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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691

오히예사 『인디언의 영혼』 오히예사 『인디언의 영혼』 류시화 옮김, 오래된미래 2004 아이들과 함께 지내니까 별걸 다 보게 됩니다. 며칠 전에는 2학년 아이들이 인디언 복장을 하고 음악에 맞추어 인디언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비가 온 뒤라 쌀쌀한 것 같았는데 그들은 가을이 깊어지면 본래 그렇다는 걸 아는 듯했습니다.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듯했습니다. 내가 물었다. "왜 어떤 뿌리는 약초로 쓰고, 어떤 건 쓰지 않는 거죠?" 할머니가 특유의 빠른 말투로 대답하셨다. "왜냐하면 '위대한 신비'(인디언들이 절대적 존재인 신을 가리킬 때 쓰는 말. '위대한 정령'과 같은 뜻으로 쓰였다)께서는 우리가 무엇이든 쉽게 찾기를 원치 않으시기 때문이지. 그렇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치료사가 되겠다고 나설 테니까. 불쌍한 막내야, 넌.. 2009. 10. 21.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김윤식․오인석 옮김, 을유문화사, 1994(초판 16쇄)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우리 정부와 하토야마 일본 총리간의 유화적인 분위기가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지만, 히로시마 평화공원 기념비에 새겨진 "편안히 잠드소서! 잘못은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것입니다."란 글을 "편안히 잠드소서! 우리는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로 고쳐 새겨놓아야 우리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일본이 우리에게 어떻게 했고, 저들이 지금은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면서 우리도 우리의 역사 교육을 더욱 충실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일본 가르치기」 (2009. 10. 11). 그 일본이 이번에는 핵무기 피해.. 2009. 10. 19.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Ⅲ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 Ⅲ 민희식 옮김, 육문사 1993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도 자살 사망자 수는 무려 1만2858명이나 되었습니다. 지난 9월 9일 신문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나라입니다. 또 20대와 30대 사망자 중에서 자살이 원인인 경우가 1위였습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이라는 분은 「신종플루보다 무서운 자살」이라는 기고문에서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한해에 1만3000명이라는 얘기는 그 20배 이상인 30만 가량이 매년 자살을 시도한다는 얘기라면서 그 글을 이렇게 끝맺었습니다. "이제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자살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해야 한다. 자살은 내 가족, 내 이웃에 닥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그 예방은 생명 존중의 시작이다... 2009. 9. 15.
니토베 이나조 『사무라이』 니토베 이나조 《사무라이》양경미·권만규 옮김, 생각의나무 2004      일본인들은 대단한 민족이지만 자칫하면 궤변일 수 있으므로 그 대신 이 책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2004년에 번역된 책이지만 나온 지는 백 년도 더 되었다. 일본인들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먼저 종교에 대한 탐구와 해석, 그 가르침의 흡수에 대한 부분이다. 불교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는 평상심을 무사도에 부여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에는 냉정한 마음으로 복종하고, 위험과 재난이 닥치면 금욕적인 의연함과 삶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갖게 했다.(21) 불교가 무사도에 줄 수 없는 부분은 신도(神道)가 충족시켜 주었다. 주군에 대한 충절과 조상에 대한 숭배, 그리고 부모에 대한 효행이 바로 .. 2009. 9. 2.
나탈리 앤지어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 나탈리 앤지어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햇살과나무꾼옮김, 해나무, 2003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도하는데, 이는 여성은 고기를 먹을 줄 모른다거나 좀 먹긴 해도 좋아하진 않을 걸로 여긴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시절에 즐겨 쓰던 속담 형식이라 해둡시다. '놈'들만 나오는 속담이니까요. 사전에서 '고기'를 찾아보면 이 속담이 나오고 ‘무슨 일이든지 늘 하던 사람이 더 잘한다는 말’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하기야 준비한 사람, 연습한 사람을 당해낼 재간이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건(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 건) '진짜로'(과학적으로도) 그렇답니다. 나는 한때 삼겹살을 2인분이나 먹었습니다. 아내의.. 2009. 8. 31.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Ⅱ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 민희식 옮김, 육문사 1993 이제 나는 자살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어떤 해결책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인가는 이미 느꼈으리라. 이 시점에서는 문제가 거꾸로 되어 있다. 이전에는, 그것은, 인생이란 꼭 어떤 의미를 갖고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와는 반대로, 인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그럴수록 인생을 더 잘 살 수 있다는 게 분명해진다. 어떤 체험이나 어떤 특수한 운명을 사는 것은, 그것을 남김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알고, 의식에 의해 밝혀지는 그러한 부조리를 어떻게 해서든 자기 앞에 간직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러한 운명을 사는 게 아닐 것이다. 그가 살아가는 기반이 되는 대립의.. 2009. 8. 18.
