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중에 일어나 화장실에 갑니다. 마음처럼 몸도 너덜너덜합니다.
잠이 깨면 그대로 누운 채 좀 움직이다가 한밤에도 잠들지 않은 가로등이나 그 때까지 불이 켜진 집을 내다보기도 하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생각들을 뿌리치기도 하며 화장실로 향합니다.
위층에서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멜로디가 있었습니다.
솔솔라라 솔솔미~ 솔솔미미 레~ 솔솔라라 솔솔미~ 솔미레미 도~
솔솔라라 솔솔미~ 솔솔미미 레~ ………………………………………………
그 멜로디는 계속 들려왔고, 그러자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사이좋게 오늘도~ 공부 잘하자~
2
화장실은 새벽에도 가야 합니다. 그 길로 새로 잠들지 못하여 그만 일어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
그 멜로디는 그때까지도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자명종이구나…… OFF로 해놓는 걸 잊고 나갔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몇 차례 울려보고 그만둘 줄도 알아야지 원…….'
'돌아와서 문을 여는 순간 저게 한없이 계속되었다는 걸 알면…….'
3
이튿날 밤에도 여전했습니다. 그제도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겨울이어서 아이가 등교를 해야 할 일도 없고 정해진 시각에 꼭 일어나야 할 일이 없는데도 자명종은 끊임없이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주인이 없는데도 밤낮으로 그렇게 울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솔솔라라 솔솔미~ 솔솔미미 레~ 솔솔라라 솔솔미~ 솔미레미 도~
……………………………………………… ………………………………………………
4
주인이 없어서일까요? 그 멜로디가 쓸쓸했습니다.
혼자서 듣거나 중얼거려보면, 웬만한 동요는 쓸쓸하게 들릴 수가 있긴 합니다.
'그 간단한 멜로디로도 이처럼 쓸쓸해지다니…….'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Tumbalalaika」 (0) | 2018.03.06 |
---|---|
지금 내가 있는 곳(2) (0) | 2018.03.02 |
새해맞이 꿈 (0) | 2018.02.18 |
"생명력의 흡수" (0) | 2018.02.13 |
"파충류" 혹은 "틀딱충" (0) | 2018.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