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기의 즐거움745 영화 『록키』 이야기 '저 정도 영화야?' 싶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게다가 록키의 편이 되어, 더구나 '그래, 저렇게 살아야 해!' 싶었고, 함께 보고 앉아 있는 아들에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 애도 제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오래 전의 일입니다. 「록키」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모을 수 있겠다 싶었으나 영화라면 워낙 일천해서 어쩔 수가 없고, 우선 두 가지만 실어 놓고 더 발견되면 옮기겠습니다. 할리우드가 그나마 가끔은 소외된 자의 왜소한 외침을 대형 스크린에 소박하게 담기도 하던 시절, 「록키」(1976)라는 영화는 자괴감을 극복하고 작은 자기 성취를 이루는 한 무명 권투선수의 일상을 그린다. 가난과 무명의 늪 속, 스파링 파트너로서 도장을 .. 2010. 12. 27. 패트릭 G. 라일리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THE ONE PAGE PROPOSAL』 패트릭 G. 라일리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THE onE PAGE PROPOSAL』 안진환 옮김, 을유문화사, 2002 '페이퍼워크(paperwork, 문서 작성·편집)'는 매우 중요한 일로, 있는 사실을 감추거나 빠트려서도 안 되지만 공연히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아도 안 되며, 오늘날과 같은 복잡다단한 사회에서는 딱 한 장에 간추려진 문서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THE onE PAGE PROPOSAL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는 그 한 장의 기획서에 대해 '힘차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아이디어의 탄생 2. THE onE PAGE PROPOSAL(개요) 3. 준비 과정 4. 로드맵(전체적 윤곽 꾸미기) 5. 지식을 1 page 형식으로 바꾸기 6. 1 Page Proposal.. 2010. 12. 21. 정진홍 『만남, 죽음과의 만남』 정진홍, 『만남, 죽음과의 만남』궁리출판, 2003 Ⅰ 2003년에 나온 책이니까 오래 된 책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오래 보관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혹 절판되었다면 "보세요! 홍보를 많이 하는 처세서(處世書)만 찾으니까 이런 좋은 책이 사라지잖아요." 원망스런 이야기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이 책의 내용에 미련을 갖고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도록 하는 책인가?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저는 아직 그런 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죽은 사람이 쓴 책을 봐야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뒤표지에는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사랑의 진술을 바탕으로 하여 죽음을 맞으면, 죽음은 그대로 삶의 완성입니다. 마침내 죽.. 2010. 12. 14.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푸른숲, 2009) 광고가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이 팔렸을 것입니다. 서점에선 지금도 좋은 곳에 진열된 걸 보면 요즘도 많이 팔리고 있는 책입니다. 「난 내가 마음에 들어」 어느 날 서점에 들러 '왜 이 책이 많이 팔리지?' 첫 꼭지만 읽어보.. 2010. 12. 3.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 Ⅳ 여기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은 어쭙잖은 처지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속아서 오시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은 더욱 그렇습니다. 가령 검색창에 "아름다운 육체" "누드"와 같은 단어를 넣어서 오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까미유 끌로델과 로댕 이야기 때문에 이 블로그를 찾게 되고 낭패감을 맛보며 돌아갈 것이 분명합니다. 낭패감으로 말하면 다른 예도 많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느 학생이 '시지프스가 누구지?' '시지프스의 신화가 뭐지?' 단순한 의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서 검색을 하게 되어 찾아오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시지프의 신화』 Ⅰ Ⅱ Ⅲ을 다 살펴도 분명한 답을 얻지 못하는 헛수고를 하게 될 것입니다. 단지 그 학생을 위해서 『시지프의 신화』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다시 보며 알베르.. 2010. 11. 30.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정영목 옮김, 이레 2004 나온 지가 꽤 된 책입니다. 내가 교육부에서 교장으로 나온 그 해에 산 책이니까요.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 스위스)이 '왜 여행을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쓴 책입니다. 작가는 아직 나이는 많지 않지만 무엇이든 분석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작품도 썼습니다. 그 책은 '그래, 정말 그래!' 싶을 데가 한두 곳이 아니었고 '요런 걸 어떻게 기억했다고 표현했을까' 싶어서 귀신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 '보통'이란 이름이 얼른 익숙해지지 않아서 어디에 그의 이름이 보이면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되어 약간의 혼란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여행의 기술", 우선 제목을 멋지게 붙.. 2010. 9. 3. 