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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51

장 그르니에 『카뮈를 추억하며』 Ⅱ 장 그르니에 『카뮈를 추억하며』 이규현 옮김 , 민음사 2012 □ 독서에 대하여 이렇게 읽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문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닥치는 대로 읽고 싶었던 욕심, 많이 읽고 싶었던 욕심에 대하여 생각한다. 나는 일찍 '책벌레'가 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책을 이용하지 못하고, 그 책들 속으로 숨어버렸다. 돈 될 만한 일들을 살펴보듯 책들이 있는 곳에 가보는 취미가 큰 장애는 아닐 것이다. 쑥스러워서 그 습관을 고치겠다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면 의미 있는 일도 아닐 뿐더러 누가 듣기나 하겠는가. 스스로도 이제와서 그나마 우스운 일 아니겠는가. 열여덟 살에 그는 또한 프루스트를 창조자라고 생각했다(이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찬사였다). 그는 프루스트 작품의 엄격한 구성과 .. 2013. 9. 8.
Ernest Hemingway 『The Old Man and the Sea』 Ernest Hemingway 『The Old Man and the Sea』1 1961년 프랑스 남서부의 타흐부에서 태어났다. 의학교수 집안에서 자란 그는 집안의 권유로 툴루즈 법대에 들어갔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법대 시절을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법대는 내게 최고의 학과였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을 수 있었으므로".2 복수라도 하듯 이렇게 쓸 수 있으면 얼마나 통쾌하겠습니까? 의학교수 집안에서 태어나 법대에 입학! 그러나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나서 그 법대를 조롱해 버린 사람. 이게 누군가 하면, 『왜 책을 읽는가』라는 멋진 책을 쓴 샤를 단치Charles Dantizg라는 작가입니다. 1961년에 태어난……3 ♬ 법대나 그 수준의 대학.. 2013. 8. 28.
토마스 만 『마의 산』 서글픔을 느끼게 한 책입니다. 939쪽이나 되었습니다. 저 책을 만만하게 펼치고 앉아 있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입니다. 새삼스럽게 이 유명한 책을 찾게 된 것은 『카뮈를 추억하며』 때문이었습니다.* 알베르 카뮈는 디노 부자티의 희곡 「흥미로운 증례」**를 번역해서 연출했다. 그는 더 강한 활력을 주기 위해 작품의 길이를 줄였다. 이 희곡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러한 세계의 이면을 드러내 보여준다. 환자들이 병원 창문을 통해 건강한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환자들에게는 이들이 낯설게 보인다. 두 진영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각 진영에는 다른 진영에 대한 완전한 이해 불가능성이 지배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는 『마의 산』의 요양소 거주자들이 경험하는 그 .. 2013. 8. 22.
장 그르니에 『카뮈를 추억하며』(Ⅰ) 장 그르니에 『카뮈를 추억하며』 이규현 옮김 , 민음사 2012 Ⅰ 나는 내가 맡은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책임이 있다는 점보다는 오히려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들에게 애착을 갖게 되었다.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20) 카뮈를 가르친 그르니에의 교육관입니다. '의무적'으로 마지못해 하는 교육이 아니라, '책무성'을 넘어 그 교육을 자신의 '권한' '능력' '가능성' 같은 것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지, 이러한 인식을 보다 일찍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교육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렇게 덧붙이고 있습니다.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 2013. 8. 16.
《TYLER 敎育課程과 授業의 原理》 《TYLER 敎育課程과 授業의 原理》 ♬ 방학이어서 N이 다녀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함께했습니다. 그와 나는 이제 겨우 네댓 번 만났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나라 교원들 중에서 내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입니다. 간혹 내가 잊고 있는 어떤 일을 상기해 내기도 하고, "물어보나마나 교장선생님 같으면 어떤 판단을 할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해서 좀 무섭다고 할까, 자랑스럽다고 할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면 한때 교육자였던 사람으로서는 그보다 더 고마울 수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입니다. ♬ 그에게 타일러(TYLER)의 교육과정과 수업의 원리에 관한 자그마한 책을 선물했습니다. 표지까지 해도 겨우 70쪽 정도, 값도――차라리 3만원이었으면 좋을 텐데――겨우 3천원입니다(李鍾昇, TY.. 2013. 8. 8.
아돌프 히틀러 『나의 투쟁』 (상) 아돌프 히틀러 『나의 투쟁』 (상) 서석연 옮김, 범우사 1996 밤낮없이 일하다가 학교에 나왔을 때의 5년간은 한가한 느낌을 주는 나날이었다. 그때는 그야말로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했다. 다음은 그때 이 책 상하권을 읽고 발췌한 노트이다. 대다수의 민중은 특히 항상 연설의 힘에 의해서만 움직여질 수 있다. 그리고 위대한 운동은 모두 대중적인 운동이며, 인간적 정열과 정신적 감수성의 화산 폭발이며 잔인한 곤궁의 여신에 의해서 선동되거나 대중한테 던져진 말의 횃불에 의해 선동된다. 결코 미(美)를 논하는 문사나 살롱 영웅의 레몬 주스 같은 심정토로에 의한 것이 아니다.(166) 사람들은 역사를 실제로 이용해야만 할 때 그 가르침을 잊기 위해 역사를 연구하는 것도 아니며, 이제는 사정이 바뀌어 역사의.. 2013. 7. 28.