알베르 까뮈 『시지프의 신화』 1 알베르 까뮈 『시지프의 신화』 민희식 옮김, 육문사 1993 ◦ 시지프스는 인간 중에서 가장 지혜롭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모든 신의 왕인 제우스Jeus는 아소포스Asopos 강의 딸인 아에기나Aegina를 유괴해갔다. 아소포스는 자기 딸이 누구에 의해 어디로 끌려갔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비탄에 잠겨 있었다. 그때 마침 그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시지프스는 코린트Corinth 성에 물을 대준다면 그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자신의 계획이 탄로 난 것에 화가 난 전능한 신 제우스는, 모든 신들을 모아 회의를 열어 시지프스를 처벌하기로 했다. 그의 형벌은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려 가면 바위는 다시 굴러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2009. 8. 1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Ⅲ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김화영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문학성’ 혹은 문학의 ‘자기 지시기능’ - 월간『현대문학』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다음 문장에 밑줄을 그어놓았습니다. 글의 분위기가 생각날 수 있도록 앞뒤의 몇 문장을 덧붙여 옮겼습니다(『현대문학』2009년 8월호, 213, 220). “벌써 세 시라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게 흐르는 시간이라니까!” 무엇이 와서 부딪친 것인지, 유리창을 때리는 작은 소리가 한 번, 그 다음에는 이층 창문에서 모래를 뿌리는 듯 다량으로 가볍게 쏟아지는 소리, 그리고 이어 그 쏟아지는 소리가 넓게 퍼지면서 고르게 조절되며 어떤 리듬을 갖추는 듯하더니 음악처럼 낭낭한 소리를 내며 무수하게 불어나 온 세상에 골고루 퍼.. 2009. 8. 11.
엘사 모란테 『아서의 섬』Ⅱ 엘사 모란테 지음 『아서의 섬』 천지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7 소설은 엘사 모란테가 쓴「레모 N.에게 바침」이라는 시(詩)로 시작됩니다. 레모 N.에게 바침 네가 믿는 땅 위의 한 점은 일부가 아니라 곧 전부였다 이 유일한 보석은 잠에 취한 네 질투의 눈길에 결코 빼앗기지 않으리라 네 첫사랑은 결코 훼손되지 않으리라 검은 숄을 두른 집시처럼 비르지니아는 밤에 갇히고 북쪽 하늘에 걸린 별은 영원하리 어떤 계략에도 견뎌낼 것이므로 알렉산드르와 에우리알로스보다 멋진 젊은이들은 소년의 꿈을 간직하므로 아름답다 혹독히 인도되리라 그 작고 푸른 섬을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리니 너는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배운 많은 진리들을 그리고 산산조각난 내 가슴을 림보*를 벗어난다고 해서 천국은 아닐진대 ----------.. 2009. 8. 9.
엘사 모란테 『아서의 섬』 엘사 모란테 『아서의 섬』 천지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7 소년 아서 제라체가 지중해 나폴리 군도 프로치다 섬에서 어른이 되어가며 겪은 일들을 회상하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섬세하고 상징적입니다. 어머니는 그를 낳다가 죽었습니다. 아버지 빌헬름 제라체를 마치 신(神)만큼 존경하지만 아버지는 그에게 냉담합니다. 그가 어른이 되게 한 사람은 아버지의 두 번째 부인 눈치아타입니다. 열여섯 살 눈치아타가 아버지를 차지한 것입니다. 열다섯 살인 아서는, 처음에는 그녀를 질투하고 증오하다가 어느 순간 그 증오와 질투가 이성적 사랑으로 변하고 그러므로 당연히 괴로움에 싸이게 됩니다. 가슴속에 성장통의 그늘이 남아 있다면 이 소설이 더욱 읽을 만할 것입니다. 제1장 '왕과 별'에서는 프로치다 .. 2009. 8. 5.
콜린 맥컬로우 『가시나무새』 콜린 맥컬로우 『가시나무새』 李曉星 譯, 을지문화사, 1984 사랑으로 맺어졌거나 운명으로 결합되었거나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가령, ‘가족’으로 함께 살아간다 해도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마음은 얼마나 황량해지는가.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50년에 걸친 이야기 끝에서 마침내 밝힌다는 듯 또 그것을 강조한다. ‘사랑’이란 그러하므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은 ‘사랑’을 간직한 누구에게나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만큼 얼마나 고달픈가를 보여주면서(제1부~제6부) 그럼에도 그들의 딸은 희망을 설명하려는 듯 또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다(제7부 저스틴의 결혼). 박찬욱 감독이나 콜린 맥컬로우나 어.. 2009. 7. 4.
E. 데 아미치스 『사랑의 학교』 E. 데 아미치스 지음 《사랑의 학교》 이현경 옮김/김환영 그림, 창비아동문고 1998. 평생 마음속에 간직해둔 책을 소개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문화일보』 기자가 전화를 해서 「Readers are Leaders」라는 특별기획 코너에 교육자 한 명을 소개하기로 했고, 그 첫 번째 인터뷰가 하필이면 블로그 『파란편지』 주인에게 돌아가게 되었다고 하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기자가 오면 인터뷰를 어디서 어떻게 하고, 그 기자와 식사를 할 식당 같은 건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습니다. 평생에 책을 그렇게 많이 읽은 사람도 아니고, 앞으로도 '이제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고 걸신들린 듯 읽어댈 자신도 없지만, 그동안 읽.. 2009.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