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179

9년 만의 답글 2008.08.27 15:14 바뀐 연수교재로 바빠졌습니다. 새로운 내용에 관해 논문을 찾고 관련서적을 통해 정리하였습니다. 1시간 분량의 새로운 내용에 또 열흘을 매달렸습니다. 결국 제 공부를 한 것이었죠. 50분 분량의 이야기도 5분 정도로 정선해 들려주어야 할 역량을 갖출 법도 한데 늘 말이 많아집니다. 더러는 공감한 것 같고, 더러는 지루해 했습니다. 경쟁, 자율, 다양화를 부르짖는 교육 속에 이미 문화 권력으로 자리 잡은 영어교육에 대해 강사로 복무하는 것이 불편해졌습니다. 이제 그만 내 놓을 생각입니다(윤지관, 「영어, 내 마음의 식민주의」, 당대, 2007). 이번 연수 중 허락 없이 교장선생님의 블러그를 소개하였습니다. 내용중에 「교수저널쓰기」와 관련하여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블러그.. 2017. 1. 12.
"지쳤다" 1 국내총생산 규모로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기사를 본 이틀 후의 일요일 오전, 개그맨 염경환 씨의 베트남 이민 이야기를 방송하는 TV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니고 하필 베트남이라니…….' 잠깐 개그맨이어서 이민 가는 나라도 그렇게 고른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가 곧 부끄러했습니다. 그는 베트남을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라고 했고 대개 선진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이민을 가지만 자신은 가능성을 보고 베트남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2 그의 아들은 교육에 일생을 바친 나를 주눅들게 했습니다. 한때 TV에서 매주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은율이'라는 아이였습니다. 한인국제학교 수영장에서 남녀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던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고 싶었다. 학.. 2016. 11. 30.
열아홉 가지 동물을 위한 교육 열아홉 가지 동물을 위한 교육 "다 성공하게 해주고 싶어." 캐나다 과학 교과서 한 페이지인데 왜 스캔해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다시 들여다보다가 여기 나오는 것들을 운동장 트랙에 세워놓고 달리기를 시켜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당연히 항의하는 놈이 있겠지요? 사람도 더러 .. 2016. 10. 24.
브루너 "지식의 구조화!" Friday 15 July 2016. 《theguardian》 《서울대에서는 누가 A⁺을 받는가》(이혜정, 2014, 다산에듀)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1 캐나다에서는 국가가 학생들이 길러야 할 역량에 대한 거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뿐, 그 역량을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기를지는 전적으로 교사의 재량이고 책임이다. 교사에 따라 어느 학생은 첫 번째 학기에 과학을 배울 수도 있고 어느 학생은 마지막 학기에 과학을 배울 수도 있다. 과학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배우는지도 교사에 따라 다르다. 당연히 교과서도 학교마다 다르고 교사마다 다르다. 이렇게 교사에게 교육권을 보장해 주면 창의적 수업이 가능해진다. 큰아이가 캐나다 초등학교에서 받은 과학 수업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수업에서는 '인간의 신체.. 2016. 10. 22.
교수의 것 "농담도 소중하다!" 어제 신문에 실린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기사입니다.1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이 발표될 때마다 눈에 띄던 논설들이 떠올랐습니다. "돈을 많이 주어야 한다!" "그 돈 어디에 썼는지 일일이 따지지 않아야 한다!" "좀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땐 그건 그렇겠다 싶으면서도 "주입식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섭섭했습니다. 그 섭섭함으로 지방지의 칼럼에 이런 글들을 써왔지만 이젠 그것도 시들해졌습니다. 어줍잖은 글이어서인지 읽어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노벨상의 열쇠를 가진 선생님께 (2015.11.2) 교육이 조롱거리가 되어가나 (2014.11.24) 노벨상 수상, 쉽고 확실한 방법이 있다! (2012.10.24) 우리가 뭘 믿고 노벨상을 바라는가 (2010.10.29) 노벨.. 2016. 10. 5.
게임 삼매경三昧境 게임 삼매경三昧境 Ⅰ 저녁 8시쯤, 인도(人道)를 점령하고 앉아 삼매경三昧境에 빠진 녀석입니다. "길바닥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할 수도 있고, 아이를 상대로 꼭 그렇게 따지거나 불평을 할 이유가 있을 것 같지 않기도 했습니다. Ⅱ 학교도 그렇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학교.. 2016. 8. 7.
"이거 네가 그렸지?" "이거 네가 그렸지?" Ⅰ "이거 네가 그렸지?" 어머니는 그렇게 물을 것입니다. 저승에서 나를 기다립니다. 벌써 44년째입니다. 48세의 초겨울, 노란 하늘을 날아 그곳으로 갔으니까 기다리다가 지쳤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생전에도 나 때문에 지쳤고, 죽어서도 나 때문에 지쳐야 하는 운명입.. 2016. 7. 4.