아돌프 히틀러 『나의 투쟁』 아돌프 히틀러 『나의 투쟁』 (상) 서석연 옮김, 범우사 1996 졸고 「역사책을 더 읽혀야 하는 이유」라는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가난한 하급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를 중퇴하고 페인트 공을 하며 살던 히틀러Adolf Hitler는, 제1차 세계대전 때는 하사에 지나지 않았으나 독재정치의 대명사인 나치스(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를 조직하고 군비를 확장한 다음 제2차 대전을 일으킨 놀라운 인물입니다. 선동술도 탁월했지만, 나치스의 바이블이 된 그의 저서 『나의 투쟁』은 극단적인 편견에 사로잡힌 저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독일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였으니 그 또한 놀라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책은 방대한 양에 비해 내용은 단순하여 다음과 같은 한 구절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아돌프 히틀러, 서석.. 2013. 7. 28.
토드 메이 『죽음이란 무엇인가』 토드 메이 『죽음이란 무엇인가』 서동춘 옮김, 파이카, 2013 Ⅰ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죽음들을 슬퍼하는 사람을 찾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죽어도 괜찮은 사람'이 죽었다는 인식 때문인지, 유족들도 '우리는 할 일을 다했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생활수준도 좋고 의술도 좋아서 웬만하면 오래 사는 건 좋은 일이지만, 죽음의 의미가 그렇게 변한다면, "늙으면 순순히 가야 한다"는 의미 같아서 착잡해집니다. 그렇게 가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독하겠습니까? 어느 죽음인들 고독하지 않은 경우가 있겠습니까만,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하나도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슬퍼하기보다는 애써서 숙연하다는 걸 보여주거나 너나없이 좀 들뜬 분위기에서 그 사고 혹은 죽음의 경위를 .. 2013. 7. 22.
이순신 『난중일기』 # 『난중일기(亂中日記)』! 이 책을 읽은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필독도서나 권장조서 목록에 넣은 학교는 얼마나 될까? '아! 시험문제 내기 좋은 자료구나!' 이렇게 하기는 쉽겠지? 다음 중 유네스코 기록유산이 아닌 것은 어느 것인가? ( ) ① 훈민정음 ② 조선왕조실록 ③ 직지심체요절 ④ 해인사 장경판전 ⑤ 동의보감 다음 중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자료는 어느 것인가? ( ) ① 난중일기 ② 훈민정음 ③ 동의보감 ④ 일성록 ⑤ 수원화성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난중일기』와 위대한 어머니 독서 교육을 이야기할 때 흔히 '필독 도서'니 '권장 도서'니 한다. 필독 도서는 학생들의 경우 공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책이어야 당연하다. 물론 교과 공부만 공부가 아니라고 하면 필독 도서의 범위가 .. 2013. 7. 1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Ⅱ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이가형 옮김, 하서, 2009 1 '다시 읽고 싶은 책'이라고 해서 '교육학 개론'이나 '인간이란 무엇인가?' 같은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그럴 것 없이 한 권만 예를 들면 최근에 읽은 『백년 동안의 고독』 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우선 흥미진진한 소설입니다. 정말인지 몰라도 그 책의 띠지에는 이런 문구도 있습니다. ―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타임즈, 미국대학위원회 추천 도서 ― THE TIMES 선정 '세계를 움직인 책' ― "책이 생긴 이래 모든 인류가 읽어야 할 첫 번째 문학작품!"(뉴욕 타임즈)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명석함, 재치, 지혜, 시상詩想은 백 년 동안 배출되어 온 소설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워싱.. 2013. 7. 10.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학고재 1994 Ⅰ 삼청동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경복궁으로 들어가서 역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에 정부중앙청사에서 근무할 때는 자주 들어가보던 곳이어서 그곳을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안한 '경로우대', 그걸 받아서 검표원에게 보여주며 좀 쓸쓸했습니다. '나는 언제 무료로 전철을 타고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되나?' 그런 생각을 더러 해보았지만, 이제는 '나는 언제 다시 돈을 내고 전철을 타고 돈을 내고 입장하게 되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Ⅱ 궁궐을 마음먹고 구경하자는 것이 아니었고, 그럴 시간을 마련해서 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교태전, 강녕전, 사정전, 근정전을 훌훌히 지나면서 저 모습들을 살펴.. 2013. 6. 17.
조세프 케셀 『소울 아프리카』 조세프 케셀 장편소설 『소울 아프리카』 유정애 옮김, 서교출판사 2009 화자(話者)는 동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케냐 ‘암보셀리 보호구역’의 작은 마을을 방문합니다. 그 마을에서, 전설적인 밀렵꾼 출신으로 암보셀리를 종횡무진하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블리트, 그의 아내 시빌, 신비로운 소녀 파트리샤를 만납니다. 파트리샤는 블리트와 시빌의 딸입니다. 소녀도 아버지처럼 킬리만자로가 바라다보이는 암보셀리를 누비고 다녀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고집스럽고 자부심에 찬 표정을 하고 있으며, 그 평원의 야생으로부터 피어나는 진실, 자유, 천진난만함으로 이루어진 왕국에서 기린, 누, 영양, 얼룩말, 코뿔소, 물소, 코끼리, 원숭이와 같은 동물들은 물론 마녀처럼 숫사자 '킹'과 가장 깊은 마음으로 교감하며 .. 2013.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