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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잘 웃지 않는 이유

by 답설재 2013. 3. 28.

길에서 주운 행운을 의심하듯 올봄의 화창한 날씨를 불안해하던 이곳 사람들은 최근 며칠간 계속되는 흐린 날씨 아래서 오히려 안심한 표정이다. 한시적인 행복이 곧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보다는 계속되는 불행을 감수하는 편을 선택하는 인간의 심리가 아니고 무엇일까.

 

                                            ── 이화열 에세이, 「엘리스를 위하여」 (『현대문학』 2012년 7월호, 251쪽) 중에서.

 

 

 

 

나는 그 어떤 일에서든, 그것도 '여유'라고 할 수 있다면, 여유를 두는 편입니다.

'이 약속이 깨질 수도 있다.'

'답장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서로 멀어질 수도 있다.'

'이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즐겁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곧 우울해질 수 있다.'

'돈이 없어서 난처해질 수도 있다.'

'저 사람이 화를 낼 수도 있다.'

…………

 

 

 

 

그렇다고 아주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사는가 하면, 절대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그렇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만약 내가 그렇게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살아왔다면 이미 몸도 마음도 다 망가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 몸과 마음이 많이 망가진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오히려 긍정적이고 낙관적일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유지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무슨 수가 나겠지.'

'그때 가서 무슨 수를 강구하면 되겠지.'

'나 혼자 갈 수도 있지.'

'실패할 수도 있지.'

'돈이 들어올 때도 있겠지.'

…………

 

 

 

 

그럼, 어느 쪽이냐 하면, 당연히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경우에 더 비중을 두게 됩니다. 그게 나를 괴롭히기 때문에 그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야 너무 큰 폭으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늘 행복하다'는 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행복이라는 건 장마에 잠시 얼굴을 내미는 햇살 같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값진 것이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그걸 모르고 좋다고 해해거리다가 곧 눈물을 글썽거리는 꼴을 보이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눈물을 글썽거리는 일을 자초하지 않겠다는 경계심이 이 가슴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에 의한 손해나 결점은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복을 두고 까불어댄다"는 말을 소홀히 하기는 절대로 싫습니다.

 

뭐라고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아! 내가 가진 고질병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내가 이러다가 큰병으로 쓰러져 죽는 거나 아닌지 몰라.'

그런 우려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고질병이 대신해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렇게 하여 병원 신세를 진 것이 그만하기 다행 아닌가 싶고, 이 정도로 골골하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은 것입니다.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라!" 그런 부탁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경계하고(아! 나는 정말로 그런 사람 상대하기가 싫고, 그렇게 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허수아비를 시켜 참새 쫓듯 이 블로그에서 다 쫓아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 모르겠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렇게 다가오는 사람이 이젠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사니?"

"내가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줄게."

"이리 와. 그 병든 가슴을 당장 고쳐줄게."

"이곳은 즐거움과 웃음이 퐁퐁 솟아오르는 세상이니까 하루빨리 이곳으로 와." ……

 

이런 말도 합니다. "웃어야 해. 기분이 좋을 땐 미소를 짓잖아. 그러니까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거야."

그게, 그렇게 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고 괜찮아서 그러겠지만, 심지어 돈이 되니까 그러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면 더 깊은 곳에서 그렇게 하기 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므로 그것 자체가 "아주" "너무" 싫으니까 "제발 당신이나 실컷 그렇게 하라"고 부탁합니다.

 

또 있습니다. 나는 비교적 길게 쓰는 편이어서 바쁘니까 이런 글을 대충 보고, 심지어 제목만 보거나 다 읽지도 않고 덤벼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 정말 그 기억들은 지긋지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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