리빙하이(李炳海) 『동아시아 미학』 리빙하이(李炳海) 『동아시아 미학』신정근 옮김, 동아시아, 2010 저자 리빙하이(李炳海)는 저와 같은 병술생(丙戌生, 1946)인 사람이지만, 저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므로 이 책에 대해 저 같은 사람이 뭐라고 하는 게 이상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는 이 책을 47세 때인 1993년에 출간했고 그 제목은 『주대문예사상개관周代文藝思想槪觀』이었는데, 번역자(신정근)가 이 제목으로 바꾸고 주(周)는 동아시아 미학의 모태이고 자원(資源)이 되는 시기이므로 『동아시아 미학』으로 개칭하는 것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번역자의 이야기를 한 가지만 더 하면 그는 역자 서문을 "좋은 사람과 좋은 책, 만나면 늘 즐거운 일이 생긴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역자 서문의 그 시작처럼.. 2010. 8. 20. 로란트 카흘러 『이별에 관한 이야기』 로란트 카흘러 『이별에 관한 이야기』 송소민 옮김, 주니어김영사 2010 학교에서 스물네 권의 권장도서를 지정해주었다는 그 주의 휴일에 우리에게 온 제 외손자가, 이마트에 도착하자마자 당장 만화를 집어 들고 ‘삼매경’에 빠진 모습입니다. 그렇게 몇 권을 보고도 그날은 결국 만화책만 세 권이나 샀습니다. 다른 책도 많이 보는 편이니까 까짓 만화책 세 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할아버지를 만나서 책 이야기를 하게 되면 권장도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제 엄마의 말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그렇게 했으니, 그날 일어난 일을 스스로 되돌아봐도 한심했겠지요. 제 아빠가 데리러 와서 둘이서 돌아가는 동안 자동차 뒷좌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눈물을 흘리더랍니다. 그 뒷좌석이 조용해서 뒤돌아봤더니 그렇게 울더랍니다. 제 .. 2010. 7. 8. 제임스 조이스 『고양이와 악마』 제임스 조이스 / 제럴드 로즈 그림 『고양이와 악마』 장경렬 옮김, 문학수첩리틀북 2010 외손자가 때로 귀신을 무서워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오래됐습니다. 언젠가 밤중에 전화가 걸려오더니 "얘한테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 좀 해주세요." 하기도 했으니 웬만큼 성가신 일이 아니겠지요. 멀쩡하게 잠이 들었다가 꼭두새벽에 잠이 깨어서는 제 아빠 엄마까지 깨우는 소동을 벌이니 기가막힐 법도 합니다. 만났을 때 "귀신은 무슨 귀신!"이냐며 철석(鐵石)같이 얘기해주어도 그때뿐입니다. 귀신에 관한 책이나 친구들 얘기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제임스 조이스(1882~1941, 아일랜드)가 손자를 위해 쓴 동화가 있다는 기사를 읽고 이 책을 찾았습니다. 그는 저 유명한 작품 『율리시즈』와 『더블.. 2010. 6. 28. 장피에르 베르데 『더 높이, 더 멀리』 장피에르 베르데(천문학자) 글, 피에르 봉 그림 『더 높이, 더 멀리』 조현실 옮김, 파랑새 2009 초등학교 3, 4학년? 글쎄요. 더 넓게 생각해도 5학년까지의 어린이들이 보면 딱 맞을 책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주말에 제가 외손자 선중이에게 선물한 책입니다. 그 책을 좀 읽어보고 녀석에게 주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인 40~45쪽의 그림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여섯 페이지에 걸쳐 설명된 것이 겨우 이것이니 어린애들이 보면 좋을 그림책이 분명합니다. 우리 태양은 수십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가족, 즉 우리 은하계에 속해 있습니다. 어떤 곳에는 별들이 너무 많이 모여 있어, 마치 은빛 강물이 흐르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은하계를 은하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 은하계는 거.. 2010. 6. 21. 노인취급 Ⅱ-『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낮에는 점심을 먹고 이곳에서 교보문고 사거리까지 다녀옵니다. 괜히 걷는 거죠. 병원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행색을 좀 살펴보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물론 그들이 저를 보고 '강남에 갑자기 뭐 저런 인간이 다 왔나' 그러는 경우가 흔하겠지만- ‘이건 참 아무것도 아니다’ 싶어서 아예 교보문고에 들어갔다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것 좀 보십시오. 요즘은 머리가 어떻게 됐는지 깜빡깜빡하기가 일쑤여서 잘 읽지도 않지만 인터넷으로 사면 대부분 10% 할인인데, 그걸 정가대로 주고 한 권씩 사서 들고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갈 때는 '책 사러 간다'가 되고, 올 때는 '책 사가지고 온다'가 되는 명분을 마련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제는 에릭 카펠릭스라는 사람이 만든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 2010. 6. 11.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下)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이한음 옮김, 김영사 2007 마지막 부분입니다. 지난번에 쓴 것처럼 다음번에는 『도킨스의 망상』 같은 책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하텅은 “너희는 살인하지 말라”가 결코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것은 유대인을 죽이지 말라는 아주 구체적인 의미였다. 그리고 ‘네 이웃’과 관련된 모든 계명들은 똑같이 배타적이다.(385) 유대교라는 요소를 고려 사항에서 제외시키자, 대다수 아이들은 현대인의 다수가 지닌 도덕적 판단과 일치하는 의견을 냈다. 여호수아의 행동은 야만적인 집단 학살 행위였다.(389) 와츠의 찬송가는 (개혁파를 제외한) 정통파 유대인과 보수파 유대인에게 암송하도록 가르치는 일일 기도를 생각나게 .. 2010. 5. 4. 이전 1 ··· 54 55 56 57 58 59 60 ··· 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