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그리워질 저 빛, 저 소리

by 답설재 2021. 2. 6.

 

 

 

놀랍게도 온화한 겨울 푸르름이 넘쳐흐르는 맑은 날들이, 주말 내내 계속되었다. 갑자가 따사로운 벌꿀색의 햇살은 낙엽들 더미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면서, 또 녹아 버린 구릿빛 광채를 여기저기로 들어 올리면서 발가벗은 정원과 서릿발로 하얗게 변해 버린 잔디밭 위를 한가로이 어슬렁거렸다. 길가에 늘어선 타일을 붙인 지붕들 위에는 태양열 판이, 뜨겁게 빛나는 섬광을 내며 반짝거렸다. 주차된 차들, 도랑, 웅덩이, 아스팔트 가장자리 근처에 있는 깨진 유리, 우편함, 그리고 창문 유리, 모든 것이 환하게 빛났고 반짝거렸다. (...)

대기는 점차 곤충들의 윙윙거리는 소리들로 가득 찼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소금 냄새와 멀리 길 아래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까지 몰고 왔다. 여기저기에서 이웃들은 화단의 잡초를 뽑기 위하여, 또 겨울 꽃들의 구근을 심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나와 있었다.

 

 

소설 《여자를 안다는 것》(아모스 오즈)을 읽다가 내가 세상을 떠난 후의 일들을 생각했다. 특별한 건 아니다.

 

그 후에도 저 햇살은 비치겠지?

라디오에서는 아홉 시에 혹은 오후 두 시에 오늘 프로그램을 시작하려고 그 프로그램을 알리는 음악부터 들려주겠지?

 

그저 그 정도의 생각.

어떻게 다른 것까지 생각하겠나.

그곳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에는 이승이 그리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결코 이곳으로 다시 오진 않더라도...

 

 

 

..............................................

166~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