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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51

『다이어트는 운동 1할, 식사 9할』 모리 다쿠로 지음|안혜은 옮김 『다이어트는 운동 1할, 식사 9할』 이다미디어, 2014 ♬ 다이어트에 관한 책은 다 이렇게 간결하고 친절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새록새록"입니다. '술술' 넘어가도록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고, '하룻저녁'에 다 읽을 수 있도록 편.. 2014. 11. 11.
다니엘 페낙 『학교의 슬픔』(에세이) 다니엘 페낙 『학교의 슬픔』(자전적 에세이) 윤정임 옮김, 문학동네, 2014 Ⅰ 정말로 즐거운 비명까지 질러가며 호언장담하던 중학교 때 교장 선생님 같은 사람도 있다. "페나키오니, 네가 중학교를 졸업하겠다고? 절대 그럴 수 없을 거다. 알겠니? 절대로!" 그 여자는 몸까지 부르르 떨었다.(70) 40여년이 훌쩍 지나가버려서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지 두렵습니다. 교장에게 저 말을 들은 다니엘 페낙은 나중에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교사들에게!』 혹은 『교장들에게!』라는 제목을 붙여도 좋을 텐데 그걸 참고 『학교의 슬픔』이라고 했습니다. "교사들에게!" "교장들에게!" 그는 다음과 같이 부르짖었습니다. 오늘날 패거리 짓기를 오로지 주변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하는 모든 이에게 말하겠다... 2014. 11. 2.
알렉산드르 강Aleksandr Kang의 '강제이주' 알렉산드르 강Aleksandr Kang의 '강제이주' 강제이주? 역사 시간에도 배웠겠지만, 일제에 시달리느니 연해주로 떠났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우리나라로 돌아올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러니까 거기 눌러앉든지 돌아오든지 선택지가 최소한 두 가지는 되었을 것이고, 그러다가 "조선족은.. 2014. 10. 23.
이우환 『시간의 여울』 이우환 『시간의 여울』(현대문학, 2013) 아침, 집 앞의 길바닥에 개구리가 차에 치여 죽어 있었다. 내장이 터져 파리가 들끓고 있었다. 그 이튿날 아침에 보니, 이미 개구리는 전병이 되어 납작하게 땅바닥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마음에 걸려 그곳에 나가 보니 이미 아무것도 없고, 그 위치조자 확실치 않았다. 어느 비 오는 밤, 끊임없이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잠이 깨어, 희뿌연 불빛에 떠오른 흰 캔버스를 멍하니 바라보며 밤을 새웠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 어언 그 개구리에 대한 것은 벌써 잊어버렸을 터인데도, 이따금 까닭도 없이 한밤중에 일어나 멍청하게 흰 캔버스를 바라보는 버릇이 들었다. 「개구리」 전문 이우환의 에세이 81편을 실은 책입니다.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먼.. 2014. 10. 13.
장 자끄 상뻬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그림 『얼굴 빨개지는 아이』 김호영 옮김, 열린책들 별천지 2009 초등학교 졸업 때였습니다. 중학교에 가려면 호적초본인가 뭔가를 떼어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면사무소는 6년간 오르내린 학교 앞 도로변에서 빤히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그곳에 들어갔는데, 그걸 떼는 건 예상외로 아무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건물 계단을 내려오며 주루룩 눈물을 흘렸고, 그러다가 자칫하면 굴러떨어질 뻔했습니다. 그런 아이였던 내가, 이렇게 뻔뻔해졌습니다. 웬만해선 눈도 깜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아직 멀었다는 것입니다. 저들과 상대하고 저들을 누르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왜 이런지, 겉으론 이렇게도 뻔뻔하고, 이렇게 뻔뻔한 척밖에 못하는 것인지, 아이들이나 볼 것.. 2014. 9. 24.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김재천 옮김, 소담출판사, 1992 나도 밤낮 그 박물관에 가곤 했었다. 미스 에이글팅거라는 선생이 있었는데, 그분이 우리를 토요일마다 그리고 끌고 다녔던 것이다. 동물을 보는 때도 있었고 인디언들이 옛날에 만들어 놓은 물건을 보는 때도 있었다. 도자기라든가 짚으로 엮은 바구니, 또는 그 밖의 다른 물건들이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나는 행복해진다. 지금도 그렇다.(177) 박물관의 현장학습을 행복하게 떠올리는 사람에게는 뭐라도 좀 주고 싶어집니다. 1993년이었던가? 교육부에서 일할 때 현장학습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백 명이 모인 회의장에서 어느 지역 장학사로부터 업무에 지장이 많다면서 학생들을 도청에 보내지 말라는 공문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 2014. 9. 17.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 『학문의 즐거움』 박승양 옮김, 김영사, 2000, 1판28쇄 『학문의 즐거움』! 이 책을 발견한 순간, 내가 바로 이 책을 내려고 생각하고 있었기나 한 것처럼, 혹은 제목의 아이디어를 빼앗긴 것처럼 섭섭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자신이 쓴 책이라도 되는 양 이 책을 여러 사람에게 선물했습니다. 책을 선물하는 것은 품위 있는 일이고 상대방에게 잊지 못할 일이 될 것으로 여기며 생색을 내던 때였습니다. 그 착각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그래서 5~6년에 걸쳐 이 책을 아흔 권 혹은 백 권쯤은 샀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 책을 받아간 사람을 단 한 명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그들에게 미안해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나에게서 이렇게 좋은 책을 받아간 그들 중 단 한 명도 ".. 2014. 9. 10.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유숙자 옮김, 민음사, 2002 이 찬란한 여름에 설국(雪國)'이라니! 둘러댈 이유를 찾아볼까 싶었지만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밖에는 없습니다. 1980년대의 어느 날, 석박사 학위논문 계획 발표회에서 사창가 여성들의 이동에 관한 박사논문을 쓰겠다고 하던 학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는 사창가 여성을 구경한 적이나 있을까 싶은, 남성의 특징을 고루 구비하고 있기나 한지 확인해보고 싶을 만큼 '얌전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런 분이 어떻게 그런 곳을 찾아다니며 조사하겠다는 건지…… 이젠 그 학자가 누군지 기억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런 문제를 파헤쳐 발표하는 표정은 심각하지만 정작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는 불분명한, 한심한 학자가 아니면 좋을 것입니다. ♬ 이 사랑 이.. 2014. 9. 1.
