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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저승 가는 길에 듣는 알람

by 답설재 2021. 2. 16.

오랫동안 내게 심장약을 처방해주는 그 병원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나는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 침울한 분위기에 자신의 입장을 더해서 두어 명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지 마라! 울 것 없다! 너를 위해서라면 몰라도 나를 위해서라면 울 것 하나도 없다! 나는 이만하면 됐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서투르고 어색한 채로 마지막 아침이 진행되고 있다.

 

그때 내 휴대전화기에서 심장약 복용 시각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7시 40분!

매일 아침 그 시각에 1초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이었지만 그 아침에는 그게 참 엉뚱한 멜로디였다.

그 곡은 아주 단순하고 간단하고 좀 평화로운 느낌의 멜로디가 반복되는 것으로, 그렇게 누워 한두 번, 이어서 서너 번 듣고 있을 때까지는 예전에 아내와 내가 젊은 부부였던 일요일 아침나절 그 동네의 교회 종소리처럼 아늑하고 평화롭게 들렸는데, 시나브로 그 약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적으로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종용이 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나는 아주 초조해졌다.

 

누구도 그 알람을 멈추게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은 상태에서 그 멜로디는 한없이 계속되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걸 그냥 둔 채 떠나는 것이 난감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심장약을 챙겨 먹고 다시 떠나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정말 먼 길을 떠나는 입장이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 이미 마지막 숨까지 몰아쉬지 않았는가.

난생처음 알고서도 그 약을 먹을 수가 없었고, 그 알람은 5분이면 끝나는 것이어서 나는 그동안 그 5분이라는 시간을 생각하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것은 꼭 2년 전, 그러니까 2019년 1월 14일에 써둔 글이다.

이 블로그 '임시보관함'을 열어보고 발견했다.

죽을 때 정말로 이렇게 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