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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이기규 지음·이상권 그림 『용튀김 1·2·3』

by 답설재 2011. 4. 8.

이기규 지음·이상권 그림

『용튀김 1·2·3』(여우고개, 2011)

 

 

 

 

'신화와 전설을 요리하는 이상한 분식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입니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지요. 옆집에 살고 있던 형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개천 건너편에 있는 하수처리 시설을 가리켰습니다.

"저기 건너편에 보이는 게 뭔지 알아? 바로 용의 무덤이야."

"와! 정말이야?"

저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습니다. 물론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커다란 금속 덩어리가 절대 용의 무덤이 될 수 없다는 것쯤은 당시에도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왠지 그 순간…… 강둑에서 슬며시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아무렇게나 자라난 잡초들이 흔들리며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던 그 순간에는 형의 이야기가 진짜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략)…

 

이야기는 그야말로 종횡무진, 학교나 집 같은 말하자면 '이 세상'은 물론,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을 무대로도 펼쳐지지만 주무대는 '신화와 전설을 요리하는 이상한 분식집'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어른들을 데리고 시시콜콜 다 이야기할 수는 없고, 맛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무릎을 탁 쳤다.

"참! 지난번에 찾았던 용 튀김이 한 조각 남았는데 그걸 한번 먹어보겠어요?"

"네? 요, 용 튀김요?"

"그래요. 오늘 같이 비오는 날엔 용 튀김이 제격이지요."

주인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르게 은은한 불빛이 비추는 분식집에 있자니 한결이는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배가 고픈 것도 이제는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무섭게만 보였던 주인 할아버지가 인자한 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한결이는 전에 없던 용기가 무럭무럭 생겨났다.

'한번 먹어볼까? 그래, 용 튀김이면 뭐 어때. 배만 부르면 되는 거잖아.'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한결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조, 좋아요. 주세요, 용 튀김!"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할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주인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한결이는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내가 미쳤나 봐. 어쩌려고 그걸 달라고 한 거야. 이 바보!'

한결이는 자기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냥 몰래 달아날까? 안 돼. 비 오는 걸 봐. 저 속을 뚫고 갈 순 없어. 어쩌지? 어쩌지?'(제1권, 38~39쪽)

 

  

 

 

뒷표지에 줄거리가 나와 있습니다.

 

나머지 공부를 도맡아서 해서 '나머지 삼총사'라고 불리는 한결이, 찬우, 석우! 어느 날, 한결이는 학교 앞 분식집에 비를 피하러 들어갔다가 우락부락하게 생긴 주인 할아버지가 만든 용 튀김을 먹게 되는데… 그 다음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눈알 괴물에서부터 교실 창문을 가득 메울 정도로 큰 푸는 용까지,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 것이다. 한결이를 비롯한 나머지 삼총사에게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신비의 땅 온 대륙에서 펼쳐지는 삼총사와 두 마리 용의 모험!

…… 우리의 옛이야기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몽골 등의 아시아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요괴들……

 

 

 

 

'이 사람이 아무리 할일이 없기로 동화책을 읽고 있었을까?' 하신다면, 살다보니까 이렇게 할일이 없을 때가 있게 되었고,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동화책을 읽어볼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 책의 지은이를 잘 아는가?' 하신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외손자에게 줄 책으로 골랐을 뿐입니다. 그 애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니까 아직 먼 것 같지만 사실은 곧 교과서에 파묻혀 그 수많은 내용을 외워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수능문제 70%가 출제된다는 EBS 방송교재도 봐야 하고, 혹 입시학원까지 가야 할지도 모를 시기를 맞이할 테니까 지금은 내가 나서서 그런 공부에 '훼방'을 놓고 싶은 것입니다. 훼방이란, 자세히 말하면, 국어, 도덕, 사회, 과학, 수학, 체육, 음악, 미술, 실과, 영어 같은 '잡다한' 것들의 점수 획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도록, 그런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빼앗는 것 등으로 그 애에게 지장을 주는 일을 말합니다. 지금만큼이라도 그 애가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를, 요샛말로 하면 '완전'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누가 나서서 "조금 있으면 입시위주교육이 사라지도록 해주겠다"고 하면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미안하지만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림 몇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