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란트 카흘러 『이별에 관한 이야기』
송소민 옮김, 주니어김영사 2010
학교에서 스물네 권의 권장도서를 지정해주었다는 그 주의 휴일에 우리에게 온 제 외손자가, 이마트에 도착하자마자 당장 만화를 집어 들고 ‘삼매경’에 빠진 모습입니다. 그렇게 몇 권을 보고도 그날은 결국 만화책만 세 권이나 샀습니다.
다른 책도 많이 보는 편이니까 까짓 만화책 세 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할아버지를 만나서 책 이야기를 하게 되면 권장도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제 엄마의 말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그렇게 했으니, 그날 일어난 일을 스스로 되돌아봐도 한심했겠지요. 제 아빠가 데리러 와서 둘이서 돌아가는 동안 자동차 뒷좌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눈물을 흘리더랍니다. 그 뒷좌석이 조용해서 뒤돌아봤더니 그렇게 울더랍니다. 제 엄마에게 설명할 일이 기가 막혔겠지요.
지난 주말에는 전화를 하더니 우는 소리로 제 아빠 엄마를 일러바쳤습니다.
둘이서 낄낄거리며 저에게 자꾸 물을 끼얹는다고 했습니다. 잘 알았고, 나중에 '그것들'을 그냥두지 않겠다고 했더니 전화를 끊었습니다. 녀석은 아직 어린 시절일 때 그렇게 해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저께 저녁에는 녀석의 앞니가 또 부러졌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는 깁스를 하고도 학교 계단을 마구 오르내리다가 굴러 떨어져 부러졌던 바로 그 앞니입니다. 녀석이 그 모양입니다. 그런 녀석을 보고 모두들 저를 닮았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으니 저 또한 기가 막힐 일입니다. 이빨이 부러진 건 대수롭지 않지만, 그 순간 얼마나 아팠겠습니까.
그러나 녀석도 곧 철이 들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헤어져야만 합니다.
그 헤어짐은 아직 멀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곧'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쉬운 이별과 힘든 이별,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갈까,
장례는 어떻게 치러질까,
사람마다 슬픔의 크기는 다를까,
슬픔은 어떻게 사라질까,
다시 만날 희망을 꿈꾸며
그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그 여섯 가지 이야기는 가령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와 같은 주제로 전개되고, 군데군데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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