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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159

멋진 현수막 Ⅰ K대 대학원 촉탁강사로 「교재연구개발론」 강의를 했습니다. 일반대학원이어서 수준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고, "한국 학생들은 질문을 할 줄 모르고, 토론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걸 누누히 듣고 있었습니다.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열여덟 명 중 대부분이 교육과정 전공 박사과정이었고, 나머지가 석사과정이었는데, 질문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잘 듣고, 토론도 진지해서 강의는 늘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다행인 것은, 꼭 결론을 내야 할 주제는 거의 없어서 강사로서의 역할은 겨우 다음에 더 이야기하자고 만류를 한 것뿐이었습니다. 어쨌든 한국 학생들은 질문도 못하고 토론도 못한다고 비난하는 교수들은 K대학 대학원에 한번 가보면 좋을 것입니다. Ⅱ 또 한 가지 특징은, 그 중 삼분의 이가 현장교사들이어서인지 이.. 2015. 7. 17.
김정욱 교수의 '내가 본 한국 교육' (Ⅱ) 나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어느 날, 버스에서 하차하려고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려는 순간 내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내 어깨 너머로 손을 내밀어 나보다 먼저 카드를 찍었다. 뒤돌아보았더니 고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었다. 나보다 먼저 찍었다고 나보다 빨리 내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의아했지만, 곧 그 일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비슷한 나이의 학생이었다. 두 학생은 과연 왜 그랬을까? 나는 행동이 그렇게 느린 사람도 아니다. 설혹 늦다고 치자. 카드를 내 어깨 너머로 내밀어 먼저 찍는 심리는 어떤 것일까? 요즈음 학생들은 무엇인가에 쫓기며 산다는 증거가 아닐까? 마음은 바쁜데 일은 마음대로 안 된다. '우선 찍어나 보자'는 심사다. 그래야 내려갈 .. 2014. 12. 31.
김정욱 교수의 '내가 본 한국 교육'(Ⅰ) Ⅰ 김정욱 교수는 올해 여든 몇입니다. 자신의 나이도 적은 게 아니라고 여겨질 때마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위축되는데, 저분인들 때로 그렇지 않으랴 싶어서 "올해 몇입니까?" "내년에는 어떻게 됩니까?" 하고 꼬치꼬치 묻지 말고 올해나 내년에나 그냥 여든 몇이라고만 알아두기로 했습니다. 그런 분이 원고를 쓰겠습니까? 전혀 안 쓴답니다. 과학에 관한 글이건 뭐건 안 쓴다는 선언 같은 얘기를 이미 들었습니다. 저 같아도 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헛일삼아 설설 작업을 걸었습니다. 우리 교육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을 때마다 그랬습니다. "아, 지금 그런 얘기를 글로 나타내면 참 좋겠는데……" 그렇게 말할 때의 내 표정이 볼 만했던지, 지난봄 어느 날 불쑥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언제까지 써달라고 .. 2014. 12. 30.
'오감으로 읽기' 최 선생님! 어제 저녁에 EBS 다큐프라임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최 선생님 얼굴이 비쳐서 얼른 똑바로 앉았습니다.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2부 오감으로 읽다" '최영민 선생님은 여전히 읽기 교육에 힘을 기울이고 있구나!' 모두들 바쁘다는데, 최 선생님과 동료 선생님들, 그리고 용인 성서초등학교는 '슬로리딩'이라니! "사실은 우리도 바빠요!" 혹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여러 장면들에서는 그렇지 않았으므로 다 괜찮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왜 바빠야 하는지, 이른바 '진도 나가기'에 바쁘고, 그러므로 머리도 가슴도 복잡해서 아이들을 돌아볼 여유도 없다고들 합니다. 그럼 왜 있는지, 누굴 위해서 있는지…… 그런데도 최 선생님네는 "오감으로 읽다"를 주장하고 .. 2014. 10. 8.
창의성 교육 이야기 창의성 교육 이야기 <이야기 1> 어느 신문에서 "수능 문학 문제가 '5지 선다형' … 무슨 창의력 생기겠나"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세영 시인(학술원 회원)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그래, 맞아! 5지선다형으로는 창의력 신장이 거의 불가능하겠지.' '5지선다형으로 유리한 건 뭘.. 2014. 8. 12.
우리 교육이 가는 길 - 『다른 소년』이야기 우리 교육이 가는 길 ― 『다른 소년』이야기1 ― 소년은 열여덟, 거울 속의 제 모습을 바라본다. 염색된 머리칼이 기대했던 것만큼 밝은 갈색은 아니다. 그러나 확연히 달라진 머리 모양새. 미용사가 소년의 목둘레에 감겨 있던 미용가운을 벗겨낸다. 소년은 거울 앞에 놓아둔 안경을 집어 쓴다. 이제, 다른 사람처럼 보일까. 소년은 열여덟, 거울 속의 제 모습을 바라본다. 소년이 쓴 안경은 투박한 검정 뿔테에 도수가 없는 싸구려다. 집을 나오기 석 달 전쯤 구입해둔 것이다. 소설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소년은 다음과 같은 '사건'의 주인공입니다.2 11월 하순 고3 남학생이 제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열아홉 소년은 잠을 자고 있던 엄마를 칼로 찔러 죽였다. 그리고 8개월 동안 시체를 안방에 방치.. 2014. 7. 13.
