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2020년 돌아보기

by 답설재 2020. 12. 30.

 

 

 

마침내 2020년이 가네.

텅 빈 것 같은 한 해.

 

사시사철 시도 때도 없는 감기 때문에 '혼자서' 마스크를 상용하다가 돌연 그걸 구하기조차 어려웠던 봄이 속절없었던 한 해.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미안했던 한 해.

속은 것 같은 한 해.

어처구니없는 한 해.

허접한 한 해.

개구리 발로 편자라도 박으려 하듯 벅차고 무기력했던 한 해.

날로 눈부셨던 문화, 문명이 돌연 옛 사진처럼 흐릿해져 버린 해.

이런 세월을 잘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까 싶었던 해.

새해가 온다고 해서 당장은 무슨 수가 날 것 같지 않아 힘이 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는 해가 아쉽지도 않은 한 해.

과학이라는 건 매우 고맙긴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좀 시시한 수준이구나 싶게 된 해.

나는 철학이 빈곤한 인간이구나 싶게 된 해.

 

빈곤한 인간인 것이 부끄러운

마침내 2020년이 가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을 다시 시작할 경우"  (0) 2021.01.06
마리안의 행복한 일상  (0) 2021.01.02
미루나무 잎사귀에 매달린 내 눈물  (0) 2020.12.28
저 포근한 겨울산  (0) 2020.12.24
한복 차림 서울여인  (0) 2020.12.20