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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또 한 달이 가버렸네

by 답설재 2021. 2. 1.

 

 

 

 

느낌으로는 오늘이 아직 어제 같다. 이러다가 내일도 아직 그제인 줄 알지도 모르겠다.

뒷 담장의 마른풀을 정리한 것이 어제 같은데 이미 일주일 전이란다.

새벽이면 하루의 시작이구나 하지만 금세 점심을 먹게 되고 곧 저문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됐지?

 

저녁을 먹고나서 '오늘 밤에는 책을 좀 많이 읽어야지' 다짐하며 조금만 쉬었는데 어? 곧 이슥해져서 아내가 잠자리에 드는 걸 보고 말없이 놀라워했다.

나는 멍청이가 된 것인가?

늙은 사람의 시계는 정말 더 빨리 가나? 시계 공장에서 고약한 시계를 따로 만드나?

 

 

"착시 중 하나가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얼마 전에 밝혀졌어요. 알고 보니까 어렸을 때 뇌의 신경세포 정보 전달 속도가 나이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빠릅니다. 어렸을 때는 세상을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축구 경기에서 1초에 30번 프레임을 찍으면 그냥 축구 경기지만, 1초에 3000번 찍으면 슬로 모션이 되죠. 그런 식으로 어렸을 때는 세상을 슬로 모션으로 사는 겁니다."

 

 

신문에서 KAIST 김대식 교수가 강의한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슬로 모션'에 대해서는 젊은이가 보면 우습겠고 늙은이가 보면 씁쓸할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몇 년 전에 아주 유명한 논문이 있었는데 왜 파리 잡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하는 내용이었어요. 파리는 사람보다 훨씬 신경세포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파리가 볼 때 사람 손은 슬로 모션으로 오는 거예요."

 

 

그 강의에는 다행스럽게도 이 신경세포들의 속도가 느려지는 걸 극복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렇게 쉬울 수가!' '게다가 나는 커피 킬러잖아!'― 단, 카페인 효과는 고작 5분 정도라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커피를 마시면? 그럼 좋겠지만 잠도 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두 번째 방법이 있지! 그건 '집중(集中)'입니다.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집중을 하는 순간 훨씬 더 많은 정보 전달이 되고, (……) 착시 현상도 집중하는 순간 사라집니다. 문제는 우리가 24시간 내내 집중할 수는 없잖아요. 이것의 메시지는 뭐냐면, '아 그렇다면 내가 정말 선택을 잘해야 되겠구나'라는 겁니다."

 

 

집중? 노인더러 집중에 힘쓰라고?

집중조차 노인 편은 아니라는 걸 실감합니다. 전에는 두어 시간쯤은 움직이지도 않고 책을 봤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처럼 고작 10분, 더 버티면 이번에는 졸음 같기도 하고 무슨 약에 취한 것 같기도 한 희한한 현상이 공격을 해옵니다.

그래서 선택을 잘하라고? 선택을 잘하면 십 분으로 되나? 졸음을 이길 수 있나?

 

아무래도 노인 편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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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식 교수(KAIST 전기 전자과, 뇌과학자)가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그렇게 설명했습니다(조선일보, 2015.3.28. Weekly BIZ C4~5. 지식 콘서트 '뇌, 현실, 그리고 인공지능' - “나이 먹는다는 건 자연이 내게 무관심해졌다는 것, 그리고 자유가 생겼다는 것… 삶의 의미를 정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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