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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이야기

N. H. 클라인바움 『죽은 시인의 사회』

by 답설재 2014. 6. 11.

 

 

 

죽은 시인의 사회

  N. H. 클라인바움/한은주 옮김, 서교출판사 2009

 

 

 

 

「화이팅,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제목으로 시론을 썼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학교 이야기입니다.

웰튼 아카데미 출신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톰 슐만의 영화 를 소설가 낸시 클라인바움이 각색한 영화소설입니다.1

 

졸업생 70% 이상이 미국의 최고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는 웰튼 아카데미,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철저하고 엄격한 교육을 받는 영재학교입니다.

목표는 오직 명문대 진학, 학생들에게 스스로의 결정과 판단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목표 설정과, 그 목표에 대한 정당성은 학교와 부모가 내려줄 뿐입니다.

그런 웰튼 아카데미에 존 키팅이 국어(영어) 교사로 부임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2

 

 

 

얼마나 엄격한 교육을 받는 학교인지,

교장과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나 학생들까지 명문 대학 진학을 어떻게 생각하는 학교인지,

교장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학생들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일일이 소개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긋지긋한 면이 있고, 꼭 확인하고 싶다면 우리나라 고등학교를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저 키팅이란 교사가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단편적으로라도 들여다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가령 '시의 이해'를 이렇게 가르칩니다. 한 학생에게 교재를 읽게 합니다.

 

"시를 잘 이해하려면 먼저 시의 운율과 음률 그리고 시어가 함축하고 있는 비유에 대해 미리 충분히 이해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러고 나서 다음의 두 가지 물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첫째, '시의 소재가 얼마나 예술적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둘째, '그 소재가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가?' 첫 번째 문제는 시의 완성도를 판가름하기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시의 중요도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일단 이 두 가지 문제를 풀고 나면 어떤 시가 훌륭하고 좋은 시인지 결정짓는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87)

 

이쯤에서 키팅은 칠판에 2개의 직각 선을 그립니다.

당연히 학생들은 공책에 그와 같은 2개의 선을 따라 그립니다. 시험에 출제될 테니까.

아까 그 학생이 교재를 계속해서 읽습니다.

 

"만약 시에 대한 평가를 그래프상으로 나타낸다고 가정할 때, 시의 완성도를 X축 위에 놓은 다음 그 시의 중요도는 Y축에 나타낸다. 그리하여 이 두 점을 서로 이어 생긴 사각형의 영역이 클수록 그 시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바이런의 소네트는 Y축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만 완성도를 재는 X축에서는 겨우 평균치에 도달한다. 반대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X축이나 Y축 모두에서 높은 점수가 나온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무척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점에서 셰익스피어의 시를 아주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하는 것이다."(87~88)

 

키팅은 칠판에 색을 칠해 가면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바이런의 소네트보다 어느 정도 위대한가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그려주고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이 책에 실린 시를 읽으면서 이 척도법을 되풀이해서 연습하도록! 이런 방법을 통해 시를 평가하는 능력이 커질수록 여러분들은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시를 읽는 줄거움도 그만큼 좋아질 것이다!"(88)

 

그러나 다음 순간 키팅은 이 설명에 대해 "개뿔!"이라고 해버립니다.

아니, "뻥이야!"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번역한 걸 보면 키팅은 괴상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엉터리야! 완전히 거짓말투성이라구! 당장 책에서 그 대목을 찢어 내라! 부욱 찢어 버려, 어서! 지금 당장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라구!"(88~89)

 

 

 

그 이후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한 말들은 교육학을 배운 적이 있는 경우라면 하품 나올 것들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는 듣기 어려운 말들이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더구나 지식 전달이 최고라고 믿고 있는, 종교보다 더 굳건히 믿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키팅 선생이 한 말을 몇 가지만 옮겨보겠습니다..

 

"…(전략)… 나는 여러분에게 아이비리그 진학 그 이상의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자신 있게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말과 행동, 스스로 내린 판단과 결정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누가 어떻게 지껄이든 말과 생각은 이 세계를 바꿀 만한 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후략)…"(90~91)

 

"피츠! 자네는 19세기 문학 따위는 경영 대학이나 의과 대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겠지? 아니면 지금은 에반스 프리차드의 이론대로 운율이나 음률을 외워 시험이나 잘 치르고, 그 덕에 좋은 점수를 따서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게 의미 있는 시대라고 생각하겠지? 가슴으로 시를 읽고, 마음으로 시를 느끼는 따위의 문학이란 아직 중요한 게 아니라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92)

 

