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김유정역에서 내리면 실레 이야기 마을에 갈 수 있습니다. 그곳에는 세 번을 가봤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두 번째는 아내와, 세 번째는 동향 친구들과 함께였습니다.
친구들은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기 위한 여행이었으므로 그곳에서 내려 시간을 맞추는 의미가 없지 않으면서도 일행 중에 '내노라' 하는 시인이 한 명 포함되어 있어 다행이었지만, 지난해 초여름 아내와 함께 갔을 떄는 생뚱맞은 코스라고 할 줄 알았던 것이 "웬 김유정문학관이냐?"는 표정도 짓지 않았고, 더구나 서너 시간 걸려 금병산 기슭의 '실레 이야기길'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았는데 그래서인지 지금 떠올려도 그 마을이 정겹게만 느껴져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더 찾아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나 물건은 물론, 어떤 장소, 여행지도 알게 될수록 정겨워지는 건 당연한 이치인 것 같습니다.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아끼고 사랑하게 되고 애착심을 갖게 되고…… 그러다가도, 하늘이 갈라져도 변함없을 것 같았던 것도 돌연 혹은 어느새 슬며시 변해 버리는 게 인간이고 그 인간의 마음이긴 하지만.
책을 읽다가 소설가 김유정의 이름을 발견하고 실레 마을이 떠올랐습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예요?" 처음 뵙던 날 거두절미하고 던지신 질문이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하고 김유정이라고 말씀드리자, "나하구 같네"라고 하셨지요. 돌이켜보면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하고 김유정이라는 이름이 툭 튀어나온 덕분에 그로부터 15년이 넘게 당신 주변에서 얼쩡거릴 수 있는 특권을 얻은 셈이었으니까요. …(후략)…
- 『현대문학』 2010년 3월호, 박완서 추모특집의 전경자, 「맑고 깊으신 박완서 선생님」 중에서.
- 아, 박완서 선생은 김유정을 좋아했구나.
- 그날 동향 친구들과 김유정문학기념관에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그 시인에게 내가 그랬었지. "『동백꽃』을 읽어보면 詩를 읽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박 시인은 어떻습니까? 우리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도 박씨였는데 김유정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국어책에 나온 「봄·봄」을 이야기하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 블로그의 <책보기> 중에서 『동백꽃』(2010.1.1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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