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워싱턴 고통완화의료연구센터의 조앤 린 박사는 그 과정을 3가지로 분류했다.
① 비교적 장시간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마지막 2개월 정도에 급격히 기능이 떨어진다. 대표적 질변은 암
② 급격히 증세가 악화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기능이 떨어지고 마지막에는 비교적 급격한 경과를 보인다. 대표적 질병은 심장질환이나 폐질환의 말기
③ 기능이 저하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된다. 대표적 질병은 치매나 노쇠
여명이 2주일 미만이 되면 갑자기 일상적인 행위가 불가능해지고 마지막에는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②의 심·폐질환이나 ③의 치매의 경우도 행동에 장애가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심·폐질환의 경우 비교적 급속도로 최후를 맞이할 확률이 높고 치매는 ①의 암보다 훨씬 천천히 기능 저하가 일어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느 쪽이든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이동, 배변, 배뇨, 식사, 수분 섭취가 가능한 사람은 정말 행운이다.
안타깝게도 한 번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
또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상실감에 정신적으로도 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다가오는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위협당하면 누구나 근원적인 의문이 생긴다. '내 인생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왜 나는 죽지 않으면 안 되는가?'와 같은 의문이다. 그리고 그 의문에 답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걷지 못하게 되면 화장실 출입도 힘들어져 결국 침대 위에서 볼일을 보게 된다. 이 시기에는 항문이완이라고 해서 항문의 근육이 늘어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이 새는 경우도 많다. 평소 깔끔한 성격의 사람에게는 특히 견디기 힘든 상황이므로 정신적으로도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이 시기가 되면 환자는 물론 옆에서 간병하는 가족들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 통증으로 괴로워하거나 누워서 꼼짝 못 하는 환자를, 이제 곧 닥칠 영원한 이별을 예감하며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 무렵 가족이 곁에서 지켜주는 일은 상당히 중요하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듯하지만 환자는 분명히 가족의 존재를 느낀다. 힘들지만 가능한 환자 곁을 지키고 가만히 말을 걸거나 손을 잡거나 쓰다듬어 주면 환자에게도 큰 힘이 된다.
여명이 24시간에서 48시간 정도가 되면 최후의 고비가 기다린다. 나의 경험으로는 사망 24시간 이전 무렵이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이때 환자는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무력감에 시달리는 듯하다. 그야말로 '마지막 고비'인 것이다. 이 시기에는 간헐적으로라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사람은 정말 쉽게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때는 환자도 마지막 고통을 느끼는 듯하다.
이 시기에 가족들이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 2가지 있다.
첫째, 이 단계에서 환자는 거의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략)…
둘째, 환자의 청각은 마지막까지 기능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여명이 일(日) 단위가 되면 환자는 고통에서 벗어나 꿈꾸는 듯한 상태가 되는 것 같다. 그런 반면 외부의 소리는 확실히 들린다고 한다. 가족에게는 여전히 환자가 괴로워 보일지 몰라도, 또 말을 걸어도 거의 반응이 없기 때문에 곁에서 지켜보기 힘든 시기지만 마지막까지 환자의 곁을 지켜주어야 한다.
큰 소리가 아니라 귓전에서 상냥하게 말을 거는 것도 좋다. 손을 잡아주거나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행동도 저세상으로 떠나는 환자의 발길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호스피스 전문의 오츠 슈이치의 글입니다.
호스피스는 불치병, 그 중에서도 주로 말기 암에 걸린 환자의 고통을 완화시키는 의료를 뜻합니다.
이 글을 어디에서 옮겼는지는 다음 기회에, 곧 밝히겠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다만, 저는 필요해서 군데군데 가려서 이렇게 옮겨두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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