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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45

와리스 다리 『사막의 꽃』 와리스 다리 『사막의 꽃』이다희 옮김, 섬앤섬 2005   새 영화 를 소개하는 기사를 봤습니다.어느 대학생이 그랬습니다. "초록 아파트, 은별 아파트… 라고 하면 아무래도 좀 촌스러운가요?"새 영화 소개란의 는 다음과 같았습니다(조선일보, 2010년 4월 22일, A25면,「소말리아 출신 톱모델 비인간적 '할례' 고발」) 소말리아 황무지 마을에서 태어난 와리스 다리(리야 케베데)는 열세살 때 동네 노인과의 강제결혼을 피해 고향을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 런던까지 간 그녀는 햄버거집에서 일하다가 유명 사진작가 눈에 띄어 모델로 데뷔한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그녀는 불법체류 적발과 위장결혼을 겪으며 세계 최고의 패션리더로 성장한다. 그녀는 유엔본부에 나가 자신의 몸에 새겨진 소말리아 여성의 비인간적인.. 2010. 5. 3.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中) 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옮김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김영사, 2007) 지난번에 소개한 부분의 뒷부분에서 메모한 내용들입니다. 지난번에 쓴 것처럼 다음번에는『도킨스의 망상』같은 책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종교가 어디에서 왔으며 왜 모든 인류 문화가 그것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론을 갖고 있다. 종교는 위안과 평안을 제공한다. 집단에 연대감을 부여한다. 왜 우리가 존재하는가를 이해하고 싶다는 우리의 열망을 충족시킨다. …(중략)… 종교는 너무 낭비적이고 너무 사치스럽다. 그리고 다윈적인 선택은 습관적으로 낭비를 표적으로 삼아 제거한다.(248) 진화론자에게 종교 의식은 “햇빛이 드는 숲속의 빈터에 앉아 있는 공작 수컷들처럼 돋보인다.”(데니얼 데닛의 표현이다). 종교.. 2010. 4. 28.
김예실 『행복한 샘』 의사는 제게 등산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계단을 올라가면 부담스럽고, 오르막을 걸으면 곧 피곤해집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가령 도시철도 4호선이나 7호선을 타려고 지하로 내려가면 곧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고, 어지름증과 두통이 몰려옵니다. 어제는 '아침고요수목원'에 가서 계곡의 '선녀탕'에 내려가 보려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기 시작해서 주저앉았더니 아내가 놀라며 할말을 잊더니 그러지 말고 장애인 등록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아주 부담스러울 때나 지하주차장 같은 곳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럴까? 그렇게 지내는 것이 차라리 나을까?' 싶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부산에 내려갔었습니다. 비행기는 탈 수 없게 되었고,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 2010. 4. 26.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上) 어느 신문 World Topics에「도킨스 "교황 영국 오면 기소"」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토픽'은 원래 그런 기사들 아닙니까? 그러니 너무 흥분하거나 심각해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여간 다음과 같습니다. '이기적인 유전자' '만들어진 신(神)' 등의 저자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Dawkins)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가 "교황이 영국을 방문하면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킨스 교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인류에 대한 범죄' 혐의로 즉시 기소돼야 한다"며 "1998년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Pinochet)에게 적용한 것과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영국의 더타임스 일요판이 11일 보도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996년 추기경으로 봉직할 당시 .. 2010. 4. 21.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Ⅴ -스완의 사랑, 스완의 음악- 하이, 코코! 다시 옮겨씁니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화자(話者)의 인격을 이루는 다양한 면모가 치밀하게 소개됩니다. 이번에는 여성, 그리고 여성과 연계하여 음악에 대한 관점이 드러난 부분 중에서 한 부분을 옮깁니다.1 스완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하게 되었는데, 스완은-스완의 사랑은, 화자(話者), 나아가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자신의 자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현대문학』 연재 제13회의 주(註)에 다음과 같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2 우리는 이 화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상감되듯 새겨져 있었다는 것, 그것은 어린 시절의 잠 못 이루는 기억의 어둠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 아울러 스완이 경험한 사랑은 화자 자신의 의식 속에 '자유 연상을 통해서' 거울 .. 2010. 4. 15.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Ⅱ) -나체체험학습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에서 계속 그러다가 나는 한 작품 앞에서 딱 멈춰 서게 되었다. 그것은 소녀의 상반신상이었다.1 화보에는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까미유가 임신하여 피신해 있는 동안 아즐레뜨 城의 여주인의 손녀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이 명랑한 소녀를 소재로 까미유는 홍기 띤 아이의 얼굴, 낯선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크게 뜬 두 눈, 모난 턱, 숨쉬는 입, 수척한 관자놀이 등을 표현한다. 이 세상에 대한 신비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바라보는, 불타는, 무엇을 묻는 듯한 두 눈이 가장 큰 초점을 모은다. 특별한 덧붙임 없이, 문학적이거나 신화적인 장식 없이, 위대한 고전 예술의 간결성 속에 까미유는 처음으로 어린 시절의 이미지를 조각에 부여한다. 「어린소녀 샤틀렌느」(1893) 재료.. 2010. 3. 19.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 2005년 봄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아침나라)는 책을 냈습니다.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 책이지만, 제목을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출판사 사장의 주장이 강해서 부득이 그렇게 붙이고 말았습니다. 이래저래 팔리지 않을 책이었다면 책 이름이라도 제 마음대로 붙여볼 걸 싶기도 합니다.그 책에 실린 글입니다. 좀 긴 듯해서 두 부분으로 나누어 싣겠습니다. 블로그에 들어와 오랫동안 글만 읽는 것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긴 그게 제 블로그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  요즘 누드 열풍이 한창이다. …(중략)…. 여자들의 몸매의 서양화와 용감성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여자들의 몸매가 서양화해 서양 여자들의 벗.. 2010. 3. 18.
