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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49

변태섭·강우철 외 『한국사 대사전』 변태섭·강우철 외, 『한국사 대사전』(교학사, 2013) 이 책을 소개하는 브로슈어를 싣는 이유는, ‘강우철 선생에 관한 추억’ 때문입니다. 그것은, 저로서는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강우철 선생에 관한 추억' 바로가기 http://blog.daum.net/blueletter01/7638236 2013. 5. 6.
조엘 에글로프 『도살장 사람들』 조엘 에글로프 『도살장 사람들』 이재룡 옮김, 안규철 그림, 현대문학 2009 도살장에 근무하는 사람들, 도살장이 있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곳입니다. 서쪽에서 바람이 오면 썩은 달걀 냄새가 난다. 바람이 동쪽에서 부는 날이면 유황 냄새에 목이 콱 멘다. 그게 북풍인 때에는 시커먼 연기가 머리 위로 날아든다. 그리고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남쪽에서 바람이 일어나면, 딱히 다른 단어가 없어서 하는 말인데, 정말 똥 냄새가 난다.(7) ♬ '지식인이나 사변적 인물'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특색이 없는 특색을 지닌 익명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착하고 겁 많고 순진한 영혼의 불구자, 현대사회의 낙오자들"이며 "주변에서 흔히 볼.. 2013. 4. 8.
브리기테 슈바이거 『아름다운 불빛』 브리기테 슈바이거 『아름다운 불빛』 차봉희 옮김, 문매미, 2011 "작가 크리스티네의 남성 편력(遍歷)", 혹은 "크리스티네의 남자들", 좀 그럴 듯하게 "크리스티네의 남성성(男性性) 탐구"……,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성이, 그것도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 대상이 한둘이 아니어서 그렇게 표현해 버리면 쉽겠지만 그건 도저히 말이 아닙니다. "주인공 크리스티네의 삶의 역정(歷程)"? 그게 좋겠는데, 이번에는 너무 평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순하고 아름다운 작가 크리스티네 라이텐마이어가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좀 유치하지만 나름대로는 애써 마련한 제목입니다. ♣ 크리스티네는 처음에 남자를 이렇게 만났습니다. 라파엘이 배 안에서 그녀를 겁탈했다. "배에서 살아나갈 생각 마." "얼굴에서 손.. 2013. 4. 2.
고골리 『외투』 고골리 N.V.Gogol 『외투·코』 김영국 옮김, 범우사 2008 줄거리가 한 마디로 기가 막히는 소설입니다. 페테르부르크 시청 '어떤 국'에 '어떤 관리'가 일하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우스꽝스러운 아카키 아카키에비치, 그는 이런 사람입니다. 아무리 봐도 썩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는 관리인데, 키는 작고 살짝 곰보에다가 머리칼은 약간 붉은 기가 돌고, 보기에 시력이 나쁜 것 같고, 이마는 약간 벗겨졌고, 양볼에는 주름살이 잡혔고, 안색은 이른바 치질환자 같고…… 그렇다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는 페테르부르크의 기후 탓이니까! 관등(官等)에 대하여 말한다면(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관등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른바 만년 구등관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물고 늘어질 염려가 없는 .. 2013. 3. 8.
가브리엘 루아 『삼리윙, 그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Ⅰ 가브리엘 루아 『삼리윙, 그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2004 『세상 끝의 정원』 중에서 삼리윙, 빈손으로 캐나다에 도착한 그 중국인 사내는, '구름 떼처럼 많은 인부들 중의 하나로, 부두에서 일하는 한 알갱이의 인간, 먼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그에게는 이것이 바로 내 것이다 하고 기억해낼 만한 것'은 이름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우리 중국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 세상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좀더 낫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가 '중국의 여러 현과 도를 합쳐놓은 것보다 땅덩어리가 더 넓으면서도 사람이 별로 살지 않아서 텅 빈 것 같은 나라가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고, 동포 수천 명과 함께 그 희망의 나라로 떠납니다. ♣ 그리하여 도착한 곳.. 2013. 2. 26.
알렉스 김 『아이처럼 행복하라』 알렉스 김 『아이처럼 행복하라』공감의기쁨 2012          네팔, 파키스탄, 인도, 미얀마, 타이, 티베트, 라오스 같은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진으로 엮은 책입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설명이 곱습니다.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본문에서 옮긴, 뒤표지의 글만 봐도 작가의 눈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훌훌 넘기며 보기에도 좋은 책이고, 눈길이 머무는 어느 사진을 오래 들여다봐도 좋고, 때로는 표지 사진만 봐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받아든 순간 표지 사진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소개한 그 월간지의 사진은 작아서 저 깨끗하지 않은 콧물까지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전에 충분히 봤던 저 콧물을 요즘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그만큼, 우리 아이들.. 2013. 2. 21.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침묵』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침묵』 공문혜 옮김, 홍성사 1982 Ⅰ 패션 잡지 『엘르』의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직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는 신세가 되었더랍니다. 내 친구 블로거(자훈)가, 그 장 도미니크 보비가 쓴 실화라며 『잠수복과 나비(Le Scaphandre et le papillon)』라는 책을 소개했습니다. 그 책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답니다. “내가 만일 나의 지적 잠재력이 시금치나 당근의 지적 능력보다 월등하게 우수함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의지할 데라고는 나 자신밖에 없다.” “목욕의 즐거움을 상기할 때만큼 현재의 내 상태가 비참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많지 않다.” 내 친구 블로그의 『잠수복과 나비』로 바로가기 http://blog.daum.net/lipok/1.. 2013. 2. 13.
