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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노년일기302

세 월(Ⅱ) 지나는 길의 개나리가 이야기합니다. "봐, 노랑이란 바로 이런 색이야." 누군가 모를 무덤가에는 진달래가 곱습니다. 멀리에서 복사꽃도 담홍색의 진수(眞髓)를 보여줍니다. 복사꽃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1960년대나 70년대의 그 정서로 살아가고 있는데, 어쩌다가 나만 이렇게 멀리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봄꽃들은 잎보다 먼저 피어나 곧 아지랑이 피어오를 봄을 ‘희망’만으로 이야기하지만, 나처럼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하려는 사람에게는 T.S. 엘리엇의 말마따나 그 희망이 잔인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어린애들이나 소년소녀들은 저 꽃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름다움이란 나이가 들면서 이렇게 얼굴이 무너지고 마음이나 정서도 그만큼 누추해져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래도.. 2008. 4. 9.
알고보면 우리와 친밀한 저승사자 학교에 근무하니까 대체로 교장이 나이가 가장 많아서 겸연쩍게 노인 취급을 당하는 수도 있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새파란(?) 젊은이들에 비해 '노인은 노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가을이어서 그런가요? 10월이고 날씨조차 '가을맞고' 그러니까 '올해도 거의 다 갔구나' 싶어서 서글퍼집니다. 지난 3월(그러니까 저쪽 학교에 근무할 때), 이 블로그의 그 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의 주인공인 함수곤 교수께서 짤막한 글을 하나 달라고 해서 '알고 보면 우리와 친밀한 사이인 저승사자'란 글을 써주었는데 다음과 같이 소개되었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저도 이제 "젊은이" 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다 늙어서 건강하게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은 세태는 정말 싫습니다. 그런 이들은 이 세상이 그렇게 좋은 걸까요? 오늘.. 2007.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