"…(전략)… 우리 조상과 전통, 시대가 정해 놓은 종교적 믿음과 사상을 뛰어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과연 어떻게 해야 우리가 휘트먼의 시에서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소리를 내게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편견이나 습관, 외부의 압력 따위로부터 어떻게 우리 각자를 해방시킬 수 있겠느냔 말이다. 자,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 대답은 이렇다. 그건 끊임없이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133~134)

 

"여러분! 여러분이 무언가에 대해 어떤 강한 확신이 들었다 하더라도 또 다른 방향에서 그 문제를 생각해 보는 지혜와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책을 읽을 때도 단순히 지은이의 생각에만 주의를 집중하면 곤란하다. 대신 자기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여유를 갖고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135)

 

"수학에는 우아함이 있다. 그 우아함이 바로 시적 요소다. 만약 모든 사람이 시만 쓰고 산다면 이 지구는 굶어 죽게 된다 그렇지만 시가 없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아주 단순하게 살면서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시를 찾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후략)…"(159)

 

 

 

키팅은 국어 선생입니다. 국어 선생님이, 그것도 고등학교 학생들을 잔디밭에 데리고 나갔습니다.

 

"피츠, 카메론, 낙스, 채프만, 나와서 한 줄로 서 봐!"

"지금부터 내가 넷을 세면 이 뜰을 한 바퀴 돌도록 해라.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어. 점수와는 무관하다. 자, 하나, 둘, 셋, 넷, 출발!"

그렇게 하자, 처음에는 네 사람의 걸음걸이가 다 달랐으나 어느듯 그 모습이 비슷해집니다. 마치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발도 착착 들어맞게 됩니다. 나머지 학생들도 한 몸이 되어 친구들의 행진에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춰 줍니다.(181~183)

 

그 결과를 키팅이 설명합니다.

 

"…(전략)… 이 실험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어느 누구든 상대가 존재하는 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스스로 믿음을 지켜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만일 너희들 가운데 '나는 그들과 다르게 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에게 먼저 물어 봐라. '왜 내가 박수를 쳤던가' 하고 말야!"(183~184)

 

"사람은 누구나 남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지. 그리고 그것을 반드시 믿어야 한다. 심지어 남들이 알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프로스트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네.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골랐네. 그것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네……"(184)

 

 

 

페리는 아버지로부터 연극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내지 못합니다. 그가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해버리자, 교장은 키팅이 학생들을 꼬드겼다며 교사로서의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몰아 키팅을 추방합니다.

 

낸시 클라인바움에게는 매우 미안하지만 소설이 '문학적'으로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감동적이고 감명 깊었습니다. 그것은, 소설의 전개가 영화에 충실했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이렇게 답답하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소설의 첫 부분도 그렇지만 마지막 부분도 어쩌면 그렇게 '한국적'인지……

"이 시간부터 학년 말 시험 때까지 당분간 내가 국어를 맡아 가르칠 것이다."

놀런 교장은 교과서를 펼치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그 말은 우리에게는 참으로 익숙한 점이 있습니다.

"…… 자, 그럼 교과서는 어디까지 배웠는지 누가 말해 볼까?"

키팅 선생님으로부터 교과서대로 진도를 나가는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당황하게 되고 우물쭈물하게 됩니다.

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좋아, 그럼 처음부터 수업을 시작하겠다. 제군들, 시란 무엇인가? …(중략)… 교과서 21쪽 서문을 펼쳐라. 카메론 군, 시의 이해에 관한 프리차드 박사의 훌륭한 논문을 큰 소리로 읽어 보도록."(335~339)

 

 

 

카메론이 교재를 읽기 시작합니다.

 

"시의 이해, 문학 박사 J. 에반스 프리차드 지음. 시를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먼저 시의 운율과 음률 그리고 시어가 함축하고 있는 비유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알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고 나서 다음의 두 가지 물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 '시의 소재가 얼마나 예술저으로 표현되고 있는가……"(339)3

 

아이비리그에 진학하기 위한 '숨막히는 수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유가 무엇인지, 획일성이 얼마나 위험한 고질병이며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학생들은 이미 잘 알게 되었으므로 키팅의 교육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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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 H. 클라인바움/한은주 옮김, 『죽은 시인의 사회』(서교출판사, 2009), 9쪽, '이 책을 읽기 전에'에서.
2. 이 책의 뒷표지에서 옮김.
3. 이 부분은 이 책 87쪽에서 닐이라는 학생이 읽었던 부분입니다. 그 87쪽과 339쪽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의미는 같지만 번역(사용된 단어)이 조금 다릅니다. 역자는 당연히 소설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겠지만 이 소설에서 매우 상징적으로 되풀이되는 이 부분에 대해 유념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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