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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노년일기302

독서 메모(1996) 1월 A. 토플러 『자메리카(JAMERICA)』 한국경제신문사 1995 맥스 슐만 『사탕 접시(The Many Loves of Dobie Gillis)』 미래로 1995 이부카 마사루 『천재 기술자 - 나의 벗 혼다 소이치로』 삶과꿈 1993 다니엘 벨 『사라진 제국, 다가올 제국』 조선일보사 1995 김관수(편) 『세계화 좀 차분히 하자구요』 넥서스 1995 2월 이문열 『여우 사냥』 살림 1995 유희근 『세계로 가는 길, 국경은 없다』 고려원, 1995 산드라 브라운 『타이랜드의 노을』 빛샘 1995. 니콜러스 에번스 『속삭이는 사람』시공사 1996 구연무 『이렇게도 산다』(비매품 수필집) 1995 3월 ☆ '이런 책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올까?' 생각한 때 베르나르베르베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 2017. 11. 24.
독서 메모(1995) 2017.10.31. 케임브리지에서 콧대 세우는 법만 배워온 세실리아는 화학을 전공한 그 남자를 뭔가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했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 애는 집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들이나 읽으면서 케임브리지에서 삼 년을 허송세월을 하고 돌아왔다. 오스틴이니 디킨스, 콘래드 같은 작가들의 작품은 모두 서재에, 그것도 전집으로 있는데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읽는 책들을 전공으로 읽어놓고도 어떻게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언 맥큐언 장편소설 『속죄』에서 옮겼습니다(한정아 옮김, 문학동네, 2015, 2003 1판 26쇄, 219). "집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들"이라는 말이 제 독서를 비웃는 걸 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착각을 일시에 확인해주었습니다.. 2017. 11. 14.
휘트니 체드윅 外 《위대한 예술가 커플의 10가지 이야기》 휘트니 체드윅 外 《위대한 예술가 커플의 10가지 이야기》 최순희 옮김, 푸른숲 1997 여자가 도달할 수 있는 사회적 정점이란 젊음의 아름다움이 유지되는 동안만 지속되는 법이다. 반면 남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한층 더 매력 있어지는 것 같다. 「창조의 신화 : 까미유 클로델과 오귀스트 로댕」(앤 이고네) 이야기에서 본 문장. 정말이라면 좋겠지만(남자가 보기에는) 유감스럽게도(남자가 보기에는) 앤 이고네가 보기에 까미유 클로델과 오귀스트 로댕의 경우가 분명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까미유 클로델의 입장이라면 이건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2017. 11. 8.
게르트 호프만 《나의 사랑 슈테가르딘》 게르트 호프만 《나의 사랑 슈테가르딘》 안영란 옮김, 찬섬, 1997 너무나 보잘것없는 용모와 달리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철학 교수 리히텐베르크, 열세 살의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는 순간 그의 삶은 돌변한다. 순수한 열망을 가진 리히텐베르크가 순결한 영혼을 가진 열세 살의 소녀를 만난 것이다. "그 때 그는 뭐하는 사람이었죠?" 슈테가르딘이 물었다. "기침." 그가 말했다. 메모를 봤더니 딱 두 줄뿐이다. 그게 절실했을 것이다. 1997년………… 20년 전, 내겐 숨 막히는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세월은 가고 싸늘한 늦가을에 이렇게 앉아 있다. 2017. 11. 4.
'작은어금니'의 인내 아내는 나를 엄살이 심한 인간으로 규정했습니다.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일단 걱정은 하지만 차도가 보이면 곧 "걸핏하면 엄살을 피운다"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 핀잔을 듣기가 거북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웬만하면 몰래 약을 먹기도 하고 좀 참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또 이가 아프고 시리기 시작한 건 지난 추석 때부터였습니다. 당연히 그게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상하좌우의 큰어금니 두 개 중 한 개씩은 오래전에 제거해버렸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까 좀 섭섭해서 의사에게 질문했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죠?" 그 의사는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습니다. "뭘 어떻게 합니까?" ('뭐 이런 양반을 봤나!') 나도 되물었습니다. "임플란트를 한다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요." 의사가 또 되물었습니다. "어금니가 하.. 2017. 10. 31.
또 가네, 속절없는 가을……. 또 가네, 속절없는 가을……. 두어 번밖에 입지 않은 이 옷, 오늘 아침 버스 정류장에선 '안 되겠다. 제대로 입어야겠다' 싶었습니다. 2017. 10. 26.
약속 약 속 노란 차 옆, 다정한 남녀를 피해 걸어가고 있는 저 구부정한 늙은이가 내 친구입니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장소로 오는 중입니다. 돈도 제법 많고 명예도 자랑할 만하지만 돈이 더 많은 사람이 수도 없이 많고 그보다 더 명예로운 사람도 수두룩하기 때문에 표를 내진 않습니다. 그.. 2017. 10. 21.
봄여름가을겨울 그 미칠 것 같았던 봄여름가을겨울 텅 빈 채였던, 아무것도 없었던 봄여름가을겨울 나를 속이고 간 봄여름가을겨울 이제 와서 보이는 저 가을 그런데도 거기에 나는 보이지도 않는 가을 2017. 10. 9.
혼자인 날 대화할 일이 전혀 없으니까 적막했습니다. 하루가 이렇고, 이런 하루하루가 이어지면 나의 세상은 어떤 것이 될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잠시 밖에 나갈 일이 생겼습니다. 이쪽으로 걸어오던 한 여인이 하필이면 바로 옆을 지나면서 큰소리로 말합니다. "아니야!" 깜짝 놀랐는데, 다행히(!), 그녀는 그대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귀에 걸린 이어폰이 보였습니다. "아니야!" 그게 내가 들은 한 마디 '사람의 말'이 된 날입니다. '이런 날이 있다니…….'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17. 10. 2.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것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것들 5년이 지나니까 수학 교과서에 무슨 공식으로 그렇게 나와 있기나 한 것처럼 '우르르' 이사들을 가버리고 낯선 사람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그 자리를 채웁니다. '나도 떠났어야 했나?' '이렇게 남은 사람들은 경제 감각이 좀 부족하거나 뒤졌다는 건.. 2017. 9. 30.
꽃집 새색시 비가 올 것 같았습니다.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여유를 부리며 걷는데 바로 옆에서 고운 음성이 들렸습니다. "이 길로 쭈욱 가셔서요……." 꽃집 새색시였습니다. 앞치마 차림으로 스마트폰 지도를 들여다보며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고, 그렇게 들어서 그 설명을 외울 수 있을까 싶은 할머니는 나 같으면 그 고운 설명을 꼼꼼히 들을 텐데 몸이 자꾸 앞쪽으로 나가려고 했습니다. 나는 일부러 그 새색시에게 물어서 찾아갈 만한 곳도 없고 그렇다고 꽃을 살 일도 떠오르지 않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어디 축하 화분을 보낼 데는 없나?' 퇴임한 지 오래되어 지금 그런 걸 보내면 상대방은 오히려 의아해하거나 어색해할 것입니다. '이 사람이 갑자기 웬일일까? 엉뚱하게 무슨 새 출발을 꿈꾸나?……' 축하 화분을 보낼 수 있었던, 그 수.. 2017. 9. 25.
지금 이 자리 2017.8.7. 지금 여기 내가 있고, 아내가 있다. 끝나는 일이 없을, 찬란한 채널들의 대중문화도 있다. 부지런히 읽어도 끝내 읽지 못하고 말 책들도 있다. 이런 날들에 대해 눈물이 흐를 것 같은 때가 있다. 2017.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