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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노년일기302

봄 2018 이러다가 이 봄도 또 가고 말겠네 2018. 4. 18.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황소연 옮김, 21세기 북스, 2010(1판64쇄) "매사에 너무 많이 걱정하고 늘 마음을 졸였던 것 같아요. 지금 같아서는 세상사를 좀 더 여유 있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젠 늦었지요."(92) 어떤 상대를 만나도 이 만남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101) "걸어보니 신기하게도 참 재밌네요."(110) 시간이 몇 주밖에 남지 않았을 때는 음식이나 주사액이 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식욕이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음식을 떠 넣는다고 해서 그 음식이 체력을 보강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146) 눈을 감는 순간, 내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내 곁을 지킨다면 그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2018. 4. 15.
오늘 모처럼 사무실에 나갔습니다. 하늘이 맑았습니다. 행정 고위직, 연구기관 대표를 역임한 K와 전화로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다시 대학에 돌아가 강의를 하는 건 행복한 일 아니겠느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학자로서는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배당되었다고 했습니다. 할 일 없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꿈같은 일입니다. 나는 그럭저럭 지낸다고 대답했습니다. 회의차 상경한 동생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먼저 가서 주문해놓고 기다렸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행복! 놀라웠습니다. 여성이어서 그런 말도 스스럼없이 하는가? 그런 말은 직접 겉으로 나타내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아,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도 행복한 거구나!' 싶었습.. 2018. 4. 12.
판모밀 # 퇴근을 하려는데 S가 '판모밀'을 먹어봤냐고 물었습니다. 칼국수는 아니라 해도 짜장면이나 짬뽕, 콩국수 정도에서 벗어날 일이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저었더니 '그럼 그렇지!' 빙그레 웃으며 "가자!"고 했습니다. 그는 판모밀이란 것의 '마니아'인 듯해서 '나는 이런 것에조차 뒤졌구나……' 싶었습니다. 우리가 근무하는 학교는 그 도시의 가장 번화한 곳 중 한 곳에 있었습니다. 판모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떠오르기도 했고, 묘한 음식을 파는 그 일식당이 학교에서 아주 가까워서 그것도 좋았습니다. # 그가 종업원에게 '호기롭게' 혹은 둘이 왔으니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 "판모밀 2인분!" 했고 우리가 뭔가 몇 마디 나누는 사이 곧 그 판모밀이라는 '물건'이 나타났습니다. '이게 판모밀이구나!' 그건.. 2018. 4. 7.
TV 토론 TV 토론 1 내가 TV 토론에 나간 건 직장생활을 할 때 "나가라!" 해서 나간 경우였고 나가고 싶어 나간 적은 없었습니다. 이제 와선 그럴 리 없지만, 만약 그런 토론으로 나라 일을 결정할 것을 전제한다면 결단코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도무지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져보면 다른 몇 가.. 2018. 4. 2.
오츠 슈이치 《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조건》 오츠 슈이치 《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조건》 박선영 옮김, 21세기북스, 2011 '1000가지 죽음이 가르쳐준 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조건? 그 '조건'을 암기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건 그 세 가지 중 한 가지일까? 아니 이건가? 그렇게 하여 메모한 문장들입니다. 당신은 혹시 말기환자나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사람들이 건강한 사람보다 불행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26) 분수를 알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힘, 특히 바깥세상을 향해 지나치게 바라고 구하려들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41) 당신 곁에서 당신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TV를 보며 때론 웃고 때론 울면서 서로 닮아가는 사람들 (…) 그들이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일 거라고 생각하는가.(62) 무리 속에 어울리지 않으.. 2018. 3. 29.
그대와 나 ⑷ 그대와 나 ⑷ 그대는 주민센터나 체육문화센터, 복지센터의 1만 원 이하의 프로그램을 찾아다닌다. 그게 좋아서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나는 최근에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왜 그렇게 구차하게 사느냐고 다그치며 지냈지만 끝내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 이유'는 모르고 있다. 2018.2.3. 2018. 3. 18.
오츠 슈이치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오츠 슈이치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황소연 옮김, 21세기북스, 2010 호스피스 전문의가 쓴 책입니다. 이 의사의 다른 책 "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이 생각나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때론 고고하게, 때론 고결하게(40) "괜찮아요. 괜찮아요." "저는 행복해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48) 책을 읽거나 병동을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짙어지는 병세와 달리 평온한 일상이었다.(86) 매일같이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그의 상태를 보고 확언하건대 결코 괜찮을 수가 없었다.(88) "선생님, 이렇게 조금씩 약해지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나요?"(104) "이젠 걸어서 화장실에 갈 수도 없어요. 마지막에는 제 두 다리로 서지도 못하나요?"(104) "이렇게 자는 시.. 2018. 3. 15.
병원 다니기 병원 다니기 1 삭막해 보여도 잎이 돋기 시작하면 금방입니다. 한두 해 겪은 것이 아닙니다. 저 가지들을 보고 있으면 더디고 답답할지 모르지만 다음에 병원에 가서 보면 '언제 저렇게 됐나!' 싶을 정도로 변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가는 시간과 함께 예약된 과를 찾아다니며 몇 달씩 유예.. 2018. 3. 13.
지금 내가 있는 곳(2) 지금 내가 있는 곳 (2) '이곳'은 고요한 곳입니다. 자주 적막하고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이 고요와 적막, 고독, 외로움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나는 마침내 '이곳'으로 왔으며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기 이곳에 이렇게 있다가 '저곳'으로 가야만 합니다. "지금 내가 .. 2018. 3. 2.
쓸쓸한 "학교종" 1 밤중에 일어나 화장실에 갑니다. 마음처럼 몸도 너덜너덜합니다. 잠이 깨면 그대로 누운 채 좀 움직이다가 한밤에도 잠들지 않은 가로등이나 그 때까지 불이 켜진 집을 내다보기도 하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생각들을 뿌리치기도 하며 화장실로 향합니다. 위층에서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멜로디가 있었습니다. 솔솔라라 솔솔미~ 솔솔미미 레~ 솔솔라라 솔솔미~ 솔미레미 도~ 솔솔라라 솔솔미~ 솔솔미미 레~ ……………………………………………… 그 멜로디는 계속 들려왔고, 그러자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사이좋게 오늘도~ 공부 잘하자~ 2 화장실은 새벽에도 가야 합니다. 그 길로 새로 잠들지 못하여 그만 일어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 2018. 2. 24.
새해맞이 꿈 1 인터뷰를 마칠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하는 연예인이 있다. 그쪽에서 나를 알 리가 없는데도 실없이 '인사를 하는군' 하고 그 인사를 받을 때가 있다. 12월 말부터 1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그런 인사는 잠시 주춤하다가 설날을 전후하여 또 이어진다. 어처구니가 없다. 무슨 새해가 그렇게 오래 시작되는가 싶은데, 연예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근래에는 새해 인사를 하는 연예인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새해가 그렇게 오랫동안 '시작'되어도 나는 정신을 좀 차리는 편이다. 아직도 음력이라니, 어쩌면 끈질긴 것일까? 새해맞이 꿈을 굳이 음력 섣달그믐 밤에 꾸는 것이다. 2 오랫동안 그 꿈은 대체로 어수선한 것들이었다. 버젓한(?) 노인은 아니더라도 노인은 노인이니까 풋풋한 꿈을 꿀 리가 없고 그런.. 2018.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