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2020년이 가네.
텅 빈 것 같은 한 해.
사시사철 시도 때도 없는 감기 때문에 '혼자서' 마스크를 상용하다가 돌연 그걸 구하기조차 어려웠던 봄이 속절없었던 한 해.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미안했던 한 해.
속은 것 같은 한 해.
어처구니없는 한 해.
허접한 한 해.
개구리 발로 편자라도 박으려 하듯 벅차고 무기력했던 한 해.
날로 눈부셨던 문화, 문명이 돌연 옛 사진처럼 흐릿해져 버린 해.
이런 세월을 잘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까 싶었던 해.
새해가 온다고 해서 당장은 무슨 수가 날 것 같지 않아 힘이 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는 해가 아쉽지도 않은 한 해.
과학이라는 건 매우 고맙긴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좀 시시한 수준이구나 싶게 된 해.
나는 철학이 빈곤한 인간이구나 싶게 된 해.
빈곤한 인간인 것이 부끄러운
마침내 2020년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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