이우환이 본 서양 학생과 동양 학생들 『양의(兩義)의 예술-이우환과의 대화 그리고 산책』이 연재되었습니다.1 4월호 목차에서 라고 표시된 것을 보고 섭섭함을 느꼈습니다. 다른 글에서 이미 썼지만, 기간을 확인하지 않아서 '느닷없이' 끝난 것 같은 축제 같았고, 그 축제 이튿날 전혀 다른 계절이 시작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1, 2, 3월, 책이 올 때마다 그 글을 읽고 있었던 시간이 행복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주 행복한 줄도 모르고 지냅니다. 지나가고나서 '그것이었구나!' 하고 생각을 바꾸게 되는 것이 '행복'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재미있었고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가령 조금만 알면 시건방지거나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지만 많이 알고 깊이 알면 위험할 일이 전혀 없게 된다는 것도 그 중 한 가지입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 .. 2014. 7. 7.
어느 회사로부터 배우는 학교 건물 재구조화 어느 회사로부터 배우는 '학교 건물 재구조화' 어느 교과서 발행사의 20층, 맨 윗층입니다. 대표가 그 전망 좋은 층을 여러 개의 크고작은 회의장으로 만들어 사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답니다. 그 '배려'가 허언(虛言)이 아닌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이 사진입니다. 초등학교 교실.. 2014. 5. 25.
어느 재수생의 편지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들에게 뭔가를 설명해 주고 있을 선생님께 이 편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수능시험을 치려고 하는 학생입니다. 수험 공부를 하는 중 우연히 교과서에 대해 검색하다 이 블로그를 찾게 되었습니다. 교과서로 수능시험을 대비해 공부하는 중에 '교과서로 독학할 수 있나? 선생님이 수업할 때 쓰는 도구라 혼자 공부하기엔 부족하고 어려운가?'라는 의문점이 생겨서였습니다. 요즘 대다수의 학생들은 '공부=수업을 듣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학을 공부하겠다!'라고 하면 '어느 인강 강사의 커리큘럼을 따르겠다' 하는 거죠. 국어는 누구, 수학은 누구, 이렇게 정해서 각 강사들이 체계적으로 만든 인강을 들으면 '그 과목을 공부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공부는 선생님이.. 2014. 4. 14.
아이들은 말이 없게 된다 목청도 좋지 박행신(1954~ ) 1학년 꼬마들은 목청도 좋지 - 저요! 저요! 아침부터 시간마다 온 삼월 다 가도록 목청도 좋지 - 저요! 저요! 꽃샘추위야 오건 말건 개나리야 피건 말건 목청도 좋지 - 저요! 저요! Ⅰ 저렇게 "저요! 저요!" 하던 아이들이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조용해집니다. "그렇게 조용한지, 1학년 교실에 와 보기나 했나?" 하고 묻겠군요. 떠들지요, 떠들기는. 얼마나 떠드는지 녀석들에게 "조용히 해!" "좀 조용히 해!" 하다보면 금방 배가 출렁출렁하게 되고, 점심시간이 아직 멀었으니까 물이라도 마셔서 배를 채워야 또 아이들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러니까 두세 달만 지나면 "저요! 저요!" 해봤자 별 수 없다는 걸 눈치 채게 된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두.. 2014. 3. 20.
교육, 알 수 없는 일 ⑵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① 초등학생이 토익 900점이라면 솔직히 부러워할 일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하고 반문한다. ②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내 자식은 아예 포기해버리게 하고 그냥 마음 편하게 지낸다. ③ 당장 전화해서 내 자식도 토익 900점이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지 알아본다. ④ 우선 저런 초등학생이 있다는 게 정말인지 알아본다. ⑤ 내 아이는 아예 유치부에서 토익 900점을 획득하게 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혹은 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을 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크게 한탄한다. 혹은 ⑤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도적인 사례라는 것을 인정하고 본받도록 한다. 이것들은 그럴 듯한 답이 아닙니까? 그럼, 어떤 답을 마련할 수 있습니까? 2014. 2. 25.
교육, 알 수 없는 일 ⑴ 나는 학교 선생들, 학원 선생들이 싫었다. 돈을 받아먹으면서 가르친다는 게 고작 수능 문제와 번호 찍기라니, 어둠은 시련과 고난, 아침은 희망, 소쩍새는 감정이입, 강은 사랑의 장애물…… 네모와 세모를 그리며 시를 공부하는 동안, 시를 읽으면서 느꼈던 벅참이나 따뜻함은 바짝 말라버렸다. 사실 수능은 그런 걸 느끼지 말라고 강요하는 시험이었다.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것, 그것이 수능 시험에서 요구하는 능력이니까. 처음엔 이상하니까 이상하다고 말했다. 문제를 보고 답을 당최 모를 때 찍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선생에게 나는 손을 들고 물었다. 그걸 왜 배워야 해요? 그러자 선생은 대답했다. 알기 싫으면 듣지 말고 나가. 나는 그런 어른이 되지 말자고, 찍기를 알려주겠다는데 왜 따지느냐고 화내는.. 2014.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