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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51

N. H. 클라인바움 『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 N. H. 클라인바움/한은주 옮김, 서교출판사 2009 Ⅰ 「화이팅,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제목으로 시론을 썼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학교 이야기입니다. 웰튼 아카데미 출신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톰 슐만의 영화 를 소설가 낸시 클라인바움이 각색한 영화소설입니다.1 졸업생 70% 이상이 미국의 최고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는 웰튼 아카데미,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철저하고 엄격한 교육을 받는 영재학교입니다. 목표는 오직 명문대 진학, 학생들에게 스스로의 결정과 판단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목표 설정과, 그 목표에 대한 정당성은 학교와 부모가 내려줄 뿐입니다. 그런 웰튼 아카데미에 존 키팅이 국어(영어) 교사로 부임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2 Ⅱ 얼마나 엄격한 교육.. 2014. 6. 11.
케이트 디카밀로 『신기한 여행』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케이트 디카밀로 글·배그램 이바툴린 그림/김경미 옮김, (비룡소, 2009, 2014 1판13쇄) 드러내놓고 이런 책을 보려면 눈치가 보이는 나이가 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거의'내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럴 때도 있나?' 싶어서 신기하고 행복합니다. 그것은,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서 더욱 좋습니다. 또 동화책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생각나는 것을 이렇게 적어 두는 것입니다. ♬ 27장 다음의 '맺음말'이 마침 줄거리 소개와 같아서 옮겨보겠습니다. 옛날에 토끼가 있었어요. 토끼는 어린 여자아이를 사랑했고 그 아이가 죽어 가는 걸 지켜보았어요. 그 토끼는 멤피스 거리에서 춤을 추었어요. 그리고 어느 식당에서 머리가 산산조각이 났지만.. 2014. 6. 8.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지킬 박사와 하이드』 펭귄클래식 코리아 2010 건장하고 균형 잡힌 체형에 포용력과 따뜻한 애정과 친절함이 풍기는 지킬 박사는, 하이드로 변신하는 순간 무자비한 짓을 서슴치 않는 흉악한 사내가 됩니다. # 1 한겨울 새벽, 여덟이나 열 살쯤 된 여자아이가 한 사내와 "길모퉁이에서 맞부딪치게 되었고, 거기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남자가 태연하게 아이의 몸을 발로 짓밟고는 울부짖는 아이를 길바닥에 내버려 둔 채 떠나버린 겁니다. 듣기에는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볼 때는 아주 소름 끼치는 장면이었어요. 인간 같지가 않더군요. 마치 크리시나 신상(神像)을 태운 수레에 무자비하게 짓밟히는 모습 같았다니까요…(후략)…"(30~31). # 2 하이드는 손에 묵직한 지팡이를 들고.. 2014. 5. 22.
가브리엘 루아 『데샹보거리』 가브리엘 루아 『데샹보거리』 이세진 옮김, 이상북스, 2009 『내 생애의 아이들』 『세상 끝의 정원』 『그 겨울의 동화』를 쓴 캐나다 작가 가브리엘 루아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 18편의 단편소설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것들을 알아가는 어린시절 이야기는, 그 어린시절이 기억의 저 아득한 곳에 묻혀버린 사람에게는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렇기 때문에라도 이런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가령 '결혼'이라는 주제나 '허니문' '연애질' 같은 것은 이런 것입니다. "결혼은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러자 엄마는 어떨 때는 괜찮다고, 심지어 굉장히 좋은 결혼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어떻게든 조지아나 언니가 결혼하는 걸 막아야 해요?" "네 큰언니는 결혼하기.. 2014. 5. 11.
E. 데 아미치스 「난파선」 가령, 선장이 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합니까? 물어보나마나 초등학교나 중학교 수준의 지식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입니다. 성적이 최상이던 고등학교 동기생 한 명이 좋은 대학을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선장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소문만으로도 아주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추어야 할 것은 쉽게 짐작됩니다. 그럼, 그런 지식은 무얼 하는데 쓰입니까? 시험 보는데 쓰고나면 그만입니까? 어릴 때 도덕책에서 읽은 선장 이야기가 나중에 보니까 『쿠오레(사랑의 학교)』라는 이탈리아 소년소설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른이 되어서 읽어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왜 하필 이탈리아 이야기를 읽고 감동하느냐고 따질 수 있습니까? 이탈리아 작가가 이탈리아인들에게 자부심, 긍지, 애국심을 넣어주려고 쓴 책.. 2014. 4. 22.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이갈리아의 딸들』노옥재·엄연수·윤자영·이현정 옮김, 황금가지, 2004, 1판39쇄       '성평등'을 주제로 해서는 잘난 척하지 않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나는 성평등에 대해 매우 개방적·진보적'이라는 건방진 말을 하거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하는 게 낫겠다는 뜻입니다."성평등에 대해 개방적·진보적인 사람"이 되는 일은, 죽기 전에는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갈리아Egalia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습니까? 나 참 아는 척하시긴…… 그 나라가 어디 있는지 지구본을 돌리며 두리번거리나 학생들이 배우는 지리부도를 빌릴 필요는 없습니다. 메르카토르 도법(Mercator projection)이나 구드 도법(Goode homolosine proj.. 2014. 3. 18.
