좋지만, 동생이 잘나고 똑똑하거나 돈을 많이 가지게 되면 그 중에는 그가 형 노릇을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게 탈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형제 모두 가난하고 서러우면 '비견'으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어려움을 지나면 그만 서먹서먹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입니다. 말하자면 가난한 집안에는 '비견'이 더 많고, 돈이 많은 집안에는 '겁재'가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 말이 틀린 것이라면 형제간을 옛부터 '비견'과 '겁재'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사례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형제(兄弟), 형제가 무엇일까요? 우리의 부모님께서 그처럼 애지중지하시고, 하나라도 더 두시고 싶어하시던 그 형제자매…… 그러나 '그 참 이상하다. 왜 내게 그렇게 대할까?' 까닭 모를 틈이 생기면 그건 돈 때문인 게 형제자매간인 것은 아닐까요? 나중에 알고 보면 그는 그때 이미 돈에 물이 들어 형제의 인연이고 뭐고 다 팽개치는 게 세상 아닐까요?

 

형제, 글쎄요, 없으면 '외로울' 때가 있고 있으면 '괴로울' 때가 있는 인연이 형제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참고자료 1>

 

거의 모두가 가난하고 또 그 가난에 의연하게 굴복한다. 그런데도 돈에 관한 사안들은 일종의 현혹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그럴 때 그들의 얼굴은 금방 심각해지고 확신에 차는데 바로 그것에 나는 낙담하고 말을 잃은 채, 그들을 거의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 조르주 베르나노스·정영란 옮김,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민음사, 2011), 52쪽에서.

 

 

<참고자료 2>

 

비견과 겁재는 명리학에 나오는 용어입니다. 다음(DAUM)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자료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명리정종 [命理正宗]명리학 | 브리태니커

사주팔자(四柱八字)에 바탕해 인간의 운명을 판단하는 술서(術書).

 

불분권 1책. 필사본. 편자와 편찬시기는 미상이다. 이 책은 〈적천수〉와 〈연해자평〉의 기본적 입론을 설명하고, 사람들의 사주를 적용시켜 그 입론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중간중간에 〈개선편〉〈고가〉〈촌감〉〈만금부〉〈연원가〉 등을 인용하면서, 추명이론(推命理論)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비견(比肩)·겁재(劫財)·식신(食神)·상관(傷官)·인수(印綏)·재(財) 등 사주에서 운명을 추정하는 주요개념 중 상관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부상관십론 附傷官十論〉에서 오관(五官 : 耳目口鼻心)이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의 오운(五運)에 적절하게 조화되지 못한 상관이야말로 인간운명을 결정하는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하양승(夏良勝) 등 28명의 사주를 검토하면서 부귀의 명, 부의 명, 귀의 명, 극귀의 명, 평탄한 운명 등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사주팔자에 의해 운명이 이미 결정되어 있음을 전편에 걸쳐 강조하고 있으며, 명리학(命理學) 연구에 도움이 된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