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게임 삼매경三昧境

by 답설재 2016. 8. 7.






게임 삼매경






 






  저녁 8시쯤, 인도(人道)를 점령하고 앉아 삼매경에 빠진 녀석입니다.

  "길바닥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할 수도 있고, 아이를 상대로 꼭 그렇게 따지거나 불평을 할 이유가 있을 것 같지 않기도 했습니다.





  학교도 그렇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학교는 아이들이 규칙을 "지키도록" 하려고 만들어 놓은 곳은 아닙니다.

  굳이 밝히자면 규칙에 대해 "배우는" 곳일 뿐입니다. 그것도 잘난 교장이나 누가 일방적으로 정해버린 규칙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정해서 그것들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편리하고 필요한 일인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세운 것이 바로 학교입니다.


  그것은, 학교는 공부를 잘해야만 하는 곳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는 배우지도 않았는데 이미 잘 하는 아이나 아무리 배워도 제자리걸음인 아이나 다 즐겁게 생활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잘못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고 나무라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이 규칙을 지키지 못한다고 꾸중해서도 안 됩니다. 더구나 그 아이들이 정한 규칙도 아니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요즘은 비정상인 교육 장면도 흔해서 처음부터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이상한 아이 취급하고 처음부터 규칙을 지키지 못하면 이상한 아이 취급하기도 하지만, 이미 공부를 잘하고 규칙을 잘 지킨다면 굳이 학교를 다녀야 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얘들아! 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 "싸우면 안 된다!"고 하면 졸업할 때까지, 아니 평생 일기를 잘쓰고 서로 싸우지 않는다면 누가 무슨 걱정을 하겠습니까? 교육학을 잘 배운 사람에게 교사 자격증을 주고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러겠습니까?

  그런 점에서는 아이들이 "왜 배울 기회도 주지 않고 그러느냐?"는 항의를 하지 않는 걸 보면 아직은 저 아이들이 참 순진해서 여전히 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않아도 무방한(항의하는 사람이 없는) 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 아이에게 인도를 점령한 것 자체를 원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구나 나는 그때 저 아이가 하고 있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요즘 아이들 노는 걸 보고 혼자서 게임이나 하고 그렇게 지내니까 나중에 추억거리가 없을 거라는 걱정을 하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후의 어느 날, 저 아이는 내가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온갖 짓을 다한 나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듯 저렇게 어두워진 길 한복판에서 게임에 빠져 있던 시간을 그리워할 것이고, 그건 저 아이에겐 참 중요하고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회상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