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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크누트 함순 『굶주림』
크누트 함순 『굶주림』 우종길 옮김, 창, 2011 내가 지금 베델 야를스베르크 그 사람인양, 거지, 노숙자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 대팻밥을 씹고, 온갖 것을 전당포에 갖다 주고, 허름한 담요, 심지어 쓰고 있는 안경, 재킷의 단추까지 떼어내 팔아보려고 하고, 죽을 만큼, 신경이 마비될 만큼 배가 고프고, 세상이 교회 같은 것도 없고 자비도 없는 곳인양 그려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고픈 이야기가 계속되는데, 빈틈이 없어서 도대체 어느 부분을 옮겨 놓는 것이 좋을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간신히 푸줏간에서 뼈다귀를 얻어 미친듯이 갉아먹는 장면을 골랐습니다. 잔인하도록 배가 고팠다. 내 염치없는 식욕이 어떻게 끝날지 나는 알고 있었다...
2015.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