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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어느 회사로부터 배우는 학교 건물 재구조화

by 답설재 2014. 5. 25.

 

 

 

 

 

어느 회사로부터 배우는 '학교 건물 재구조화'

 

 

 

 

 

 

 

 

 

 

  어느 교과서 발행사의 20층, 맨 윗층입니다. 대표가 그 전망 좋은 층을 여러 개의 크고작은 회의장으로 만들어 사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답니다. 그 '배려'가 허언(虛言)이 아닌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이 사진입니다.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보면, 아이들의 사진과 함께 생일, 취미 같은 기본적인 사항에다가 장차 어떤 인물이 되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어떤 것인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온갖 사항을 예쁘게 써서 다닥다닥 붙여 놓은 걸 구경할 수 있습니다. 시시해 보여도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그 고운 꿈들을 다듬어주는 아름다운 작업입니다.

 

  저 사진의 카드들도, 그 초등학생들처럼, 회사 직원들 모두가 일일이 만든 것들입니다. 저 작은 카드 속에 사실은 그 주인공들의 면모를 짐작해 볼 수 있는 특성 같은 게 베어 있을 것입니다.

 

 

 

 

 

 뭐라고들 썼는지 좀 읽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지만…… 미안합니다.

 

  

 

 

 

 

 

  이런 모습을 학교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맨 위층을 강당으로 바꿔?

  아니면, 초등학교 같으면 6학년, 중·고등학교 같으면 3학년 교실로 변경?

 

  중·고등학교도 그렇지만, 대도시의 초등학교들은 흔히 5층 건물입니다. 그 5층 건물의 3, 4, 5층은 거의 대부분 교실로 활용되고, 교장실, 행정실 같은 관리실은 흔히 1, 2층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허구한 날 하루에도 몇 번씩 발발거리며 그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만약, 저 회사 대표라면 어떻게 하자고 했겠습니까.

 

  초등학교 1, 2학년 교실이라면 무조건 1, 2층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저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하겠습니까.

  도서실은? 중앙, 그것도 아래층의 중앙이 좋을 것입니다.

  강당은? 강당도 당연히 그렇게 배치해야 합니다.

 

  아래층에 있어야 할 것들이 이렇게 많으므로 미안하지만 교장실은 5층으로 올라가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떤 악의적인 교사가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전망이 좋은 곳에 교장실을 마련했습니까?"

  그러니까 뭘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이런 것도 이슈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아무래도 웃기는 제안이라고 하겠지요?

  그럴 것입니다.

  그렇지만 학교를 그렇게 지어 놓으니까 교장이 뭘 좀 제대로 하고 싶어도 못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걸 문제로 내어 누가 답을 잘 하는지 보고 통과된 사람만 후보가 되게 하면 속이 시원하겠습니다.

 

  괜히 남의 회사 사진 실어놓고 교육감 선거 이야기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