김혜진 장편소설 『중앙역』 김혜진 장편소설 『중앙역』(웅진지식하우스, 2014) 늦은 밤 공사는 중단된다. 역사를 중심으로 길을 넓히고 도로를 다지던 작업이 멎고 인부들이 집으로 돌아간다. 도시 전체가 죽은 것처럼 고요하다. 제 그림자를 밟고 서 있는 포클레인이나 불도저 곁을 지난다. 조감도를 비추는 조명이 환하다. 길을 넓히고 다지는 일들이 끝나면 광장 중앙에 분수가 설치되고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가 완성될 것이다. 조감도 속 역사는 지금보다 화려하고 크고 아름다워 보인다. 캐리어를 끌며 역사 주변을 한 바퀴 더 돌기로 한다. 운이 좋으면 낮엔 보지 못했던 적당한 자리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밤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빈자리를 함부로 차지하는 건 위험하지만 나는 호기를 부린다.(11~12) 소설은 이렇게 시작됩.. 2014. 8. 1.
버트런드 러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버트런드 러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최혁순 옮김, 문예출판사 2013 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버트런드 러셀은 이렇게 정리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단순하긴 하지만 압도적으로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생애를 지배해왔다. 사랑에 대한 갈망과 지식의 탐구, 그리고 인류가 겪는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열정이 마치 거센 바람처럼 제멋대로 나를 몰고 다니면서 번민의 깊은 바다를 이리저리 헤매게 했고 절망의 극한에까지 이르게 했다. 내가 사랑을 추구해온 첫 번째 이유는 그것이 황홀한 열락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몇 시간에 불과한 이 즐거움을 위해 내 남은 인생 전부를 희생하려 했던 적이 종종 있었을 만큼 사랑의 열락은 대단한 것이다. 내가 사랑을 추구해.. 2014. 7. 20.
안동림 『이 한 장의 명반名盤』과 그만두게 된 숙제 그만두게 된 숙제 --------------------------------------------------------- 안동림 『이 한 장의 명반名盤』(현암사, 1997) 1997년, 정부중앙청사에서 죽자사자 일만 하며 지낼 때, 그러니까 살아간다는 것이 일하는 것뿐일 때 사놓은 책입니다. 몇 군데 붙여 놓은 포스트잇이 그대로 있는 걸 봤습니다. 그대로 붙어서 옛 생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런 음반은 언젠가 좀 조용해지면 제대로 들어봐야지.' '우선 아내에게 그럴 듯한 오디오가 필요하다고 해야겠지? 정색을 하고서 이제 책 대신 오디오라고 말하면 되겠지?' 쑥스럽지만 이곳저곳 그런 생각이 포스트잇의 모습으로 붙어 있습니다. 둘째가 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는 구형 오디오를 가져가겠다고 했을 때 선뜻 그렇게.. 2014. 7. 16.
심은록 엮음 『양의의 예술-이우환과의 대화 그리고 산책』 심은록 엮음 『양의의 예술-이우환과의 대화 그리고 산책』 현대문학(2014) 『현대문학』에 4회에 걸쳐 연재된 글을 모은 책입니다. 비닐 포장이 되어 있어서 '이 책에서는 도판이 컬러로 인쇄되었겠지?' 생각하며 구입했습니다. 다 읽은 책을 구태여 구입하고 싶어서 마련한 핑계였습니다. 『현대문학』의 광고 페이지에는 그의 저서들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그동안 눈여겨본 적이 없었습니다. 세계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예술에 대한 성찰과 명상 『여백의 예술』(에세이) 동양사상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뛰어넘은 이우환 화백의 철학적 단상 『멈춰 서서』(시집) 철학과 예술론이 압축되어 있는 이우환 화백의 시집 『시간의 여울』(에세이)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된 「뱀」 「아크로폴리스와 돌멩이」 등, 생명력으로 가득 .. 2014.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