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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45

마거릿 크로스랜드 『권력과 욕망』 아름다움의 힘 마거릿 크로스랜드 『 권력과 욕망』 이상춘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2005 최근에 이르러 '외모지상주의'가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뜨겁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KBS 2TV「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여대생이 "키가 180cm 이하인 남자는 루저"라고 해서 말썽이 되기도 했고, 톱스타 장동건과 고소영이 사귄다는데 대해 '개그콘서트'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1등끼리만 사귀는 더러운 세상!"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우스개를 방송하여 그게 유행어가 되기도 했답니다. 어쨌든 심지어 '외모도 능력'이라는 말이 '진실'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 루스벨트대학 교수 고든 팻찌는, '외모연구소'를 만들어 30년간 '외모지상주의(lookism)'.. 2010. 1. 14.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Ⅲ B.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김재경 옮김, 혜원출판사, 2007 2010. 1. 12.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Ⅱ B.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김재경 옮김, 혜원출판사 2007 혹한과 폭설이 이어지다가 모처럼 포근한 토요일 낮입니다. 오후에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우리 학교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 선생님 한 분의 결혼식 주례를 하고 들어왔습니다. 또 눈이 옵니다. 지난 3일 일요일 밤에는 눈이 참 많이도 왔습니다. 그 눈은 월요일에도 그칠 줄 모르고 내려 그날 출근을 하려던 우리 학교 교직원들 중에는 한 곳에 서 있는 버스 안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다가 어쩔 수 없이 되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 기간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기상 관측사상 제일 많이 내렸기 때문에 칠십 몇 년 만에 가장 많이 내렸다고 하더니 이어서 백 몇 년 만이라고도 했습니다. 뉴스에서는 8일에도 아직 전철이 미어터질 지경이어서 .. 2010. 1. 9.
김유정 『동백꽃』 김유정 단편선 『동백꽃』 문학과지성사 2009 맑은 시내에 붉은 잎을 담그며 일쩌운1 바람이 오르내리는 늦은 가을이다. 시든 언덕 위를 복만이는 묵묵히 걸었고 나는 팔짱을 끼고 그 뒤를 따랐다. 이때 적으나마 내가 제 친구니까 되든 안 되든 한번 말려보고도 싶었다. 다른 짓은 다 할지라도 영득이(다섯 살 된 아들이다)를 생각하여 아내만은 팔지 말라고 사실 말려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저를 먹여주지 못하는 이상 남의 일이라고 말하기 좋아 이러쿵저러쿵 지껄이기도 어려운 일이다. 맞붙잡고 굶느니 아내는 다른 데 가서 잘 먹고 또 남편은 남편대로 그 돈으로 잘 먹고 이렇게 일이 필 수도 있지 않느냐. 복만이의 뒤를 따라가며 나는 도리어 나의 걱정이 더 큰 것을 알았다. 기껏 한 해 동안 농사를.. 2010. 1. 6.
세계화시대의 한국어 신문을 보면 대학에서는 영어로 강의하라는 요청이 강한 것으로 들립니다. 국제화시대여서 그 요청이 그럴듯하지만, 가령 국문학과 같으면 난처할 것입니다. 대학과는 별 관계가 없어서 깊이 생각한 적은 없지만, 지난해의『현대문학』에는「세계화시대의 한국어와 한국문학」이란 주제로 연간 여러 가지 글이 연재되었고, 12월호에는「언어, 욕망, 그리고 아름다움에의 의지」라는 글이 실렸습니다.웬만한 책은 보관하지 않기로 했고, 그 글을 다 옮길 수도 없으므로 언제 봐도 그 글의 내용을 기억할 만큼, 충분히 옮겨두기로 했습니다.  언어, 욕망, 그리고 아름다움에의 의지1 실질가치 제로를 지향해야 할 교환도구는 반전의 마술을 연출한다. 일단 화폐가 그러하다. 잘 알려져 있듯 오래전에는 쌀, 소금, 옷감 등 사용가치를 지닌 것.. 2010. 1. 4.
B.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Ⅰ B. 파스테르나크『닥터 지바고』김재경 옮김, 혜원출판사, 2007         지난여름 참 좋은 어느 선생님이 이미 절판이 되었다는『닥터 지바고』 음반을 구해주었습니다. 그걸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걸 들으면 음반을 구해준 사람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소설이나 영화만큼은 아니라 해도 짧은 시간에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기에는 좋을 음반입니다. 지난 11월 11일에 베이징에 갔었는데, 마침 폭설이 내리는 걸 보며 그 소설과 영화가 떠올랐고, 13일 오후에는 우리 일행을 안내해 준 인민교육출판사 직원이 티벳까지 간다는 칭짱열차 이야기를 해서 또 그 소설과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영화는 세 번을 봤습니다. 감동적이어서 세 번씩이나 봤다기보다는 "감동적!"이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1968년엔가 처음 .. 2009. 12. 29.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Ⅳ - 만남, 그리움 『현대문학』에 연재되고 있는 이 소설의 한 부분입니다. 질베르트의 출현과 산사꽃 …(전략)… 생울타리 틈으로 정원 안의 오솔길이 하나 보였는데 그 길가에 피어난 재스민, 팬지, 마편초 사이로 꽃무들이 열어 보이고 있는 신선한 주머니는 옛 코르도바산 가죽으로 지은 향긋하고 빛바랜 장밋빛인데, 한편 자갈 위에는 초록색의 물 호스가 풀어져서 길게 뻗어 있고 그 뚫어진 구멍들에서 꽃잎들 머리 위에 다채로운 작은 물방울들이 뿜어나와 프리즘 같은 수직의 부채를 만들어 세우며 꽃향기를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그만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마치 어떤 환영이 나타나서 단지 우리의 시선만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은 지각을 요구하고 우리의 존재를 송두리째 다 손아귀에 넣어버렸.. 2009. 12. 23.
