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정수남 선생님께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습니까, 선생님 반 교생? 45년 전 일이고, 그나마 몇 번 뵙지도 못해서 면목은 없지만, 잊지 않으셨을 것 같았습니다. '아, 그 귀찮았던 녀석!" 하시더라도, 저로서는 함께 거닐어주신 그 강변의 밤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 실습 이튿날부터 보이지 않자, 여러 번 연락을 주셔서 마련된 만남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름다웠고, 신혼이라고 하신 것 같고, 댁은 서울이라고 하셨습니다. "강요한다고 잘 참여할 것 같지도 않고, 그렇게 하는 것도 유치하겠죠?" "실습에 잘 참여하지 않아도 실습 점수를 주어야 하는 경우에 대해 우리 학교 교장 교감은 물론, 대학 측에 논리적으로 설명할 자신은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나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죠. 흉내라도 내어주면 좋..
2013. 7. 7.
"고모는 할머니야, 아기야?"
세 살짜리가 할머니, 고모, 사촌오빠와 함께 자동차 뒷자리에 탔습니다. "고모는 할머니야, 아기야?" 제 고모가 그렇게 묻자 대뜸 대답합니다. "할머니!" 그 대답에 호호거리며 웃습니다. '별 싱거운……' 나는 하나도 우습지 않습니다. 아직 할머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처지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올해까지는 30대니까 그 대답이 우스울 것입니다. 만약 '할머니'가 맞다면 우스울 리가 없습니다. # 그러더니 또 묻습니다. "오빠는 할머니야, 아기야?" "……" "할머니야, 아기야? 응?" "……" 순간, 세 살짜리의 입장이 되어봅니다. '할머니라고 하는 게 좋을까, 아기라고 하는 게 좋을까?' '할머니는 여잔데?' '그럼, 아기?' '아기는 어린애잖아.' '이런 낭패가 있나?' 분명한 것은, 아직 이렇게 대..
2013. 6. 12.
현장학습에 대하여
현장학습을 흔히 '체험학습'이라고 하고 있지만, 그건 사실은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좀 꼬아서 이야기하면 현장에 가서도 체험학습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체험학습이라고 해서 굳이 현장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별활동'과 '재량활동'이 사라진 자리에, 그 뭐죠? 자주 바뀌기도 하지만, 자꾸 '창체'라고들 하니까………… 아, '창의적 체험학습'! 그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게 별로 좋지 않은 교육영역이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창의적인 게 좋다면, 그럼 '창의적 국어', '창의적 사회', '창의적 수학'……은 어떨까요? 그 이름을 지은 학자에게 좀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창의적 체험학습'이라…………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 지난해 10월 마지막 날, '이런 체험학습 어때요?..
2013. 5. 19.
인터넷 유머 '교장선생님의 훈화'
-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간단히 당부하겠습니다." - 이들이 한국에 태어났다면 : 뉴턴, 아인슈타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에디슨, 퀴리 부인. 이미 여러 번 들어본 것 같지 않습니까? 유머에 지나지 않습니까? "일부 몰지각한" 교육자들 얘기입니까? 철 지난 버전입니까? 지금은 우리 교육이 그렇지 않습니까? 그럴지 몰라도 사실입니다. 혹 저 유머에 등장하는 저런 교장일지 모른다면, 이 부탁 좀 들어보십시오. 우선, 아이들 앞에 자주 나서지 말고 교사들, 아이들에게 맡기십시오. 나서고 싶은 마음을 꾹~ 꾹~ 누르십시오. 가령 운동회 때 '대회장' 그런 것 좀 그만하시고, 되지도 않은 커다란 꽃, 그런 거 가슴에 달고 하루 종일 그러지 마시고, 아이들에게 다 맡겨버리면 참 편하고 좋습니다. 대회장 그런 것 해..
2013.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