프란츠 카프카 『심판』 프란츠 카프카 『심판』추지영 옮김, 혜원, 2006      "카프카의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다시 읽게 한다." 알베르 까뮈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다시 읽어야 하는 그 일이 읽는 사람을 따분하게 하거나 기분 나쁘게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어차피' 독자로 태어난 저 같은 경우는 아무리 욕심을 내고 부단한 노력을 한다 해도 '어차피' 세상의 모든 소설을 다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두 번 읽는 책이 있다고 해서 한심해지거나 아득한 느낌을 가질 필요도 없을 뿐더러 그의 책은 읽을 때마다 이미 읽었던 소설이기 때문에 따분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  그렇지만 그의 소설은 읽을 때마다 께름칙한 느낌을 주는 것이 참 야릇합니다.어느날 새벽, 등장인물이 거대한 한 마리의 벌레로 바뀌어, 그것도 바로.. 2013. 1. 20.
황선미 글/노인경 그림 『멍청한 편지가!』 황선미 글/노인경 그림 『멍청한 편지가!』 시공주니어, 2012 평범한 4학년짜리 남자아이가 첫사랑을 앓는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엉뚱하게 배달된 편지 때문입니다. 덩치가 커질 때를 대비해서 헐렁한 옷을 입기 때문에 '헐랭이'라고 불리는, 잘 하는 거라면 운동기구에 박쥐처럼 오래 매달려 있을 수 있는 재주밖에 없는 이 아이의 진짜 이름은 이동주입니다. 엉뚱하게 배달된, '멍청한 편지'는, 키가 크고 이쁜 영서가 반장 호진이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그게 동주의 마음을 뒤흔든 것입니다. 동주의 '절친'은 어머니가 베란다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다가 쌈박질이나 하지 말고 학교나 가라고 다그치는 아이 마재영뿐입니다. 그 친구는 뚱보여서 재영이가 '마뚱'이라고 부릅니다. '마뚱'은 운동을 싫어해서 어머니가 축구클럽에 들.. 2012. 12. 27.
하이타니 겐지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장편소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햇살과나무꾼 옮김/윤정주 그림/양철북, 2008 교사라면 꼭 읽을 만한 책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시험을 잘 보도록 무엇을 잘 설명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무한히 애써서 드디어 그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지고 그 아이들로부터 교육이 무엇인지를 배워서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라고 하면 될 것입니다. 그것도 쓰레기처리장 아이들이고 정신지체아, 자폐아, 문제아 등 고약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한 군데만 보겠습니다. "어떻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가르쳐 드릴까요? 난 미나코가 공책을 찢어도 화 안 내요. 책을 찢어도 화 안 내고요. 필통이랑 지우개를 빼앗아도 화 안 내고 기차놀이를 하고 놀았어요. .. 2012. 12. 20.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 필레머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박여진 옮김, 토네이도미디어그룹, 2012 지난여름 산은 저렇게 부풀어 오르다가 어디가 툭 터져버리면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었습니다. 요즘은 아주 조용합니다. 그렇게 몇 달을 조용하게 지낼 것입니다. '어디 두고 봐라. 나는 기어이 다시 돌아온다!'는 걸 보여주는 듯한 표정입니다. 그러니까 서글프게 보이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을 길,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 같긴 합니다. 감동했다는 사람이 이 사람 저 사람 여럿에게 사준 책을 나도 받았습니다. 처세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라는 듯 혹은 이 책은 정말로 제대로 된 처세술을 알려준다는 듯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 오늘날 서점마다 자기계발서가 넘쳐.. 2012. 11. 29.
『실비/산책과 추억』Ⅱ 제라르 드 네르발 『실비/산책과 추억』 이준섭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얇은 책이지만 두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산책과 추억』은 「몽마르트 언덕」「생제르맹 성관」「노래하는 모임」「젊은 시절의 작품」「초년기」「엘루아즈」「북방 여행」「샹티」 등 여덟 편의 '추억'(혹은 마음의 '산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워낙 아름다워서 한 편 한 편이 시와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령 다음과 같습니다. 돌아가신 나의 조부모들에 대한 기억은 서글프게도 여러 아가씨들에 대한 생각과 연결이 되어 있다. 그 여인들에 대한 사랑이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고, 그 여인들에 대한 경멸이 떄로는 나를 풍자적이고 몽상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109. 「노래하는 모임」 중에서) 어느 날 나의 아버지를 찾아온 한 아름다운 부인이 .. 2012.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