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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작자 미상『인현왕후전』Ⅱ

by 답설재 2011. 6. 14.

『인현왕후전』

구인환 엮음, 신원문화사, 2003

 

 

 

 

 

 

'인현왕후전'은 조선 시대 숙종 당시의 궁중을 배경으로 인현왕후가 겪은 생애를 소설체로 엮은 작품으로, '한중록' '계축일기'와 더불어 궁중문학의 대표작입니다.

'인현왕후전'

 

예전에 U문고에서 나온 그 '멋진 책', 잃어버린 책을 너무나 그리워해서 그렇지, 그런 마음을 잊고 읽으면 다른 책도 얼마든지 좋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여기에 보여드리는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장정마저도 작품에 나오는 인현왕후의 모습을 닮도록 하려고 했는지 정갈하고 아름답습니다.

 

 

…(전략)…

점점 장성하시매 정정탁월(亭亭卓越)하사 화월(花月)이 부끄리는 듯하시고 용색(容色)이 찬한 숙녀이시며 고금에 방불하여 비할 데 없으시고, 여공(女功)1과 재정(才程)2이 민첩하기 이를 데 없어 마치 귀신을 돕는 듯하시되 그런 내색을 하시는 일이 없으시고, 마음쓰심이 언제나 한결같이 변동이 없으시고 희로(喜怒)를 타인이 알지 못하고, 무심무려(無心無慮)한 듯하시고, 성질이 유한(有閑)하시고 덕도가 빈빈하시고 효의특출(孝義特出)하시며, 사람됨이 겸손하시어 모든 면에서 뛰어난 분이어서 종일 단정히 앉아 계시는 모습이 위연한 화기는 봄볕과 같으시되 단엄침중(端嚴沈重)3하오신 기상(氣象)이 감히 우러러뵈옵기 어렵고, 맑고 좋은 골격이 설중매(雪中梅)와 같으시고, 높고 곧은 절개는 한천송백(寒天松柏) 같으시니 부모와 집안 어른들이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원근(遠近) 친척이 다기함을 놀라고 탄복하여 어릴 적부터 동경치 않는 이 없어 꽃다운 향명(香名)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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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녀자들이 하는 길쌈질.
2. 바느질 솜씨.
3. 단정하고 엄숙하며 침착하고 무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