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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정은숙 『책 사용법』

by 답설재 2014. 2. 23.

정은숙, 『책 사용법』(마음산책, 2010)

 

 

 

 

 

 

 

책은 대개 세 가지 방법으로 고릅니다.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 때에는 마치 학생이 된 듯합니다.

 

다음은, 서평을 보고 고르는 경우입니다. 호기심으로 사 놓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속았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당장 읽지 못해서 쌓아 놓고 시간이 좀 흐르면 저절로 그걸 느끼게 됩니다. 그런 책들은, 읽지 못한 여러 권의 책들 사이에서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책을 사러 간 길에 표지나 목차를 보고 덥썩 사버린 책은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책은 다 좋다" "전화번호부라도 읽지 않는 것보다는 좋다"는 무책임한, 혹은 따분한 경우는 '선정'의 경우가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은 충동구매를 한 책입니다. "책 사용법",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책에서 위안을 구하는 자는 행복하다" 표지의 단어와 문장들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책에서 위안을 구하는 자는 행복하다", 서점에서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에도, 그 말 아래에 "어디 에로틱에 비길까, 나는 본능적으로 책과의 연애가 시작되었음을 안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때는 그런 말들은 눈에 띄지도 않았습니다.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병원을 드나들기 시작한 이후의, 책을 들면 눈이 감기고 몽롱해지는 현상 때문인지, 도무지 어떤 내용을 읽었는지, 무엇을 설명하려고 한 책인지 어리벙벙합니다. 제목이 『책 사용법』이지만 이 책의 용도를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 같으면, 책을 만드는 사람이 만든 자신의 책은 어떤 것일까, 궁금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사람의 책 이야기'라기보다는 '책을 만드는 사람의 책 이야기'쯤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이 책에 대해 적어 놓는 것은, 나 자신에게, 며칠간 뭘 했는지, 묻고 대답하는 데 쓰기 위한 것입니다.

어떤 때에는 괜히 초조해지고, 쌓아놓은 책들을 어서 읽어야 할 텐데, 싶어집니다. 돈을 주고 산 책들이니까, 또 어느 책에서 어떤 형태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다음은 이 책에서 발견한,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책이 주는 균형감각이다. 한두 권의 책을 읽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책을 섭렵하고 얻은 지식은 지혜가 되어 삶을 보는 균형감각을 준다. 여기에서 말 그대로 건전한 비판의식이 싹튼다. 또한 고전이나 문학 작품은 조악한 이론이 보여주지 못하는 삶의 진경들을 펼쳐 보인다. 이것은 사이비 이론, 남이 불러준 이론, 한두 권의 책에 경도된 이론을 '물리치는 독서'를 가능케 해준다.(22)

 

시인 엔첸스베르거는 "독서는 무질서한 행위"임을 전제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독자는 항상 올바르며, 그가 어떤 것을 읽든 아무도 그가 좋아하는 텍스트를 읽을 자유를 빼앗을 수 없다. 이 자유는 또한 책장을 뒤에서 앞으로 넘기는 것, 몇몇 구절을 읽지 않고 뛰어넘는 것, 비위에 거슬리게 문장을 읽는 것, 그 문장을 왜곡하거나 수정하는 것, 문장을 장황하게 읽거나 있을 수 있는 각종 연상으로 윤색하는 것, 텍스트가 전하는 것과는 다른 결론을 끌어내는 것, 텍스트를 불괘해 하거나 행복해 하는 것, 잊어버리거나 표정하는 것, 어떤 시점에서 책을 구석에 던져버리고 마는 것 등등을 포함한다." (『읽는다는 것의 역사』) (77)

 

인생은 짧고 저세상에 갔을 때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왔느냐고 묻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미련하고 안타까운 일 아니겠는가?(205)

 

"인생은 짧고 저세상에 갔을 때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왔느냐고 묻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미련하고 안타까운 일 아니겠는가?"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이긴 하지만, 두 문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