아티크 라히미 『인내의 돌』Ⅱ 아티크 라히미Atiq Rahimi․ 『인내의 돌Syngue Sabour: Pierre de Patience』 임희근 옮김, 현대문학, 2009. ♧ 처음 한 부분 이 사진 맞은편, 벽 아래쪽에 같은 남자가, 사진보다 나이 든 모습으로 바닥에 놓인 메트리스 위에 길게 누워 있다. 턱수염을 길렀다. 수염이 희끗희끗하다. 사진보다 말랐다. 너무 말랐다. 가죽밖에 안 남았다. 창백하다. 주름투성이다. 코는 사진보다 더 독수리 부리를 닮았다. 여전히 웃지 않는다. 계속 비웃는 듯 야릇한 표정이다. 입은 조금 벌어져 있다. 사진보다 한층 더 작아진 두 눈은 눈구멍 속으로 움푹 들어가 있다. 시선은 한사코 천장에만, 뚜렷하게 드러난 꺼멓게 변하고 썩어가는 대들보 사이에만 고정되어 있다. 두 팔을 몸에 붙인 채 힘없이.. 2009. 12. 19.
아티크 라히미 『인내의 돌』Ⅰ 아티크 라히미Atiq Rahimi․ 『인내의 돌Syngue Sabour: Pierre de Patience』 임희근 옮김, 현대문학, 2009. 이런 헌사가 적혀 있습니다. "남편의 손에 야만적으로 살해된 아프가니스탄 시인 N.A.를 추모하면서 쓴 이 이야기를 M.D.에게 바친다." 『현대문학』2009년 10월호에는 이 모티브를 포함하여 자세한 내용들이 소개되었습니다.1 나는 이 구석에 갇혀 있다. 우울하고 슬픔으로 가득하여 나는 날개가 접혀 날 수도 없다. 나는 아프칸 여자다, 목 놓아 울어야 하는. 위의 시는 아프가니스탄의 젊은 여성 시인 나디아 안주만Nadia Anjouman의 가잘(서정시)인데, 여기에서 시인은 자신의 삶을 새장에 갇힌 새에 비유한다. 이는 어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아주 평범한.. 2009. 12. 18.
놀라운 백남준 ‘복합매체’에 대한 백남준의 글이 있어 옮깁니다.1 그는 박식해서 특유의 논리를 전개했지만, 저로서는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머리말만 옮기게 되었습니다. 노버트 위너2와 마샬 맥루한3 1.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취미인 노버트 위너는 이미 20년 전에 다음과 같이 복합매체에 대해 예견했다. "수년간 로젠 블르트 박사와 나는 과학 발전의 초대 수혜영역은 여러 기성이론들 사이에서 불분명한 성격 때문에 간과되어온 틈새 분야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라이프니츠 이래로 자기 시대의 모든 지식활동을 온전히 조망할 만한 인물은 없었다. 한 세기 전에는 비록 라이프니츠는 아니었어도 가우스나 패러데이, 다윈이 있었지만 말이다. 오늘날 자기 스스로를 아무 거리낌.. 2009. 12. 16.
E. 슈프랑거 『천부적인 교사』 『천부적인 교사』 E. 슈프랑거·金在萬 譯, 『천부적인 교사』(배영사, 1983 重版) E. 슈프랑거는1 "천부적인 장군과 마찬가지로 천부적인 교사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이미 서론에서 충분히 설명됩니다. 이렇게 시작됩니다.(14) 「이 세상에서 위대한 일 치고 정열 없이 성취된 것은 없다」고 한 헤겔의 말 가운데서 정열이란, 말하자면 전체적인 정신활동으로부터 개인에게 분여(分與)된 정신의 부분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하찮은 개인의 생활이 세계정신의 큰 업무에 참가할 때는 개인의 이기적인 동기가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은 자기의 행복에의 추구가 어느 정도까지 달성된다. 이것이 곧 「이성이란 이름의 술책(狡智, 策略)」인 것이다. 이 술책이 정열을 움직여서 그의 세계정.. 2009. 12. 14.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2)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김종철․김태언 역『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녹색평론사, 1996    옮겨쓴 부분들에서 이미 이 책의 메시지 전체를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그의 관점들에서 다음과 내용들은 특별히 눈길을 끄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서구의 교육은 1970년대에 라다크의 마을들에 들어왔다. 오늘날 약 200개의 학교가 있다. 기본적인 교과과정은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 가르치는 것을 어설프게 흉내낸 것이고, 그것은 또 영국 교육의 어설픈 모방이다. 거기에는 라다크의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한번은 레에서 어느 교실에 가보았을 때 교과서에 런던이나 뉴욕의 것임직한 아이의 침실 그림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림에는 깔끔하게 접혀진 손수건 무더기가 기둥 달린 침대 위에 놓여 있고 그.. 2009.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