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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리워질 저 빛, 저 소리
놀랍게도 온화한 겨울 푸르름이 넘쳐흐르는 맑은 날들이, 주말 내내 계속되었다. 갑자가 따사로운 벌꿀색의 햇살은 낙엽들 더미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면서, 또 녹아 버린 구릿빛 광채를 여기저기로 들어 올리면서 발가벗은 정원과 서릿발로 하얗게 변해 버린 잔디밭 위를 한가로이 어슬렁거렸다. 길가에 늘어선 타일을 붙인 지붕들 위에는 태양열 판이, 뜨겁게 빛나는 섬광을 내며 반짝거렸다. 주차된 차들, 도랑, 웅덩이, 아스팔트 가장자리 근처에 있는 깨진 유리, 우편함, 그리고 창문 유리, 모든 것이 환하게 빛났고 반짝거렸다. (...) 대기는 점차 곤충들의 윙윙거리는 소리들로 가득 찼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소금 냄새와 멀리 길 아래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까지 몰고 왔다. 여기저기에서 이웃들은 화단의 ..
2021. 2. 6.
"엄마, 내가 얼른 가서 안아줄게요"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으로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어디가 아플 때, 가령 가슴이 아플 때, 가슴속의 내 핏줄이 흥분으로 아우성을 칠 때, 머리가 아프고 이명이 심해져서 완전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을 때, 수십 년이 지났는데 문득 억울할 때, 외로울 때,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울 때, 서러울 때, 이러지 말고 그만 돌아가고 싶을 때, 아무래도 신이 나지 않을 때...... 위안을 삼..
2021.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