이보라 「홋카이도의 연인」 월간『現代文學』 2013년 11월호에서 읽었습니다. 단편소설「홋카이도의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에는 『연인』도 있지만 『히로시마 내 사랑』이 생각났습니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에서 한 남성을 만나는 프랑스 여인의 슬픈,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원자폭탄이 떨어져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스러져 간 아픔을 잊을 수 없게 한 작품. 우리에게는 그런 아픔이 없었는가, 새삼스럽게 그걸 상기하게 하고 싶은 『히로시마 내 사랑』. 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는가, 그것도 좀 함께 생각해보자고 하고 싶은 『히로시마 내 사랑』. 홋카이도의 연인 아무래도 나는, 그림을 그리다가 죽을 것만 같다. 그렇다고 내가 일생일대의 작품 한 점을 남기겠다는 결심으로 살아온 화가는 아니다. 캔버스 전체에 처음 칠했던 .. 2014. 3. 13.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집』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안데르센 동화집』이옥용 옮김, 보물창고, 2011         난생 처음으로 동화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마침내 『안데르센 동화집』을 읽은 것입니다. 41년간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가르치는 일에 관련되는 일을 하면서 그 정도의(혹은 그렇게 유명한) 책은 당연히 읽은 척하며 지냈습니다. 그걸 눈치챈 아이나 동료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게 다행일는지…… 이젠 누가 물으면 일부러 나서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무표정하게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읽은 표시를 나타내면 '과연!' 하지 않겠습니까?  ♬    문장은 그야말로 99.9%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99.9%라는 건 '이해하지 못할 문장이 없었다', '혹 모르고 지나갔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눈에 띄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렇지.. 2014. 3. 7.
정은숙 『책 사용법』 정은숙, 『책 사용법』(마음산책, 2010) 책은 대개 세 가지 방법으로 고릅니다.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 때에는 마치 학생이 된 듯합니다. 다음은, 서평을 보고 고르는 경우입니다. 호기심으로 사 놓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속았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당장 읽지 못해서 쌓아 놓고 시간이 좀 흐르면 저절로 그걸 느끼게 됩니다. 그런 책들은, 읽지 못한 여러 권의 책들 사이에서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책을 사러 간 길에 표지나 목차를 보고 덥썩 사버린 책은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책은 다 좋다" "전화번호부라도 읽지 않는 것보다는 좋다"는 무책임한, 혹은 따분한 경우는 '선정'의 경우가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은 충동구매를 한 책입니다. "책.. 2014. 2. 23.
위화 『인생』 위화 『인생 活着』 백원담 옮김, 푸른숲 2009 푸구이 노인의 기막힌 인생 역정입니다. '뭐 이런 인생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는 부잣집 외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이야기 속의 '도련님'이 흔히 그렇듯 그는 마치 그 풍요로운 생활을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다는 듯 계집질, 도박을 일삼았고, 그 못된 버릇은 결혼을 하고 나서도 여전해서 아이를 가진 아내까지도 눈앞에 보이는 대로 구박했습니다. 그러다가 전문 도박꾼 룽얼에게 걸려들어 단숨에 전 재산을 빼앗기고 하루아침에 헐벗고 굶주리는 농부로 전락합니다. 상심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정신없이 일하지 않을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가족들에게 알릴 겨를도 없이 군대에 잡혀가 갖은 고초를 겪었으며, 겨우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딸 펑.. 2014. 2. 21.
『꿈을 담는 아이들』 하도 어수선해서 좀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추천의 글을 써준 책입니다. 서점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나오는 책 수로 보면 하루에 약 100권씩이니까 어마어마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버리려다가 '이게 뭐지?' 했으니까 애써 이 책을 만든 이들이 알면 참 섭섭할 뻔했습니다. "공연한 걱정은 무슨……" 할 수도 있고, "걱정을 하지 않고 버려두면 어디 대학이나 가겠어?" "오늘날 아이들 교육을 학교에만 맡겨 두는 부모가 있기나 할까?" 등등 학부모들은 할 말이 태산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아이들을 좀 버려두는 것이 차라리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쓴 글입니다. ― 읽고 쓰고 외우는 공부보다는 스스로 생각해 보고 의문을 가지며 해결하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 ― 놀고 장난치고 하는 중에 .. 2014. 2. 11.
『만화 삼국지』 거의 반 년 간 생각해 온 문제였습니다. 간단할 것 같았는데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에게는 어떤 책을 선물하는 것이 좋을까?' '다른 사람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책" 하면 독자 입장에서는 내가 전문가인 줄 알았는데, 이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게 되니까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이러지 말고 아예 다른 걸 선물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까지 했습니다. 게임기? 스마트폰? ♬ 교보문고의 이곳저곳을 무턱대고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무슨 좋은 수가 생각날까, 어떤 좋은 책이 눈에 띌까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 나는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르는 데는 전문가일지 모르지만 독서의 전반적인 면에까지 두루 통달한 건 아니지. 그러.. 2014.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