西澤潤一 『암기편중교육에 대한 直言!』 西澤潤一 『암기편중교육에 대한 直言!』 창조 1994 신문에서 경제에 관한 칼럼을 읽다가 어디서 본 듯한 이름을 발견했습니다.1 '니시자와(西澤潤一)'입니다. 그 칼럼에서 눈길이 간 부분입니다. …(전략)… 손대는 일마다 술술 풀려 세상이 다 내 것처럼 여겨질 때 겸손해지기란 정말 어렵다. 개인만이 아니라 나라도 마찬가지다. 80년대는 일본 안 경제에서 이기는 상품이 곧바로 세계 시장을 거머쥐던 시대였다. 반도체·조선·가전가구·자동차·기계설비에서부터 골프채·피아노까지 모두가 그랬다. 미국에선 MIT 교수들이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라는 제목으로 일본 앞에 무릎을 꿇은 미국 제조업의 반성문을 쓰고, 유럽에선 '21세기의 승자(勝者), 일본이냐 독일이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던 .. 2010. 3. 17.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 「델프트의 풍경」, 1660~1661년경. 캔버스에 유채, 98.5×117.5, 해이그, 마우리츠하위스.    하이, 코코.어떻게 지내요? 학교 생활이나 기숙사 생활이나 여전히 즐거워요? 코코가 있는 곳은 언제나 즐거운 곳일 것 같아요.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우리들의 삶 아니겠어요?빨리빨리 세월이 가서 코코가 그림을 가르치는 모습을 봤으면…….초조해서는 안 되겠지요? 재촉한다고 빨리 배우는 건 아니니까요. 『현대문학』연재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찾았어요.* 그러나 오데트가 돌아가고 나면, 스완은 다음에 또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자면 또 얼마나 지루할까요, 하던 그녀의 말을 생각하면서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한번은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진 말아 달라고 간청했.. 2010. 3. 14.
법정 『無所有』 "장례식을 하지 마라. 수의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관(棺)도 짜지 마라.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 평상 위에 내 몸을 놓고 다비 해라. 사리도 찾지 마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려라."  '무소유'를 설파해온 법정(法頂) 스님의 마지막 유언이다. 법정 스님이 11일 오후 1시 51분 서울 성북동 길상사(송광사 서울분원)에서 입적했다. 세수 78세, 법랍 55세. 중앙일보(2010. 3. 12) 기사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의 사진 위에 적힌 기사 제목은 세 줄로「장례식 하지 마라」「관 짜지 마라」「사리 찾지 마라」였고, 그 아래에 '마지막 유언 중에서'라고 씌어 있습니다. 문화일보(2010. 3. 12)에는 이런 기사도 보입니다. 스님은 열반에 들기 전 맑은 정신으로 .. 2010. 3. 12.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이것이 인간인가』 이현경 옮김, 돌베개 2009 Ⅰ 몹시 굶주려본 사람이 돈을 '왕창' 벌게 되면 그 쓰라린 기억을 되살리며 주변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게 될까요?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고 싶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인간입니다. 나는 대학입시에 실패한 1966년 한 해에 집에서 쫓겨나 서울과 충남 보령 등지에서 '밑바닥 인생'처럼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었습니다. 특히 정릉 유원지에서는 '최하층'으로 살아봤는데, 그 경험으로 하다못해 식당 종업원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자, 그건 자본주의(돈)의 진가를 모르기 때문이고 마음이 약하기 때문일 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돈은 권력이며 권력은 막강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2010. 2. 1.
메리 로취 『스티프 STIFF』 메리 로취 『죽음 이후의 삶, 스티프 STIFF』 권루시안 옮김, 파라북스, 2004 스티프(STIFF)란 '딱딱한' 상태, 즉 사후 경직이 일어났다는 의미로 시체를 가리킨다. 그렇게 시체가 되어 누워 있을 때 우리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메리 로취는 영혼은 안중에도 없고, 다만 그 시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인상적으로, 혹은 과학적으로 표현했다. 죽어 있다는 건 배에 타고 있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내고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또 살이 물러지고 새로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달리 할일도 없다.(9) 메리 로취는 이처럼 가벼운 듯 깊이 있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별 것 아니라는 듯 그러나 심각하게, 철저히 과학적이면서도 나와 마주앉아 얘기하듯 죽음 이후에 사체(死體).. 2010.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