"엄마가 저런 애들하고 놀지 말라고 했지!" Ⅰ "오냐오냐 자란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은 당연하겠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오냐오냐"로 키우는 집은 점점 늘어납니다. 연기·스피치·미술 과외 시키는 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문제는 그렇게 "오냐오냐" 키우면서 친하게 지낼 친구도 직접 골라주고 왕따 당할까 봐 겁이 나서 학원에 보내 웃는 방법까지 가르친다는 현상입니다. Ⅱ 웃는 거야 우스우면 웃는 것이죠. 우스운데도 제대로 웃을 줄도 모르는 인간을 가르쳐서 뭘 할까 싶은데, 그렇게라도 배워서 인간 축에나 들어가라고 가르치는 건 아닐 것입니다.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는 건 사실은 '교육과정(curriculum)' 문제입니다. 교육과정(교과서)에 나와 있어야 하고 나와 있을 것이 분명.. 2016. 4. 4.
한 아이를 바라보기 오래 전의 일입니다. 교장실 창문으로 운동장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2학년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트랙을 달리고 있는데 넘어져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선생님은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그냥 달리고 있었습니다. 얼른 그 아이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손을 잡아 부축하거나 안고 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 아이를 한번 업어보고 싶었습니다. 등을 대고 앉았더니 순순히 업혀 주었고 우리는 무엇인가 얘기하며 보건실로 갔습니다. (고추도 한번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건 결례여서 그냥 등에 전해오는 감촉만으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절대 비밀!) Ⅱ 나중에 그 선생님께 물었더니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맞겠더라고 했습니다. 나는 선생님과 생각이 다르다고 얘기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넘어진 아이를 보살필 동안 아이들의 달리기가 혼란스.. 2016. 3. 15.
내가 이런 선생님이었더라면... 조지 워싱턴 고등학교는 내가 다닌 첫 번째 진짜 학교였다. 그러나 독특한 개성을 지닌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그 학교에서 보낸 시절은 무의미한 시간 낭비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커윈 선생님은 지식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기 드문 교육자였다. 난 언제나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학생들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왔다기보다는 선생님이 아는 지식을 학생들 머릿속에 저장했다가 또다시 누군가에게 전달하려는 욕망에서 우러나왔다고 믿고 싶다. 커윈 선생님과 아직 결혼하지 않은 선생님의 여동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20년 넘게 선생님으로 일했다. 키가 크고 혈색이 좋은 은발의 토실토실한 숙녀인 커윈 선생님은 사회 과목을 가르쳤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의 교과서는 학기 말이 되어도 처음 받을 때처럼 .. 2016. 3. 1.
선생님께-'목사 아버지의 손에 미라가 된 14세 소녀' Ⅰ 선생님! 지난달에는 부모에게 살해된 한 초등학생 시신이 훼손된 채 4년 가까이 냉장고에 들어 있었던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또 충격적인 일이 보도되었습니다. 한 여중생이 사망한 지 11개월 만에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입니다. 딸을 두들겨 패서 죽여버린 아버지는 교회 담임목사이고 신학대학교의 존경받는 겸임교수랍니다. 이 신문 저 신문 눈에 띄는 대로 읽어보았습니다(2016.2.4). - 13세 딸 시신… 미라 될 때까지 집에 둔 獨 유학파 목사(조선일보) - 결석 1년… 13세 소녀의 죽음, 또 아무도 몰랐다(동아일보) - 목사 아버지 손에 미라가 된 14살 소녀(한겨레)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목사 중에도 목사답지 못한 사람이 있다." "교수 중에도 교수답지 못한 사람이 있다... 2016. 2. 5.
꼴찌, 힘내! Ⅰ 초등학교 교사 K가 전화를 했습니다. 2015년 12월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인 자신의 아들도 꼴찌고, 자신이 가르치는 반 아이들도 꼴찌라고 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성적표에 지필고사의 학년별 평균점수를 나타내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그걸 보면 자녀의 상태를 당장 알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반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데도 학년 평균보다 별로 좋지 않다면 그건 알아보나마나가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시험지를 가정에 보내주지는 않지만,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지필고사 점수만은 알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Ⅱ 1970년대까지는 교장실에서 모눈종이에 그려진 두 가지 그래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정기 학력고사 학급별 평균을 나타낸 막대그래프와 학급별 저축 실적 그래프였습니다. 아마도 다른 그래프도 더 그.. 2015.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