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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159

게임 삼매경三昧境 게임 삼매경三昧境 Ⅰ 저녁 8시쯤, 인도(人道)를 점령하고 앉아 삼매경三昧境에 빠진 녀석입니다. "길바닥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할 수도 있고, 아이를 상대로 꼭 그렇게 따지거나 불평을 할 이유가 있을 것 같지 않기도 했습니다. Ⅱ 학교도 그렇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학교.. 2016. 8. 7.
"이거 네가 그렸지?" "이거 네가 그렸지?" Ⅰ "이거 네가 그렸지?" 어머니는 그렇게 물을 것입니다. 저승에서 나를 기다립니다. 벌써 44년째입니다. 48세의 초겨울, 노란 하늘을 날아 그곳으로 갔으니까 기다리다가 지쳤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생전에도 나 때문에 지쳤고, 죽어서도 나 때문에 지쳐야 하는 운명입.. 2016. 7. 4.
"엄마가 저런 애들하고 놀지 말라고 했지!" Ⅰ "오냐오냐 자란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은 당연하겠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오냐오냐"로 키우는 집은 점점 늘어납니다. 연기·스피치·미술 과외 시키는 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문제는 그렇게 "오냐오냐" 키우면서 친하게 지낼 친구도 직접 골라주고 왕따 당할까 봐 겁이 나서 학원에 보내 웃는 방법까지 가르친다는 현상입니다. Ⅱ 웃는 거야 우스우면 웃는 것이죠. 우스운데도 제대로 웃을 줄도 모르는 인간을 가르쳐서 뭘 할까 싶은데, 그렇게라도 배워서 인간 축에나 들어가라고 가르치는 건 아닐 것입니다.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는 건 사실은 '교육과정(curriculum)' 문제입니다. 교육과정(교과서)에 나와 있어야 하고 나와 있을 것이 분명.. 2016. 4. 4.
한 아이를 바라보기 오래 전의 일입니다. 교장실 창문으로 운동장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2학년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트랙을 달리고 있는데 넘어져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선생님은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그냥 달리고 있었습니다. 얼른 그 아이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손을 잡아 부축하거나 안고 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 아이를 한번 업어보고 싶었습니다. 등을 대고 앉았더니 순순히 업혀 주었고 우리는 무엇인가 얘기하며 보건실로 갔습니다. (고추도 한번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건 결례여서 그냥 등에 전해오는 감촉만으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절대 비밀!) Ⅱ 나중에 그 선생님께 물었더니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맞겠더라고 했습니다. 나는 선생님과 생각이 다르다고 얘기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넘어진 아이를 보살필 동안 아이들의 달리기가 혼란스.. 2016. 3. 15.
내가 이런 선생님이었더라면... 조지 워싱턴 고등학교는 내가 다닌 첫 번째 진짜 학교였다. 그러나 독특한 개성을 지닌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그 학교에서 보낸 시절은 무의미한 시간 낭비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커윈 선생님은 지식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기 드문 교육자였다. 난 언제나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학생들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왔다기보다는 선생님이 아는 지식을 학생들 머릿속에 저장했다가 또다시 누군가에게 전달하려는 욕망에서 우러나왔다고 믿고 싶다. 커윈 선생님과 아직 결혼하지 않은 선생님의 여동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20년 넘게 선생님으로 일했다. 키가 크고 혈색이 좋은 은발의 토실토실한 숙녀인 커윈 선생님은 사회 과목을 가르쳤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의 교과서는 학기 말이 되어도 처음 받을 때처럼 .. 2016. 3. 1.
선생님께-'목사 아버지의 손에 미라가 된 14세 소녀' Ⅰ 선생님! 지난달에는 부모에게 살해된 한 초등학생 시신이 훼손된 채 4년 가까이 냉장고에 들어 있었던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또 충격적인 일이 보도되었습니다. 한 여중생이 사망한 지 11개월 만에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입니다. 딸을 두들겨 패서 죽여버린 아버지는 교회 담임목사이고 신학대학교의 존경받는 겸임교수랍니다. 이 신문 저 신문 눈에 띄는 대로 읽어보았습니다(2016.2.4). - 13세 딸 시신… 미라 될 때까지 집에 둔 獨 유학파 목사(조선일보) - 결석 1년… 13세 소녀의 죽음, 또 아무도 몰랐다(동아일보) - 목사 아버지 손에 미라가 된 14살 소녀(한겨레)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목사 중에도 목사답지 못한 사람이 있다." "교수 중에도 교수답지 못한 사람이 있다... 2016. 2. 5.
