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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어느 재수생의 편지

by 답설재 2014. 4. 14.

 

If winter comes……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들에게 뭔가를 설명해 주고 있을 선생님께 이 편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수능시험을 치려고 하는 학생입니다.

수험 공부를 하는 중 우연히 교과서에 대해 검색하다 이 블로그를 찾게 되었습니다. 교과서로 수능시험을 대비해 공부하는 중에 '교과서로 독학할 수 있나? 선생님이 수업할 때 쓰는 도구라 혼자 공부하기엔 부족하고 어려운가?'라는 의문점이 생겨서였습니다.

 

요즘 대다수의 학생들은 '공부=수업을 듣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학을 공부하겠다!'라고 하면 '어느 인강 강사의 커리큘럼을 따르겠다' 하는 거죠. 국어는 누구, 수학은 누구, 이렇게 정해서 각 강사들이 체계적으로 만든 인강을 들으면 '그 과목을 공부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공부는 선생님이 설명해주시는 내용을 가만히 들으면서(선생님이 판서하는 것을 쓰기도 하지만)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학습의 주체가 되어 책을 읽어가면서(또 다른 학습매체들도 이용해서) '내가 이 과목은 왜 배우지?' '이 개념은 뭘까?' '이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진 거지?' 하는 의문들을 갖고 해결하고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강을 들어보면 학생들이 직접 탐구해야 할 것도 강사들이 그 결과를 설명하여 머릿속에 주입시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밥상을 차려주었는데(자기 주도적 학습은 밥상도 자기가 차려야 하는 거죠), 더 나아가 그 밥을 숟가락으로 떠서 직접 먹여주는…

 

그래서 저는 교과서로 스스로 탐구하며 공부하려고 합니다.

제가 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않는 재수생이기 때문에, 그리고 교과서는 '수업교재',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책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박혀 있어 불안한 마음(?)에 그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질문을 드립니다. '지금의 교과서(제가 갖고 있는 교과서는 7차 개정 교육과정입니다)는 독학으로 가능한 것인가요? 말하자면 '참고서가 필요 없는 교과서' '학생 스스로 자료, 사료 등을 통하여 혼자 탐구하기에 충분한 교과서'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학교에서 요구되는 교사의 참된 역할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각 학생들의 성향을 파악하며 그 학생들이 학습을 계획하는데 도움을 주며 수업을 할 때에는 단순 내용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념, 삽화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토론하여 학생들의 지식을 넓혀주는 것인가요?

 

아직까지도 왜 우리나라는 시대가 발전하여 다른 교육선진국들은 벗어난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서 지식을 주입시켜 많은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낡은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요… 왜 바꾸자 하면 '상황이 당장 안 된다'는 핑계로 일관할까요. 핀란드의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그 나라 사람들은 세금을 몇 프로 떼 가는 줄 아냐?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그 만큼 떼 가면 가만히 있겠냐?'고 못 박을까요… 물론 당장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차근차근 협력하여 개선해가려고 노력한다면 되는 것 아닌가요…? 저는 '기득권 세력들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언론에서 우리 교육에 문제점에 대해 다루는 프로그램도 많이 나오고 또 실제로 혁신학교, 대안학교 등이 생기면서 기존 교육에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그래서 저도 변화의 움직임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교사가 되려고 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교사들이 많아져 아이들이 행복하게 교육받는 학교가 많아지고, 또 그 학교들이 언론에 좋게 비추어져 학부모의 관심을 얻고, 학생들이 너도나도 그런 교육을 받고 싶어 한다면 점차 더 많은 학교들이 변화하고 입시제도가 변화해서 우리나라의 교육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말 막연한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고 난 다음에는 다가오는 수능 날짜에 압박감을 느끼며 하루하루 스톱워치로 공부시간을 체크하러 가야합니다…

 

 

우리도 다 배웠지 않습니까?

"공부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다!"

수도 없이 듣고, 시험을 봐서 학점도 따고, 심지어 그 힘들고 어렵다는 임용고사도 치렀습니다.

교사가 되어 연수를 할 때도 걸핏하면 듣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고민하는 내용입니다.

 

이 학생에게 어떻게 대답하면 됩니까?

"야, 이 사람아! 공부나 해! 쓸데없이 굴지 않는 게 좋아!"

"이론과 실제는 다른 거야! 우린 뭐 교육학을 안 배운 줄 아나?"

그럼, 이 아이가 이렇게 되물으면 어떻게 하죠? "그렇다면 굳이 그걸 왜 배웁니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걸 알고 싶어서 배웁니까?"

 

"우리도 다 그렇게 공부했어! 까불지 마!"

그러면 "아, 그래요?" 해줄까요? 선배 대접, 교육자 대접을 해줄까요?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대로 특수성이 있어, 그걸 무시하면 안 되는 거야!"

그게 정말일까요? 우리나라의 특수성? 누가 그걸 인정해 주었습니까? 그렇게 해도 훌륭한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장해 줄 수 있는 세계적 교육학자가 있기나 합니까?

 

지금 우리가, 우리 교육자들이, 우리 교육학자들이, 우리 교육행정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건 무엇입니까?

우리가 영리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무엇 때문에?

아니, 우리는 지금 영리한 것입니까? 점점 더 영리해지고 있는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