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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죽음의 순간

by 답설재 2020. 11. 20.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열세 살 때 우리 아버지 요셉 그린바움은 마지막 병으로 쓰러졌다. 아버지는 악성 종양으로 돌아가셨다. 죽기 몇 주 전에 아버지의 모습은 점점 쇠약해졌다. 피부는 쪼그라들고 흙빛이 되었고 뺨은 푹 꺼졌으며 머리카락은 한웅큼씩 빠졌고 이빨은 썩어갔다. 아버지는 한 시간 한 시간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입 안이 함몰되어서 계속해서 교활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던 것이었다. ()

아버지는 집에서 돌아가셨다. 의사들은 희망도 없었고 아버지는 알고 계셨고 아버지가 알고 있음을 자신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의사들은 고통을 덜어주는 약을 주고 마지막 며칠 동안 아버지가 보여준 평온함에 놀람을 표시했다. 아버지는 평생 동안 죽는 날을 대비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마지막 아침을 갈색 화장복을 입고 안락의자에 앉아서 영자신문 팔레스타인 포스트의 경품 낱말 맞추기를 풀면서 보냈다. 정오에는 다 푼 답안을 부치려고 우체통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들어와서는 방으로 들어가서 잠그지 않고 문을 닫았다. 아버지는 방에 등을 돌리고 창틀에 기대어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의도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불유쾌한 광경을 보여주지 않으시려는 것이었다. 그때 에마뉴엘 오빠는 벌써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키부츠 지하조직의 일원이었다. 어머니와 나는 미장원에 가 있었다.

                                                                                                                            -《나의 미카엘244~245

 

 

 

간절히 소망해도 실체를 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있고 보고 싶으면 웬만하면 볼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보고 싶지 않은데도 보게 되는 대상도 있다.

본 것이 잊히지 않는 것도 있고 곧 잊게 되는 것도 있고 잊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해도 어쩔 수 없이 잊히는 것도 있다.

 

나는 보고 싶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대상이면 좋겠다.

혐오감을 덜 주면 좋겠다.

곧 잊히면 좋겠다.

'피부는 쪼그라들고 흙빛이 되고 뺨은 푹 꺼지고 머리카락은 한웅큼씩 빠지고(그렇게 빠질 것이 남아 있지 않지만) 이빨은 썩어가고, 한 시간 한 시간 쪼그라드는 것 같고입 안이 함몰되어서 계속해서 교활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서 다른 사람이 무서움을 느끼게 하더라도'

요셉 그린바움 정도라도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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