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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엄마가 저런 애들하고 놀지 말라고 했지!"

by 답설재 2016. 4. 4.

 

조선일보, 2016.3.30. A12.

 

                                                                                                             

 

 

"오냐오냐 자란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은 당연하겠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오냐오냐"로 키우는 집은 점점 늘어납니다.

 

연기·스피치·미술 과외 시키는 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문제는 그렇게 "오냐오냐" 키우면서 친하게 지낼 친구도 직접 골라주고 왕따 당할까 봐 겁이 나서 학원에 보내 웃는 방법까지 가르친다는 현상입니다.

 

 

 

웃는 거야 우스우면 웃는 것이죠.

 

우스운데도 제대로 웃을 줄도 모르는 인간을 가르쳐서 뭘 할까 싶은데, 그렇게라도 배워서 인간 축에나 들어가라고 가르치는 건 아닐 것입니다.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는 건 사실은 '교육과정(curriculum)' 문제입니다. 교육과정(교과서)에 나와 있어야 하고 나와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그런 것까지 학원에서 가르친다면 학원은 참 좋은 곳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가정교육, 학교교육은 그럼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해야 할지……

 

 

 

헬스장 샤워실에서 서너 명의 중학생들이 떠들어댑니다. 매일 저녁 그렇게 노닥거립니다. 샤워도 샤워지만 그렇게 떠들고 노는 것은 참 좋은 일이고 필수적인 과정일 것입니다.

 

한 아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른 아이가 큰 소리로 이렇게 대꾸합니다.

"너 저런 나쁜 말 하는 아이하고 놀지 말라고 엄마가 그랬지!"

 

그 말에 폭소가 터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런 개그쯤은 일상화된 모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희화화(戱畵化)된 어머니 상(像)에 대해 결국 나 혼자 낄낄거렸습니다. 그 애들이 미친 노인이라고 수군댈까 봐 속으로만 낄낄거리느라고 용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