꼴찌, 힘내! Ⅰ 초등학교 교사 K가 전화를 했습니다. 2015년 12월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인 자신의 아들도 꼴찌고, 자신이 가르치는 반 아이들도 꼴찌라고 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성적표에 지필고사의 학년별 평균점수를 나타내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그걸 보면 자녀의 상태를 당장 알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반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데도 학년 평균보다 별로 좋지 않다면 그건 알아보나마나가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시험지를 가정에 보내주지는 않지만,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지필고사 점수만은 알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Ⅱ 1970년대까지는 교장실에서 모눈종이에 그려진 두 가지 그래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정기 학력고사 학급별 평균을 나타낸 막대그래프와 학급별 저축 실적 그래프였습니다. 아마도 다른 그래프도 더 그.. 2015. 12. 23.
"매일 다섯 가지 과일을!" "매일 다섯 가지 과일을!" Ⅰ 블로그 《삶의 재미》(주인장 : 노루)에서 가져온 어느 초등학교 교정 사진입니다. 《삶의 재미》 ☞ 바로가기 http://blog.daum.net/dslee/717 잘은 모르지만, 여기 초중등학교의 분위기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누구도 그렇게 긴장하는 것 같지 않아 보여요. 우리 애들.. 2015. 10. 30.
토론수업의 방안 토론수업의 방안 어느 경제지에서 "교수 농담까지 받아적는 대학생들"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 얘기를 썼더니 대학교수 한 분(닉네임 '근이재')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써주셨습니다. 저를 상대로 편하게 써 주신 글이지만, 이걸 혼자만 보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 2015. 10. 15.
요양원 체험학습 보스톤 근교의 은퇴자 촌 '뉴브리지 온 더 찰스New Bridge on the Charles'는 '연속성 있는 보살핌'이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하며 독립 주거 공간, 어시스티드 리빙, 요양원 건물이 각각 따로 있답니다. 입주자의 사정에 따라 생활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늙은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으로 생활'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 시설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학교 교육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부분을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1 제목을 '요양원 체험학습'이라고 한 것은, '은퇴자촌 체험학습'이라고 하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할 것 같았고, 그 시설 중에는 요양원도 있다니까 아예 그렇게 붙인 것이지만 그러므로 공정한 명명일지는 의문입니다. 뉴브리지에서는 주민들이 반려.. 2015. 9. 17.
도살장 현장학습 내가 사랑에 빠져 있었던 시절에는 모든 게 달랐다.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지금의 내가 아니었다. "지금 네가 하는 것은 아주 훌륭한 직업이야."라고 누누이 혼자 중얼거렸고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할머니를 다정하게 포옹했고 이 동네도 정말 평화롭고 살기 좋은 아늑한 곳이라고 믿었다.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도살장에서였다. 그렇다고 그녀가 거기에서 일을 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녀는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그녀가 격주로 금요일마다 현장학습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 오는 바람에 그녀를 만났던 것이다. 도살장에서는 요일별로 모든 연령대의 방문객을 받았다. 그녀가 데리고 오는 가장 어린 연령층의 방문객은 주로 동물 구경을 하고 암소는 "음메" 하고 울고 양은 "메"하고 운다는 등, 주로 그런 것들을 배우러 온.. 2015. 8. 24.
공부의 길, 인생의 길 # 1. 웃으며 활을 쏘던 리처드 존슨 "리처드 존슨은 올해 52세랍니다. 그는 지난 8월 13일, 양궁 남자 개인 32강전에서 우리의 임동현(22, 한국체대) 선수와 겨루어 115:106으로 패배했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딱 두 줄이군요. 이것이 내가 신문에서 찾아 읽은 그 선수에 대한 정보의 전부입니다. 그날도 중국의 그 양궁 시합장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중계방송 해설자가 그 '아저씨'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다고 한 것 같습니다. 마음씨가 썩 좋아 보였고, 아무래도 그 '아저씨'의 아랫배가 좀 나온 것 같아서 기회가 된다면 내 아랫배와 한번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시합은 시합이어서 처음에는 나도 좀 긴장했는데, 그는 도저히 우리의 임동현 선수의 맞수는 아니었습니다. 한 발 한 발 신중한 태도로.. 2015.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